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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세상 "해외입양 유기견 데리고 비행기 탈 분 찾습니다"

등록 2018.06.08 11:26:48수정 2018.06.08 14: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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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동물보호단체 '동행세상'의 엄지영, 두선애, 김세현(왼쪽부터) 씨가 서울 충무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동물보호단체 '동행세상'의 엄지영, 두선애, 김세현(왼쪽부터) 씨가 서울 충무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정환 기자 =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어느새 힘든 기억은 사라지고 보람만 가득해진다."

동물구조단체 '동행세상'의 운영진인 엄지영씨와 두선애씨는 매일매일이 흐뭇하기만 하다. 외국으로 입양된 유기견들이 현지에서 새 주인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유기견 중에는 '백구'라고 불리는 흰색 진돗개도 있고, 보기만 해도 위압감을 느끼게 되는 도사견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키우는 유기견 '토리'의 동생이기라도 한 듯 잘생긴 작은 믹스견도 있다.

동행세상은 국내 수많은 동물구조단체 가운데 해외입양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곳으로 성가가 높다.

동행세상은 2015년 11월 경기 안산의 식용견 농장에서 온갖 학대를 받으며 삶을 마감할 날만 기다리던 개와 고양이 31마리를 구조한 것을 계기로 설립됐다.

이후 수많은 식용견을 구조해 보호하며 입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큰 문제점을 발견했다. 식용개 농장에서 사육되는 개는 주로 도사견 믹스, 진돗개(믹스 포함) 등으로 이들은 체구나 성질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선뜻 입양에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동물보호소는 유기동물을 일정 기간 보호한다. 하지만 이 기간에 키울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다. 식용개 신세를 간신히 면한 개들도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구조다. 중대형견뿐 아니다. 한눈에 봐도 믹스견이거나 장애가 있다면 소형견 역시 입양 대상에서 한참 벗어나버린다.

동행세상은 이러한 현실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두씨는 "지옥에서 간신히 벗어나 조금씩 안정을 찾고 굳게 닫은 마음의 문을 사람들에게 조금씩 열어가던 아이들인데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사나울 수도 있다는 편견과 선입관 탓에, 장애가 있다고 해서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을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고민하던 동행세상 운영진이 해외로 눈길을 돌린 이유다. 그런데 영어에 능통한 사람이 없었다. 결국 이들은 매일 밤낮으로 구글 번역기를 돌려 문장을 만들고 SNS 등을 통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입양을 호소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500여마리를 구조해 2016년 국내 117마리, 해외 21마리를 입양시킨 데 이어 지난해 국내 68마리, 해외 81마리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그래도 아직은 미흡하기만 하다.

엄씨는 "국내 입양은 이제 어느 정도 활성화했다고 생각한다. 동행세상 외에도 여러 단체가 잘 진행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외면 받는 개들이 있고, 이들은 하루하루 불안하게 살아간다. 개도 자신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날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그 아이들이 가져야 했던 불안감을 몇 배 더 보상해주고 싶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유기견을 국내에 입양시켜야지 왜 해외입양을 추진하느냐는 반발도 일부 있다.

 두씨는 "국내 입양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도 잘 안다. 하지만 과거에 사람도 해외 입양이 많았지만, 시간이 흘러 입양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국내 입양이 늘어난 것처럼 유기견 입양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다. 다만 아직 그런 것이 쉽지 않으니 국내 입양이 힘든 아이들은 일단 해외로라도 입양을 추진해 생명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동물보호단체 '동행세상'의 엄지영, 두선애, 김세현(왼쪽부터) 씨가 서울 충무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동물보호단체 '동행세상'의 엄지영, 두선애, 김세현(왼쪽부터) 씨가 서울 충무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현실적 대안인 유기동물 해외 입양을 활성화하려면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두씨는 "입양해 가는 외국인이 운송 비용을 부담하는데 그 비용만 줄일 수 있다면 좀 더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즉, 동물만 '화물'로 비행기에 실어 보내는 경우 적잖은 비용이 들지만, 탑승객이 자신의 수하물로 처리하면 그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그래서 외국, 특히 미국행 비행기를 이용하는 탑승객 중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데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자원봉사가 있는 줄 모르는 사람이 많고, 있다 해도 번거로우리라고 지레 짐작하기 일쑤다.

엄씨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검역 등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인계하는 것이니 수하물로 보내고 현지에서 이를 찾아 입양인에게 전달해주면 된다. 물론 그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분이 도와주면 감사하겠다"고 청했다.

3000여 회원이 활동하는 동행세상에는 직접 동물 구조에 나서는 활동가 회원도 있지만,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후원 회원도 많다. 사업가 김세현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김씨는 "우연한 기회에 동행세상을 알게 됐고, 이 분들의 헌신적인 활동에 감동을 받아 후원하게 됐다. 내 주변에도 그렇고 많은 국민이 유기동물 구조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어떻게 힘을 보탤지 몰라 고민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간단하다. 직접 구호에 나서는 것도, 후원금을 내는 것도 가능하지만, 일단 생명은 어떤 모습, 어떤 상태에 있더라도 가치가 같고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내가 동행세상에 감화된 것도 그런 마음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엄씨와 두씨는 국민들에게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고 답했다.

"올여름에도 많은 분들이 미국 여행을 갈 것이다. 그럴 때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새로운 가족을 맞게 된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편안한 여행을 조금만 희생해주면 어떨까?"

한편, 동행세상은 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북 익산시 어양동 중앙체육공원에서 '동행세상×익산보호소 바자회'를 연다.

 제대로 된 구호 유기동물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지탄을 받던 익산시 유기동물 보호소가 새로 부임한 소장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안락사 없는 시보호소'로 변신한 것을 축하하고, 180마리나 되는 유기동물을 돌보는 이곳의 운영을 돕는 기금을 마련하는 행사다.

동행세상 회원, 주민 등 5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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