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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보듬는다, 감히 위로하지는 않는다…뮤지컬 '무한동력'

등록 2018.06.03 16:24:38수정 2018.06.03 16: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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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무한동력' 김동연(왼쪽) 연출과 이지혜 작곡가 겸 작가가 24일 서울 동숭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무한동력' 김동연(왼쪽) 연출과 이지혜 작곡가 겸 작가가 24일 서울 동숭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청춘은 긍정이 아니다. 부정과 동격화한 시대다.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원뜻은 엄혹한 시대를 보내는 청춘과 각을 세운다. 밴드 '새소년'이 노래했듯 요즘 청춘은 난춘(亂春), 즉 '어지러운 봄날들'이다.

7월1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무한동력'은 청춘을 감히 위로하려 들지 않는다.

약 2년 반 만에 돌아온 이 공감의 뮤지컬은 주호민(37)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무한동력기관을 만드는 괴짜 발명가의 하숙 집에 모여든 청춘들이 녹록지 않은 현실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유쾌하면서 따뜻하게 그린다.

2008년 처음 연재한 웹툰에는 취업 준비생, 공무원 준비생, 아르바이트생, 고3 수험생, 사춘기 소년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들이 등장한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사람을 들뜨게 하고 세상의 시름과 걱정을 덜어내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무한동력'은 현실을 보여준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무한동력' 김동연(왼쪽) 연출과 이지혜 작곡가 겸 작가가 24일 서울 동숭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무한동력' 김동연(왼쪽) 연출과 이지혜 작곡가 겸 작가가 24일 서울 동숭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3. [email protected]

극작·작곡까지 도맡은 이지혜(44) 프로듀서는 "현실적인 오늘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담아보려고 애썼어요"라고 말했다.

사실 초반에는 "취직을 못하는 등 지난한 현실의 구체적인 것들은 관객이 바라거나 원하는 방향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톤 조절이 중요한 이유다. 뮤지컬 속에서는 웹툰의 유명한 대사가 그대로 나온다. 무한동력을 꿈꾸는 괴짜 발명가 '한원식'이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는 27세 '장선재'에게 건네는 말이다. "죽기 직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나겠는가. 아니면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는가."

작품이 태어난 10여년 전이면 이 말에 가슴 뭉클해질 청춘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선재가 그랬던 것처럼 '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청춘이 수두룩하다. 주 작가는 최근 이 대사를 '함부로 쓴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을 했다고 한다.

원래 시니컬하기로 유명한 이 프로듀서 역시 주 작가의 청춘에 대한 배려와 사회 흐름을 읽고 있었다. 미국 뉴욕대 뮤지컬 극작·작곡과를 졸업한 그녀는 현지에서 젊은 유망주들에게 주는 '조너선 라슨'상을 받았다. 조너선 라슨(1960~1996)은 절망과 아픔 등을 다룬 뮤지컬 '렌트' '틱틱붐' 등을 썼다.

이 프로듀서는 "뮤지컬로 섣불리 위로하겠다는 건방진 생각을 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무한동력' 이지혜 작곡가 겸 작가가 24일 서울 동숭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무한동력' 이지혜 작곡가 겸 작가가 24일 서울 동숭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3.  [email protected]

재연에 합류한 김동연(43) 연출은 "그럼에도 '(위로를 전달) 해내야 하지 않겠나'고 생각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주호민 작가가 원작을 쓴 지 10여년이 지났고, 그때와 많은 것이 변했죠.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도 나온 당시에는 위로가 됐지만, 지금은 거창한 말이 됐잖아요. 워낙 청춘이 힘들다 보니 '꿈을 가져라'는 말도 책임감 없게 들리는 것이죠."

주 작가의 또 다른 인기 웹툰 '신과 함께'의 뮤지컬 연출도 맡은 김 연출은 그럼에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다만 "꿈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면 했어요.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는 사람들의 의미를 공감하기를 바랐어요"라는 마음이다. 

재연된 이 작품은 초연 때보다 이야기 몰입도가 좋아졌다. 이전 버전이 여러 인물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달하는 것에 주력한 데 반해 이번 시즌에는 선재를 중심에 세우고 주변 인물을 더했다.

초연 때부터 귀에 감긴 넘버는 여전하다. 한 번 듣고 따라 할 수 있는 후크도 강렬한 '가늘고 길게', 진기한이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캐릭터와 반려견에 '덕후적인' 애정을 동시에 쏟아내는 '아스카, 나의 친동생' 등 위트 넘치는 노래가 많다. 장르도 록, 컨트리, R&B 등 다양하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무한동력' 김동연 연출이 24일 서울 동숭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무한동력' 김동연 연출이 24일 서울 동숭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3. [email protected]

'데빌' 등 작품성은 인정받았으나 어려운 곡들의 뮤지컬로 '복잡하고 힘든 넘버의 작품들을 왜 이렇게 쓰느냐'는 말을 들어온 이 작곡가는 "여러 장르를 쉽게 쓰는 것이 더 어렵다"면서도 "적절하게 넘버를 풀어놓는 뮤지컬 작곡의 덕목을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한동력'은 대중적인 소재로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마니아를 위한 요소도 상당하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넥스트 투 노멀 '맨 오브 라만차' 등 뮤지컬 패러디 장면들은 여전히 빛나고, 최근 인기를 끈 엠넷 '고등래퍼' 인용 장면이 추가됐다.

뛰어난 조율과 배치 능력으로 '파티 플래너'라는 이 작곡가의 칭찬을 듣는 김 연출은 "뮤지컬 연출은 좋은 요소를 잘 조율해 공통된 언어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면서 "작가, 작곡가의 의도를 존중하는 마음이 커요"라고 털어놓았다.

창작 뮤지컬 '심야식당'의 중국 라이선스 진출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는 김 연출은 "한국 작품 수준이 많이 올라갔어요"라면서 "특히 중극장과 소극장의 자생적인 프로덕션이 탄탄해졌어요. 잘 되고 오래 살아남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죠"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창작진이 꾸준히 키워온 '무한동력'도 장수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무한동력' 김동연(왼쪽) 연출과 이지혜 작곡가 겸 작가가 24일 서울 동숭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무한동력' 김동연(왼쪽) 연출과 이지혜 작곡가 겸 작가가 24일 서울 동숭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3. [email protected]


이 작곡가는 한층 더 넓게 내다보고 있다.

"범아시아적으로 통할 수 있는 면이 있다고 봐요. 청년 실업 문제, 가족 문제 등 현실적인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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