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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美, 이번엔 한국車 고율관세 부과 검토…완성차 업계 타격 우려

등록 2018.05.24 18: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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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알루미늄 적용한 '무역확장법 232조' 자동차에 적용…최고 25% 관세

실제 적용되면 우리 완성차 수출 사실상 불가…치밀한 대응 필요

【워싱턴 =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의 기업과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태양광 전지와 세탁기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 =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의 기업과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태양광 전지와 세탁기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대해 최고 25%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꺼내들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3일(현지시간) 수입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치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 위협에 대응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로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일부터 시행한 철강·알루미늄 관세에도 이 법을 적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를 내림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앞으로 수입 자동차가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 보고하게 된다. 만약 상무부가 수입차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을 내리면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이내에 수입 규제,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상무부는 ▲자동차 수입으로 인한 미국 근로자 일자리 감소 여부 ▲자동차 수입에 따른 정부 수입(收入)에 대한 부정적 영향 ▲국가안보와의 관계 고려 시 미국 경제적 후생에 미치는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입차와 부품의 국가안보 위협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무역확장법 제232조 조치의 경우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조사개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올해 3월23일 관세 부과 결정이 최종적으로 내려졌다. 실제 실행에 옮겨지기까지 1년여 기간이 걸린 셈이다.
【평택=뉴시스】이정선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점 재검토에 따른 수출 손실이 5년간 269억 달러(약 30조)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 가운데 9일 오전 경기 평택항 자동차 선적부두에 수출을 앞둔 차량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다. 2017.10.09.  ppljs@newsis.com

【평택=뉴시스】이정선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점 재검토에 따른 수출 손실이 5년간 269억 달러(약 30조)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 가운데 9일 오전 경기 평택항 자동차 선적부두에 수출을 앞둔 차량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다. 2017.10.09. [email protected]

무역협회는 "자동차에 대한 232조 조사는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상대국인 캐나다와 멕시코, 유럽연합(EU)에 대한 압박용 카드이며 실제 타깃은 무역수지 적자폭이 큰 일본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 7962억 달러 중 승용차의 무역수지 적자는 1236억 달러로 최대 적자 품목이고 국가별로는 일본의 적자 폭이 393억 달러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142억달러 적자로 5위를 기록했다.

미국이 이번 고율의 관세 조치를 실행에 옮기게 되면 우리 완성차 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우리 수출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는 146억 5100만달러, 자동차 부품은 56억 6600만달러로 각각 전체 수출의 21.4%, 8.3%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 완성차업들로써는 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승용차를 미국에 수출할 경우 관세가 붙지 않는다. 지난 3월 미국과의 FTA 재협상을 통해서도 픽업트럭 등을 제외한 승용차를 수출할 경우 무관세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무역확장법 232조가 적용될 경우 FTA와 무관하게 최대 25%의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업체들이 수출한 전체 자동차는 253만여대였다. 이중 미국 시장에 수출한 차량은 84만 5000여대로 전체의 3분에 1에 달하는 양이다. 

우리 완성차 업체 중 쌍용차를 제외한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네 곳 모두 미국에 상당한 양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는 30만 6000여대, 기아차는 28만 4000여대, 한국지엠은 13만 1000여대, 르노삼성은 12만 3000여대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지난 FTA 개정 협상에 이어 자동차산업 자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교수는 "우리 완성차 업체에 미치는 타격이 굉장히 클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주 타깃이 철강이나 자동차가 될 수밖에 없다. 25% 이상의 관세가 확정되면 사실상 자동차를 수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상무부 조사가 들어가면 확정되기까지 반년에서 1년 정도 걸린다. 아직 협상의 여지가 많은데 철강처럼 협상을 통해 관세 대상 국가에서 빠지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라며 "미국이 무역 적자를 가장 크게 보는 부분이 자동차이기 때문에 어떤 식의 결론이 나오든 현대·기아차 같은 우리 완성차 업체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의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협회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대미 수출량이 가장 많지만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의 수출량도 적지 않은 숫자"라며 "특히 르노삼성의 경우 고율의 관세가 확정된다면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닛산의 로그 차량 물량 배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조치가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대응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역협회의 제현정 통상지원단 차장은 "일단 상무부에서 조사는 들어갔지만 철강 관세 때처럼 국가별로 협상 테이블에 가져갈 수도 있다"며 "자동차 역시 그렇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 검토를 일종의 협상 카드로 쓰는 거라면 실제 조치가 취해지기 전에 조사 과정에서 협상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 차장은 "우리뿐 아니라 EU나 미국이 대처하는 걸 눈여겨봐야 할 필요도 있다"면서 "미국과 양자 간 협상을 하는 것보다 다자가 힘을 합쳐 대응을 하면 훨씬 힘이 실릴 수 있다. 서로 공조할 부분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함께 관련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해 민간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완성차 업체 관계자를 비롯해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의 임원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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