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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현안 쌓였는데…10개월째 비어있는 국민연금 CIO

등록 2018.06.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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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조원 기금운용 최고 책임자 공백 장기화…자본시장 우려감 고조

유력 거론 후보들, 인사검증 문턱 못 넘은 듯…재공모 관측도 나와

【서울=뉴시스】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서울=뉴시스】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국민연금공단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기금운용본부장 공백이 10개월 넘게 이어지며 자본시장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CIO는 62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운용해 '자본시장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중요한 자리다. 하지만 장기간 적임자를 찾지 못해 각종 현안 대처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CIO 자리는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인사 책임 등을 이유로 사표를 낸 후 현재까지 10개월째 공석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3월 공개 모집을 진행해 16명의 지원을 받았다. 국민연금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이 가운데 8명을 추려 면접을 실시한 뒤 ▲곽태선 전 베어링운용 대표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고문 ▲이동민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 등 3명을 후보자로 압축했다.

추천위는 이들에 대해서 4월 초부터 검증을 시작했지만 3개월차에 접어든 현재까지 최종 후보자를 추렸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곽 전 대표가 유력하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공식발표는 없는 상황이다.

추천위가 최종 CIO 후보자 1명을 선정하면 국민연금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임명한다. 당초 국민연금은 4월 말이나 5월 초께 새 CIO가 선임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전히 인사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 후보자들이 인사검증 문턱을 넘지 못해 재공모가 실시될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CIO 재공모설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검증 과정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 (후보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한 바 있다.

620조원에 달하는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자산규모 기준 세계 3대 연기금 가운데 하나다.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돈만 해도 올해 1분기 기준 131조원에 이르며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276개나 된다.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을 총괄하는 자리가 바로 CIO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공백상태가 이어지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의 주요 현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2018년 기금평가 결과'에도 "기금운용본부장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도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담겼다.

실제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하다가 철회한 지배구조 개편안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찬반 결정을 외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떠맡긴 것을 두고 CIO 공백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부 투자위원회를 이끌 CIO가 없는 상황에서 이처럼 민감한 이슈에 대해 자체 판단을 내리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투자 철회 여부, 이탈리아의 정국 불안에 따른 자본시장 불안, 7월로 예정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국민연금 CIO의 판단이 중요한 주요 현안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막대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CIO가 없는 상태에서의 기금 운용은 성과와 무관하게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사검증을 그대로 진행하든 재공모를 하든 빨리 CIO 공백을 해결해야 국민들의 노후자금에 대한 불안한 시선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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