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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오딧세이]'리버스 ICO' 뜨지만...믿을 수 있을까

등록 2018.05.31 11: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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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대기업, 리버스 ICO 시장 진입...라쿠텐·코닥 자체 코인 발행

국내 인터넷 기업, 리버스 ICO '기웃'...정부 규제에 해외로 발길

빗썸, '팝체인 상장' 논란..."리버스 ICO도 '안전지대' 아니다"

리버스 ICO는 새로운 기회?..."코인 가치만 높여 부작용 뒤따라"

[블록체인 오딧세이]'리버스 ICO' 뜨지만...믿을 수 있을까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ICO(가상화폐공개)가 기업에 새로운 투자금을 모집하는 방법으로 부상하면서 이름이 알려진 기업들도 가상화폐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특히 이미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대기업이나 벤처케피탈을 통해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가상화폐를 공개하는 '리버스(Reverse) ICO'가 주목을 받고 있다.

 리버스 ICO의 대표적인 사례는 10억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다. 텔레그램은 '그램'이라는 신규 가상화폐를 발행해 ICO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단기간에 17억 달러(1조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텔레그램 메신저에서 사용자들이 그램을 이용한 결제나 송금이 가능한 블록체인 시스템인 'TON'을 개발 중이다.

 텔레그램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ICO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쿠텐은 자사의 마일리지 시스템인 '라쿠텐 슈퍼 포인트'를 라쿠텐 코인'이라는 가상화폐로 전환한다. 이 회사는 가상화폐 발행을 위해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쿠텐은 라쿠텐 코인을 활용해 자사가 운영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현금처럼 사용하게 할 전망이다. 라쿠텐은 블록체인 을 통해 이를 보증하고 안정성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필름회사인 코닥도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며 가상화폐 '코닥'을 발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회사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이미지 저장 관리 플랫폼 '코닥원(KodakOne)'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기업이 가상화폐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가상화폐 발행 목적이 반드시 ICO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코인 발행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다른 장점도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쿠텐과 코닥 등 대기업이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이유가 반드시 ICO라고 볼 수는 없다. 가상화폐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비용도 줄이면서 코인 발행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인터넷 기업, 리버스 ICO '기웃'...정부 규제에 해외로 발길

 이처럼 상장이나 투자를 통해 자금을 모은 기업들이라도 가상화폐 발행을 검토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국내서도 규모가 큰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사업을 시작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규제 속에 공식적으로 ICO를 선언한 기업은 없다.

 아직 한국에서 ICO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정부가 ICO 금지를 선언했지만, 관련 법규는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이 ICO를 추진하다고 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움직임을 모른 체하고 ICO를 추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가 투자자 보호를 전제로 ICO 허용 방침을 정부에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의 태도에 큰 변화는 없는 실정이다.

 국내 기업들은 ICO를 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현대 그룹 계열사인 '현대BS&C'는 스위스에 블록체인 법인을 설립하고 가상화폐 '에이치닥'을 발행했다. 게임회사인 한빛소프트는  홍콩에서 가상화폐 '브릴라이트 코인'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름있는 대기업들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도 자회사 '카카오G'를 설립하고 블록체인 서비스를 도입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ICO는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라인 코인', '카카오 코인'이 등장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ICO가 성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블록체인이 유행처럼 퍼지면서 기술과는 상관없이 투자자들을 현혹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과는 전혀 상관없는데 무조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관심을 끌려는 업체들도 상당수 있다"며 "블록체인이라는 이름만 가졌다고 모두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성토했다.

◇'팝체인 상장' 논란..."리버스 ICO도 '안전지대' 아니다"

 이 와중에 세계 7위 거래소로 평가되는 가상화폐 거래사이트 '빗썸'에서 상장을 추진하는 '팝체인(POPCHAIN)' 상장 논란이 발생했다. 빗썸은 팝체인을 세계 최초로 상장한다며, 2500만개의 코인을 시장에 내놓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표 직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의문이 제기됐다. 

 팝체인은 콘텐츠 기업 더이앤엠(THE E&M)이 '팝콘TV'와 '셀럽TV' 등 자사 플랫폼에서 글, 음악, 동영상 등 콘텐츠를 유통하기 위해 개발한 코인이다. 전형적인 리버스 ICO의 사례다.

 가장 큰 의혹은 코인을 소유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른바 '소수독점' 논란이다. 팝체인을 소유한 사람들은 20명 내외로, 상위보유자 2명이 90%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소수의 보유자가 시세 차익을 노리기 위해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또 아직까지 가상화폐공개(ICO)가 이뤄지지 않아 신뢰성을 지적하는 글도 올라왔다. 제대로 검증도 되지 않은 코인을 상장한다는 비판이다. 심지어 개발자가 빗썸 출신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팝체인은 ICO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이 돼 논란이 일었다. 코인이 공개되지 않은채 상장이 진행되면 유통 코인이 적어 코인 가격이 급등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의혹들이 나오자 한국블록체인협회도 제동을 걸었다. 블록체인협회는 16일 회원사인 빗썸에 대해 팝체인의 상장절차를 중단하고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빗썸은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여러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일단 상장은 연기하지만 의혹을 반박하기도 했다. 소수독점설은 ICO를 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보유구조이며, 팝체인과 빗썸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허백영 빗썸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빗썸이 팝체인을 상장하려던 이유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리버스 ICO를 추진해 고객에게 다양한 암호화폐를 선보이고, 시장 외연을 확대하려는 목표가 있었다"며 "이유 불문하고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부분은 전적으로 우리 책임"이라고 말했다. 

 팝체인 논란은 리버스 ICO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시사점을 남겼다. 통상 블록체인 기술 '백서'만을 통해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ICO보다는 상장을 마친 기업이 진행하는 리버스 ICO는 보다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팝체인은 결국 국내 거래소 상장을 포기하고 해외로 발길을 돌렸다. 그렇지만 암호화폐 거래소가 코인 상장 심사과정과 이에 대한 사후 규제가 명확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같은 논란은 계속해서 벌어질 수 있다.

 팝체인 관계자는 "해외거래소 '코인베네'와 '엘뱅크'에 상장돼 지금 거래가 되고 있다"며 "해외 시장을 거쳐서 차근차근 준비해 다시 한국 시장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리버스 ICO는 새로운 기회?..."코인가치만 높여 부작용 생길 듯"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최근 방한한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는 리버스 ICO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부테린 창시자는 "텔레그램처럼 많은 기업들이 리버스 ICO를 준비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 대기업들이 ICO에 뛰어드는 현상에 대해 "대기업 참여로 가치가 높게 형성되고 일부 큰 손 위주로 투자가 치우치면 부작용이 뒤따른다. 또한 이들 대기업이 블록체인 기술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산업이 점차 성숙되려면 토큰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ICO 이후에도 투자자들을 보호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패트릭 다이 퀀텀 창업자는 블록체인 기업들이 투자자에게 혼란을 주지 않도록 자금 사용 내역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다고 말했다. 그는 "ICO는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과 같다. 주식을 상장하게 하면 주주에게 투명하고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이 창업자는 "ICO를 통해 기업이 펀딩을 하게 돼도 특별한 규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자는 내가 투자한 기업이 얼마나 큰 돈을 썼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CO를 하고 나면 제3자 신탁 서비스를 이용한다거나 특정 정보공개 절차를 도입하는 등 최소한의 규제절차 필요하다"며 "월별, 반기별 리포트를 내서 투자를 어떻게 집행했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로젝트 관련 내용도 공개해 투자자가 사기인지 아닌지 알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투자자에게 플랫폼 진행상황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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