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정은비·김드리, 돈 안따지고 맘껏 했다…뮤지컬 '붉은 정원'

등록 2018.06.08 14:15:5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붉은정원' 정은비(왼쪽) 작가와 김드리 작곡가가 지난 달 28일 서울 대학로 CJ아지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붉은정원' 정은비(왼쪽) 작가와 김드리 작곡가가 지난 달 28일 서울 대학로 CJ아지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뮤지컬 '붉은 정원'이 29일부터 7월29일까지 대학로 CJ아지트에서 공연한다. 러시아 문호 이반 투르게네프(1818~1883) 원작 소설 '첫사랑'을 각색한 창작물이다.

뮤지컬계의 떠오르는 창작진이 의기투합한 작품이어서 눈길을 끈다. 러시아 문호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법정 추리물이라는 장르로 변주한 각색이 일품인 '카라마조프'의 작가 정은비(29), 낭만적이면서 다채로운 선율로 호평을 들은 뮤지컬 '쥴리앤폴'의 작곡가 김드리(35)다.

원작은 열여섯 살 소년 '블라디미르'가 공작 부인의 스물한살 딸 '지나이다'에 사로잡힌 뒤 앓는 사랑의 열병 이야기다. 그녀에게 따로 애인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흥분한 뒤 그를 저주하는데, 이내 지나이다의 연인은 자신의 아버지로 밝혀진다.
 
뮤지컬은 작년 리딩 공연 당시 '감정이 과잉되지 않은 드라마와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음악들로 원작의 감동을 구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정 작가는 "원작에서 감정의 요동치는 부분들이 좋았다"면서 "사랑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접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붉은정원' 김드리 작곡가와 정은비(오른쪽) 작가가 지난 달 28일 서울 대학로 CJ아지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붉은정원' 김드리 작곡가와 정은비(오른쪽) 작가가 지난 달 28일 서울 대학로 CJ아지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8. [email protected]

원작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지만, 소년과 그가 사랑하는 여인 그리고 아버지 세 인물에만 집중한 이유다.

뮤지컬에서 소년은 이반이라는 이름을 가진다. 원작 작가 투르게네프의 이름이다. 투르게네프가 작중 소년 블라디미르는 '나의 과거'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지나이다는 지나로 이름을 축약했다. 원작에서 아버지는 방탕한 장교 이미지가 강한데, 뮤지컬에서는 지적인 작가 '빅토르'로 탈바꿈했다. 감수성이 충만한 자유로운 인물이다.  
 
정 작가는 "이반의 순수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원작에서는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 아버지의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면서 "원작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부분에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소설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을 뒤집었다. 블라디미르가 단순히 불쌍하고, 그의 부친은 단순히 나쁜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든 것이다. 정 작가는 "소설에 나타나지 않은 아버지의 심리에 대해 고민했다"고 귀띔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붉은정원' 정은비(왼쪽) 작가와 김드리 작곡가가 지난 달 28일 서울 대학로 CJ아지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붉은정원' 정은비(왼쪽) 작가와 김드리 작곡가가 지난 달 28일 서울 대학로 CJ아지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8. [email protected]

김 작곡가는 캐릭터 성격에 맞게 음악을 구성했다. "이반은 아무래도 순수한 소년이다 보니 감수성이 풍부한 멜로디를 배치했고, 지나는 당차고 색깔이 확실한 여성을 표현했으며, 아버지는 이반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성숙한 음역대나 악기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반에게 플루트, 지나에게 바이올린, 아버지에게 첼로를 주 악기로 배치한 이유다.

무엇보다 김 작곡가는 자신이 만든 멜로디에 정 작가의 시적인 노랫말이 붙여져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가사가 좋아서 프린트를 한 뒤 시집처럼 읽고 다녀요. 그런 점이 뮤지컬에서 고전미를 살리는 장점이 되죠."

인간 본연의 감성인 사랑과 예술적인 통찰에 톺아보는 '붉은 정원'은 사실 대학로에서 유행하는 상업적인 뮤지컬 흐름과 궤를 달리한다. 매력적인 남성주인공, 자극적인 소재와는 거리가 멀다.

두 사람이 석사 격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협동과정에서 만나 개발한 작품은 상업적인 고려 없이 본인들의 성향대로 만든 것이었다.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최우수 선정뮤지컬로 뽑히면서 정식으로 대학로에 선보이게 됐다.

정 작가는 어릴 때 '페임'을 본 뒤 뮤지컬에 꿈을 품었다.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은 뮤지컬 영화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다. 학부에서 작곡을 전공한 김 작곡가는 대학원에서 오페라를 공부하고 싶었으나, '벽을 뚫는 남자' 등을 보고 뮤지컬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붉은정원' 정은비(왼쪽) 작가와 김드리 작곡가가 지난 달 28일 서울 대학로 CJ아지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붉은정원' 정은비(왼쪽) 작가와 김드리 작곡가가 지난 달 28일 서울 대학로 CJ아지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6.08. [email protected]

'스테이지업' 프로그램은 젊은 두 사람 같은 대중문화분야의 인재를 발굴·육성하고 콘텐츠 개발을 지원한다. 정 작가와 김 작곡가를 2016년 각각 주목 받게 만든 '카라마조프'와 '줄리앤폴'로 역시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공모 선정작이다.

두 여성은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젊은 창작자들을 위한 지원이 새삼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정 작가는 "'붉은정원'은 욕심 없이 '본 공연'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만든 작품"이라면서 "상업성이 보장돼야 공연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김 작곡가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더 펼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아직 신인이라 고민이 많고 힘든 점도 있죠.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을 후회 없이 펼쳐도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본 지금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게 됐어요"라며 웃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