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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정상회담 앞두고 '리비아식' vs '재고려' 힘겨루기

등록 2018.05.24 1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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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볼턴·펜스 '리비아식' 언급 연일 압박

北 최선희 후과·수뇌회담 재고려 맞불

金-트럼프 관료 내세워 대리전…협상력 극대화 의도

【싱가포르=AP/뉴시스】1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한 상인 앞에 북미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전하는 현지 신문이 놓여 있다. 싱가포르에선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2018.5.11.

【싱가포르=AP/뉴시스】1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한 상인 앞에 북미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전하는 현지 신문이 놓여 있다. 싱가포르에선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2018.5.11.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보름 여 앞두고 고위 관료를 앞세운 막판 힘겨루기를 벌이는 모양새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료들의 거듭되는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에 북한은 정상회담 개최 무산 의지까지 내비치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북한은 24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를 고작 얼마 되지 않는 설비나 차려놓고 만지작거리던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겨냥한 메시지다. 그는 지난 2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하지 않으면 김정은 정권이 리비아처럼 끝날 거라고 경고했다. 체제 안전을 조건으로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에 미국의 비핵화 방식을 수용하지 않으면 체제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북미는 지난 3월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두 차례 평양 방문 등을 계기로 비핵화 의지와 그 방법에 관한 입장을 조율해왔다. 미국은 '일괄 타결'을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원하는 구도 속에서 양측은 삐걱거리면서도 조금씩 접점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화된 이후 지속적으로 '선 비핵화 후 보상' 방식의 리비아식 비핵화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북한과 날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펜스 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대응 강도를 높이지 않을 수 없게 된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 부상은 담화에서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 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 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북한과 미국 양측 모두 비핵화 담판으로 가고 있는 이번 판을 깨려는 생각은 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 부상이 담화에서 "구태여 붙잡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만일 열리지 않는다면 그것도 상관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최 부상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한 것은 그만큼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입장은 표명하되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미 모두 고위 관료를 앞세워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지만, 이는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싱가포르에서도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카드를 맞추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차기 대선을 앞두고 '비핵화'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괄타결을 통해 완전하고 증명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반면 북한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체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들이 동시에 이뤄져야 내부적으로도 '명분'을 가지고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다. 더불어 경제 총력 노선의 성과적 추진을 위해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등의 신속한 완화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일괄타결'이 바람직하다고 밝히면서도 "완전히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조건을 달았다. 북미 모두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경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으나, 여전히 사전 조율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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