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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정소정 작가 "연극, 관객과 주고받는 적극적 행위"

등록 2018.06.06 11: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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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뿔' 정소정 작가가 1일 서울 대학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뿔' 정소정 작가가 1일 서울 대학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정소정(36) 작가의 연극 '뿔'이 5년 만에 돌아온다. 8일부터 17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봄 작가, 겨울 무대' 기념공연이다.

'봄 작가, 겨울 무대'는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작가들에게 장막희곡을 의뢰한다. 이를 연출가와 함께 작품을 올리는, 극작가 육성 프로그램이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총 6회 열렸고 이번에 재개됐다.

'뿔'은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며 평범한 직장인들의 삶을 그린다. 2012년 '봄 작가, 겨울 무대' 초연 당시 "사슴농장에서 일어나는 일그러진 판타지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속 계층 간의 약육강식을 잘 드러내는 무대"라는 평을 들었다. 그해 최우수 선정작으로 뽑혀 2013년 '봄 작가, 겨울 무대'에서 재공연했다.

베트남의 다낭(Da Nang)을 배경으로 한 '드림타임'을 지난해 국립극단 '차세대 연극인 스튜디오' 쇼케이스 무대로 선보이는 등 정 작가는 5년 동안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극작가가 됐다.

기술적, 정신적으로 성장한 정 작가의 변화가 '뿔'에 자연스럽게 반영됐다. 갑질 상사 앞에서 한없이 무능력하기만 한 '김 과장'이 인사평가를 앞두고 '이 부장', '안 대리'와 떠난 사슴농장 워크숍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정 작가 스스로 꾼 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래서 몽환적이고 그로테스크하다. 이번 버전에도 그런 정서는 살아있다. 그러나 이전보다 조금 더 희망적인 기운이 똬리를 틀고 있다고 했다. "처음 이 작품을 썼을 때와 지금의 마음이 변했고, 같은 것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달라졌어요"가 이유다. "절망했을 때 한 발짝 더 나가야 한다는 생각과 책임감이 들어, 조금 더 희망적으로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라는 얘기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뿔' 정소정 작가가 1일 서울 대학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뿔' 정소정 작가가 1일 서울 대학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5. [email protected]

극작가는 사회의 공기와 함께 숨 쉬는 사람이다. 달라진 사회의 분위기 역시 반영됐다. '뿔'이 초연한 이후 두 번 대통령이 바뀌었고,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가치관도 달라졌다.
 
"2012년과 2018년 사이에 많은 것이 일어나잖아요. 그런 것들을 다 함께 겪고 나서 관객과 다시 함께하게 된 것이죠. 연극은 관객들과 직접 만나 나누는 대화라고 생각해요. 액션과 리액션을 적극적으로 주고받는 행위죠."

'뿔'은 서럽고 치욕스러운 상황 속에서 동시에 느끼는 실직의 두려움을 '사슴'과 '뿔'이라는 소재로 풀어냈다. 뿔이 잘릴까 두려워하는 사슴처럼 가슴 속에 두려움을 안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공감할 수밖에 없다.

어릴 때 직장인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 'TV 손자병법'을 흥미롭게 보고 자란 정 작가는 연극계에서 직장인을 삶을 본격적으로 톺아보지 않았을 때부터 직장인과 공감하고 싶었다고 했다. 나아가 극 중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무의식에 관한 이야기는 특정 관객에게 국한하지 않은 상상력을 제공한다. 

정 작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 같으면서도 여러 꿈을 통해 숨겨진 이야기도 있어요"라면서 "꿈, 신화코드 등이 변주되면서 무한한 이야기가 나오죠. 보이지 않는 것 속에 숨겨둔 이야기가 많이 드러났으면 해요"라고 바랐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뿔' 정소정 작가가 1일 서울 대학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뿔' 정소정 작가가 1일 서울 대학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5. [email protected]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정 작가는 전공 수업보다 영화 동아리에서 글을 쓰고 연출을 하는 데 열심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연극과 함께 살았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다니던 직장을 박차고 나와 집필에 매진했다.

국내에 존재하는 대다수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작품을 냈다. 모두 다른 작품이었다. 10개 가까이 됐다. 2011년 신춘문예 세 곳에서 최종심에 올라갔고, 2012년 '모래섬'으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했다.

 무럭무럭 성장했으나 정 작가는 주목받는 것은 느끼지 못 한다. 다만 찜질방, 온라인 카페 등 다양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생각을 청취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그런 정 작가가 최근 관심을 쏟고 있는 인물은 '천재 시인' 이상(1910~1937·김혜경)이다. 오타쿠 기질이 넘치는 정 작가는 이상 연구를 위해 손꼽히는 '이상 전문가'인 신범순(62)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이끄는 학회에서 공부하고 있다.

"일제시대 '퇴폐주의 천재'라는 인상이 짙은데, 정말 중요한 작가예요. 불가능한 것을 실제 영역에서 이뤄내려 한 지평이 있는데 그것을 드러날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이상 자체가 너무 어려운 인물이라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새로운 발견을 위해 힘쓰고 있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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