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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톡톡]현대사료 문철명 대표 "남북 경협은 비료에서 시작하는 것"

등록 2018.05.27 12: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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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철명 현대사료 대표이사. (사진 = 현대사료 제공)

【서울=뉴시스】문철명 현대사료 대표이사. (사진 = 현대사료 제공)

【서울=뉴시스】장서우 기자 = "나무를 심든, 밭에 작물을 재배하든 비료 없이는 안 됩니다. 경제 협력으로 원조를 한다면 비료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문철명 현대사료 대표(76)는 최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사무소에서 가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현대사료와 같은 사료 회사들의 경우 남북 간 경제 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금방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개성공단 사업이 무르익고 남북 경협이 실질적으로 논의되던 노무현 정부 당시 국내 축산업계에선 휴전선 근방에 축산배설물 탱크를 짓자는 논의가 있었다. 분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축산업이 발전할 수 없기에 비료부터 원조해야 한다는 인식에서였다. 그러나 당시 북한 정부는 국민 반발을 들어 이를 고사했다.

현대사료는 다음달 1일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뒀다. 수요예측 결과 최종 공모가가 희망 밴드 상단인 6600원에 확정되고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도 경쟁률이 1690:1로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공모주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150여개 원료 잘 배합해야…'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경쟁력 확보

국내 사료 회사들은 원료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 배합사료를 생산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유사한 원료를 사용하기에 경쟁이 치열하다. 동물이 '잘 먹고' 동물을 '잘 찌울 수 있는' 사료를 가장 저렴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료 회사에서 연구·개발(R&D)은 핵심 경쟁력을 좌우한다. 문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120~150여 가지에 달하는 성분을 "잘 비벼야" 하는 것이다.

현대사료는 국내 최초로 익스팬딩(Expanding) 공법을 도입해 사료의 이용성과 내구성을 개선했다. 축산 농가들의 대형화에 따라 고객 맞춤형 제품도 공급하고 있다. 해당 농장의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배합 비율을 변경하는 등 기성 제품이 아닌 그 농장에 적합한 사료를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다. 맞춤형 사료의 경우 제품명 앞에 농장 이름을 붙여 제공한다. 예산농장에 공급하는 '예산 산란전기', 영신농업회사법인에 공급하는 'YS170(산란피크)', 유림농장에 공급하는 '유림170(산란피크)' 등이 그 예다.

이는 미리 생산해 주문한 시기에 공급하기 위한 저장 시설인 '벌크 빈(bin)'을 다량 확보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대사료는 6~7년 전부터 빈의 수를 늘리기 시작해 현재 99개를 보유, 전국 사료회사 중 가장 많은 빈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150개 수준으로 증설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가축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농장마다 사육 시설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사료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다"며 "맞춤형 사료를 제공하는 것은 대기업군에 속하는 사료 회사에 맞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AI·국제 곡물가·환율 등 리스크…"대기업 독점 아쉬워"

전국 산란계 사료 물량의 7%를 공급하고 있는 현대사료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인한 타격이 컸다. 2013년 1435억원까지 증가했던 매출은 2016년 1065억원, 지난해엔 871억원까지 급감했다. 다만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부터 매출이 상승세를 회복했다.

문 대표는 "기존 고객들이 병아리 입식을 해 당사와 거래를 재개했다"며 "거래선 중 계사를 완전히 채우지 않은 농가들의 경우 올해 5월 이후 점차적으로 병아리를 입식하므로 물량은 점차 2015년도 수준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사료는 안정된 농장 관리와 제품 경쟁력으로 전 농가와 거래를 재개하며 AI 위기를 이겨냈다. 회사는 방역 관리 매뉴얼 강화로 주기적인 사전 예찰과 사육 제한, 휴업 농가 보조금 지원, 방역정책국 신설 등이 이뤄지고 있어 2016년 수준의 가축 매몰 사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울=뉴시스】현대사료 제품. (사진 = 현대사료 제공)

【서울=뉴시스】현대사료 제품. (사진 = 현대사료 제공)

국내 사료 산업은 원자재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곡물 가격이나 환율 등에 민감하다. 이는 매출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지만 제품 가격에 제때 반영해 수익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 현대사료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 22억원, 2016년 35억원, 2017년 56억원으로 지속해서 올랐다. 최근 3년간 당기순익은 업계에서 3위 내에 항상 들었다.

문 대표는 특히 소수 대기업이 국내 사료공장과 시장점유율을 점령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최근 15년 사이 사료업계에서 대기업의 인수·합병(M&A)이 잦아 하림그룹, 이지바이오와 같은 회사들이 크게 성장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70여개 사료공장의 80%를 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107개 공장 중 농협(28개)을 제외하면 사료협회 소속 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공장(69개)의 50% 이상이 대기업 소유다. 하림과 이지바이오의 시장점유율은 농협과 맞먹는다.

문 대표는 "사료 사업이 대기업이 해야 할 일인지 의문"이라며 "농협을 비롯한 소수 대기업이 국내 사료 시장의 50%를 넘게 점유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한가"라고 토로했다. 그는 사료 사업이 일반인들로부터 각광받는 사업이 아닌 만큼 국가 차원에서의 보존·육성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졸업 후 15년간 사료업계 몸 담아…35년 경영 '산 역사'

문 대표는 15년간 한국사료협회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1974년 옥수수 수입 가격 폭등, 1984년 600만달러 신용장(L/C) 사기 사건 등을 비롯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2008년 금융위기 등 굵직한 사건들을 겪었다. 특히 L/C 사기 사건은 사료협회가 중국산 옥수수 5만톤을 구매한 홍콩 소재 무역회사가 홍콩은행과 함께 선적 서류를 위조해 은행에서 물품 대금을 인출한 사건이었다. 문 대표는 이를 김신유 변호사 사무실에 맡겨 5년만에 승소, 소송비용과 원금을 회수했다.

그는 1978년 감사원 배합사료공장 감사, 1997년 배합사료 부가세 영세율 한시적 적용, 2010년 구제역 등 국내의 크고 작은 사건들에도 관여하며 오랜 기간 사료업계에 몸담았다. 협회 친목모임인 사조회에서 6대 회장으로 추대되기도 하는 등 회원사간 친목을 넓히는 데도 역할을 했다.

그는 35년간 한 곳에서 대표직을 지킬 수 있었던 비결로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각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답했다. 그는 현대사료가 직원의 반 이상의 근무연한이 20년이 넘은 '늙은이 회사'라고 했다.

최근 10년간 액면가(500원)의 60%를 배당한 것은 현대사료의 자랑이다. 문 대표는 "고배당을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10년간 당기순이익이 평균 33억원이 났는데 이를 유지하기만 하면 그 정도의 배당은 앞으로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현대사료는 배당 정책 외에도 닭 진드기 억제용 살비제 및 사료 첨가제 사업에 진출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배합사료 사업과 더불어 동물의약외품 사업, 축산물 사업까지 진출해 '종합 축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장기 비전(vision)이다.

- 문철명 대표는?
1968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축산학과를 졸업한 후 수도미생물판매(현 녹십자), 삼우화학공업 등을 거쳐 1972년 현대사료공업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1983년 김종웅 부사장과 함께 현대사료를 설립해 35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1984년부터 1999년까지 15년간 한국사료협회 부회장을 역임해 사료업계의 산 증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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