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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 "K팝이 졸부라고? 역사·전통·뿌리 있어"

등록 2018.05.27 1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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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태홍 기자 = 최규성 평론가. 2018.05.12 hipth@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태홍 기자 = 최규성 평론가. 2018.05.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유럽 쪽에서는 K팝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있어요. 느닷없이 등장했다는 거죠. '졸부'처럼 비친다고 할까요. 역사, 전통, 뿌리가 없다고 비판하는 시니컬한 시각이죠. 그런 부정적인 시선을 자료로 반박하고 싶었어요."

최규성(57) 대중음악 평론가가 펴낸 '걸그룹의 조상들'은 한류를 주도하는 'K팝 걸그룹' 기원을 톺아본다. '목포의 눈물' 이난영(1916~1965)이 중심인 '저고리시스터'가 등장한 1930년대부터 2000년 이전까지 등장한 것으로 확인한 걸 그룹 수만 해도 300팀이 훌쩍 넘는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인 최 평론가의 꼼꼼함은 온고지신(溫故知新), 즉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아가게 하는 전범이다. "그 동안 우리는 가요 자료를 '딴따라'로 여겨 복원할 대상으로 보지 않았어요.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죠."

이를 통해 최 평론가는 걸그룹 역사에 관한 몇 가지 오해를 바로잡는다. 우선 옛날 걸그룹이 청순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산산조각낸다. 

1950년대 미8군 무대는 귀엽고 섹시한 춤을 무기로 삼은 걸 그룹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1968년 등장한 '펄시스터즈'는 정적인 오디오 시대에서 화려한 비주얼 시대로 전환하는, 한국대중음악계 체질 개선까지 불러왔다. 최 평론가는 이런 궤적을 세밀하게 따라간다.

최 평론가는 "인터넷이나 신문기사를 보면 '과거 걸 그룹 이미지는 청순, 귀여움이었으나 이제는 섹시함이 대세'라고 말한다"면서 "오해다. 60~70년대의 걸 그룹들도 미8군 무대 영향으로 지금만큼이나 야하고 섹시했다"고 분석했다. "1950년대 키워드가 '자유부인'이었잖아요. 온 나라가 춤바람으로 들썩였는데, 그만큼 개방적이었죠."
 
【서울=뉴시스】 박태홍 기자 = 12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0층에서 개막한 '걸그룹의 조상들' 신간 출판 기념 전시회. 2018.05.12 hipth@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태홍 기자 = 12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0층에서 개막한 '걸그룹의 조상들' 신간 출판 기념 전시회. 2018.05.12 [email protected]

걸그룹 해외 진출도 최근 흐름이 아니라고 짚었다. 미8군 무대에서 배양한 실력으로 당대 걸그룹들이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지까지 진출했다는 얘기다.

1953년 결성한 '김시스터즈'가 대표적인 원조 한류 걸그룹이다. 이난영과 김해송(1911~?)의 두 딸(김숙자·김애자)과 이난영 오빠인 작곡가 이봉룡(1914~1987)의 딸(김민자)로 구성된 이 팀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걸그룹이 이제야 해외로 나갔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에요. 60년대 웬만한 걸그룹들은 동남아에 진출했습니다. 한류라는 말만 없었죠."

최 평론가가 걸그룹 뿌리에 관한 오류가 심각하다고 여기는 이유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1997년 등장한 'SES'나 1998년 데뷔한 '핑클'을 걸 그룹의 조상이라고 말해요"라면서 "그렇다면 그들 이전에 멋진 춤과 노래로 동시대 대중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무수한 걸 그룹들의 존재는 무엇이란 말인가요"라고 반문했다.

"예전 걸그룹도 지금 대형 기획사 연습생들만큼 엄청난 훈련을 받았어요.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활동하지 못한 것이죠. 세련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의상도 콘셉트로 지금의 걸그룹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9인으로 데뷔한 '소녀시대'로 걸그룹 인원수가 늘었다고 하는데 해방 이후 20인으로 활동한 그룹도 있었죠. 아직 확인이 안 됐지만, 지금의 걸그룹 형태로 노래 부른 그룹의 기원을 찾는다면 30년대 초반 또는 20년대 초반까지 걸그룹 역사가 내려갈 수 있어요."

최 평론가가 27일까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0층 롯데갤러리에서 여는 전시 '한국 걸그룹의 조상들'에 내놓은 품목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2억7000만원가량 된다. '바니걸스'의 첫 리사이틀 포스터 등 걸그룹 희귀 아이템이 넘치는데 그가 모은 것의 절반에 불과하다. 

【서울=뉴시스】 박태홍 기자 = 12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0층에서 개막한 '걸그룹의 조상들' 신간 출판 기념 전시회. 2018.05.12 hipth@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태홍 기자 = 12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0층에서 개막한 '걸그룹의 조상들' 신간 출판 기념 전시회. 2018.05.12 [email protected]

그런 그는 걸그룹이 그동안 음악적으로 진중한 평가를 받기보다 음반 산업의 총아로 여겨졌다고 분석했다. "인기를 감안해 활동했고, 활동 사이클이 짧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즉 '대중의, 로망'으로 봤다. 대표적인 것이 1950년 보릿고개 시대에 활동한 걸그룹들이다. "밥을 굶는 시대에 잘 살고 싶은 욕망이 있었는데, 화려한 걸그룹이 이를 대변했어요. 허상일지 몰라도 위안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이죠. 걸그룹은 사회적 공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응합니다."

최 평론가의 다음 프로젝트는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금단으로 남아 있는 '미8군 무대'다. 기자 출신인 만큼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관해 자료를 통해 실증해내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러나 그의 저서 내용이 어렵지는 않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로 술술 읽힌다. 직접 발로 뛰어서 모은 자료인 만큼 인터넷에 없는 내용도 수두룩하다. 최 평론가는 "전문가에게도 도움이 되고, 이웃집 아줌마에게도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며 웃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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