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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보인 타선·리드 지킨 불펜…'불운' 브리검, 오랜만에 웃었다

등록 2018.06.13 21: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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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제이크 브리검.

넥센 히어로즈 제이크 브리검.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올 시즌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아 '불운의 아이콘'이던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30)이 오랜만에 웃었다.

 브리검은 1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90개의 공으로 7이닝을 책임진 브리검은 삼진 6개를 솎아냈고, 볼넷 2개만을 내줬다.

 타선이 6회말에만 4점을 올리며 집중력을 보여주고, 불펜이 리드를 힘겹게 지켜내 넥센이 4-2로 승리하면서 브리검은 시즌 3승째(5패)를 수확했다.

 지난달 26일 고척 롯데전에서 시즌 2승째를 수확했던 브리검은 18일 만에 승수를 추가하는데 성공했다.

 올 시즌 브리검은 그야말로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승운이 너무 따르지 않는 탓이다.

 이날 경기까지 올 시즌 14경기에 등판한 브리검은 무려 10차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찍었다. 이날까지 평균자책점은 3.47이다. 준수한 성적표에 비해 승수는 턱없이 모자르다.
 
 타선의 지원도 미미했다. 브리검이 등판할 때마다 넥센 타선은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브리검의 경기당 득점 지원(선발투수가 던진 이닝까지의 팀 득점)은 2.62점에 불과했다. 퀄리티스타트를 해도 승리를 거두기 힘든 수치다.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경기에서 4패를 떠안았고, 승리 요건을 갖추고도 불펜이 무너진 탓에 날린 경기도 3경기나 된다.

 올 시즌 5번째 등판인 4월 19일 고척 NC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브리검이 두 번째 승리를 따낸 것은 38일 만인 지난달 26일 고척 롯데전이었다.
 
 장정석 넥센 감독도 "브리검이 승운이 유독 없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해왔다.

 브리검은 시즌 세 번째 승리도 힘겹게 따냈다.

 브리검의 투구는 빼어났다. 브리검은 최고 시속 149㎞짜리 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주무기 삼아 한화 타선을 요리했다. 여기에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를 섞어던졌다.

 1회초는 다소 불안했다.

 이용규에 몸에 맞는 공을 던진 뒤 강경학을 볼넷으로 내보낸 브리검은 무사 1, 2루의 위기에서 이성열에 2루수 앞 병살타를 유도하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다.

 하지만 브리검은 이어진 2사 3루에서 제라드 호잉에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한화에 선취점을 헌납했다.

 송광민을 삼진으로 잡고 더 이상의 실점을 막은 브리검은 안정을 찾았다. 2회초를 삼자범퇴로 끝낸 브리검은 3회초 선두타자 최재훈에 중전 안타를 맞은 뒤 이용규에 병살타를 유도해 순식간에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브리검은 강경학을 삼진으로 솎아냈다.

 4회초 1사 후 호잉을 볼넷으로 내보냈던 브리검은 호잉을 견제사로 잡아내며 '결자해지'했다. 호잉은 송광민을 루킹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넥센 히어로즈 제이크 브리검.

넥센 히어로즈 제이크 브리검.

5회초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브리검은 6회초 선두타자 최재훈에 안타를 맞은 뒤 이용규에 희생번트를 허용해 1사 2루의 실점 위기를 만났다. 브리검은 강경학, 이성열을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을 막았다.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은 투구를 이어갔음에도 브리검은 6회까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되려 패전 투수가 될 뻔했다.

 넥센 타선이 '천적' 제이슨 휠러 공략에 애를 먹으며 좀처럼 점수를 내지 못한 탓이다. 휠러는 이날 경기 전까지 넥센전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0.73에 불과했다.

 찬스를 살리지 못한 장면도 아쉬웠다. 넥센은 2회 이택근, 고종욱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의 찬스를 잡았으나 김혜성이 병살타를 치면서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넥센 타선은 6회말 드디어 브리검의 호투에 화답했다.

 6회말 이정후의 안타와 김규민의 몸에 맞는 공으로 1사 1, 2루를 만든 넥센은 박병호의 우전 적시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김민성의 몸에 맞는 공으로 2사 만루의 찬스를 이어간 넥센은 고종욱의 우전 적시타와 김혜성의 2타점 우전 적시타가 연달아 터지면서 4-1로 역전하는데 성공했다.

 브리검은 오랜만의 타선 지원에 힘이 난 듯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호잉을 삼진으로, 송광민과 백창수를 각각 좌익수 뜬공과 3루수 땅볼로 물리쳤다.

 승운 없는 브리검이 승리를 놓칠 뻔한 장면은 또 나왔다.

 8회초 마운드를 이어받은 이보근이 하주석의 안타 때 실책을 저질러 무사 2루의 위기를 자초했고, 이후 2사 2루에서 이용규에 적시타를 허용한 것.

 그러나 이날은 불펜도 잘 버텨줬다. 2-4로 쫓긴 8회초 2사 1루 상황에 등판한 김상수는 강경학에 안타를 허용하면서 2사 2, 3루의 위기에 몰렸으나 이성열을 삼진으로 잡고 리드를 지켰다. 김상수가 9회를 삼자범퇴로 끝내면서 브리검은 승리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브리검은 "승리해서 기분이 좋다. 팀이 하나가 됐고, 이기고자 하는 열망이 컸다"며 "우리 팀에 좋은 타자가 많고, 앞으로 선발로 던질 기회도 많다. 점수는 언젠가 날 것이라 믿고 있어서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했다.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은 순리에 맡겼다"고 강조했다.

 브리검은 "배터리를 이룬 포수 김재현과 호흡이 좋았다. 전체적인 구종이 마음먹은대로 잘 들어갔다"며 "상대 타자 밸런스에 혼란을 주는데 용이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개인적 승리도 좋지만,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목표다. 선발 투수로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지난해 가지 못한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도록 선발 투수로서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브리검이 선발 등판할 때마다 좋은 투구를 하고도 결과가 좋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다. 오늘 경기로 징크스가 깨졌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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