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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젠룽 "트럼프,김정은 다루는 법 깨달은 듯…결단 유도"

등록 2018.06.1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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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한미합동훈련 증딘 제안했다는 설 사실 아냐"

시진핑 "우리가 지켜줄테니 걱정말고 미국과 협상하라"

[인터뷰] 주젠룽 "트럼프,김정은 다루는 법 깨달은 듯…결단 유도"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일본 내 대표적인 북중 전문가인 주젠룽(朱建榮) 도요가쿠엔(東洋学園)대학교 교수는 18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북한에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중단하라고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중국 정부 관계자를 통해서 확인을 해봐도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다"며 "중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면 틀림없이 남북 통일 등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 문제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나서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중단하라고 할 필요가 없으며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면 오히려 한국이 먼저 나서서 말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주 교수는 아울러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현실적인 첫 걸음을 뗐다"고 평가하면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이겼다는 평가는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미 양국이 서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방법으로 중국이 주장해 온 쌍중단(雙中斷·북한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중단)을 채택했을 뿐이며 중요한 것은 북한 비핵화 협상의 주역은 미국과 북한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중국 정부도 북한 비핵화는 북한이 주역이 돼 체제 보장을 받고 싶어하는 미국과 직접 협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중국 상하이(上海)출신으로 화동사범(華東師範)대학 외국어학부를 졸업한 주 교수는 1986년 일본에 유학온 재일 중국인 학자 1세대다. 중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북한과 중국간 70년 역사의 흐름을 짚어온 주 교수를 지난 15일 만나 북미 정상회담후 정세에 대해서 들어봤다.

-6월 12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북미 정상회담으로 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현실적인 첫 걸음을 뗐다고 평가한다. 사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까지 미국을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핵을 한꺼번에 모두 다 내놓으라는 주문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북한이 대화를 중단해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러한 북한의 불안, 우려 등을 현실적으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물론 이번 회담만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다만 지난해 말 서로 위협하며 한반도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했던 때를 생각하면 북미 양국이 비핵화 방향으로 가는 현실적인 첫 스타트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국제사회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게 유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다루는 법을 알았다는 말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부터 북한에 대해서 잘 알고 전략적으로 접근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과 여러 번 협상을 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현실적인 방법이 뭔지 깨달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은 북한에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항복하는 모양새를 취하게 하면 오히려 더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협상 과정에서 알았을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주도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고 나가지만, 최종적으로는 북한이 스스로 결단해서 가는 형태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본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을 시사하고, 북한이 핵 실험 중단 의지를 밝히면서 사실상 중국이 원하는 방향대로 회담 결과가 나왔다는 평가가 많다. 북미 정상회담의 최종 승자는 중국이라는 말도 있다.

 "현 시점에서 중국이 이겼다 졌다는 등의 평가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서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방법으로 중국이 주장해 온 쌍중단을 채택했다고는 평가할 수 있다. 즉 현재의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방법으로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 쌍중단이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북한 비핵화 협상의 주역은 미국과 북한이라는 점이다. 역시 북한의 비핵화는 미국이 주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북 압력이 없었다면 북한이 이렇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이 오랜동안 북한과의 관계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북한에 무리하게 압력만 가해서는 북한이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환경을 잘 정비해 북한을 유도해나가지만 결정 및 행동은 북한 스스로가 하는 형태가 되야한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따라서 북한 비핵화 문제도 북한이 스스로 정점에서 내려가는 길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중국은 판단했다. 그리고 그 길은 중국이 앞장서서 가는게 아니라 북한이 주역이 돼 체제 보장을 받고 싶어하는 미국과 직접 협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도 생각했다."

-그렇다면 중국이 북한을 컨트롤했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인가?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두고 중국이 이겼다, 미국이 이겼다고 단순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을 한 것이다. 물론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알게 됐다. 첫 번째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제안해온 쌍중단이 현실적인 비핵화 방법이라는 점을 북미 양국이 사실상 수용했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비행기로 싱가포르를 이동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중국 비행기를 이용했다는 것은 북한이 중국을 완전히 신뢰한 증거로 볼 수 있다. 사실 지난 3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을 북한 지도자로 인정하고 양국의 신뢰 관계도 회복되는 계기였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김 위원장에게 두 곳을 안내했다. 하나는 천단(天壇)이다. 천단은 천명을 받은 지도자가 가는 곳이다. 중국이 김 위원장에게 그곳을 안내한 것은 중국이 그를 북한의 지도자로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또 하나는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중관촌인데, 이는 김일성대학교 학생 등 북한의 유능한 젊은이들을 중국에서 공부시키면 북한도 이렇게 발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한 번의 회담만으로 김 위원장이 중국에 갖고 있는 불안, 경계심이 완전히 해소됐다고는 볼 수 없다.

 지난 5월 다롄(大連)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두 번째 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은 중국이 북한의 체면을 세워줄 뿐만 아니라 북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김 위원장의 중국 비행기 이용으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잘 되면 북한이 중국을 배신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는데 이는 북한과 중국의 오랜 역사와 최근의 신뢰 관계 회복 과정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중관계와 관련해 다롄에서의 두번째 북중 정상회담의 의미를 좀더 설명해달라.

 "지금 돌이켜보면 김 위원장에게 베이징에서의 첫 번째 북중 정상회담은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니까 다롄에서 시 주석을 또 만났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다롄에서 중국과 회담한 후 태도가 달라졌다고 불만을 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중국의 최종 목적은 북한의 비핵화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과정중이었던 다롄 회담 당시 북한에 일부러 미국을 나쁘게 말할 필요도 없었으며, 협상에 방해가 될만한 지시를 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듣기로는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 대한 어드바이스를 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즉 김 위원장은 비핵화 과정에서 미국이 군사적 압력을 가하면 어떡하냐고 걱정했고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우리가 지켜줄테니 걱정말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자신들이 북한을 다독이고 이끌고 간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북한에게 지시도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들이 북한 뒤에 있다는 점을 북한에 각인시켜 김 위원장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단해서 비핵화로 가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자신을 낮추고 북한을 내세워주는 방식이 북한 비핵화를 이루는데 있어 중국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다롄 회담 이후 자신감을 얻은 김 위원장은 이후 미국에 당당하게 행동했을 것이며, 중국의 비행기도 서슴없이 탄 것이라고 본다. 

 여기서 또 하나 시 주석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면 틀림없이 남북 통일 등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 문제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 당장 북한에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은 물론 주한미군 철수를 미국에 요구하라고 하지 않아도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자연스럽게 순서대로 이뤄질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면 한국이 먼저 나서서 말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본다. 중국 정부가 북한에 한미 연합 군사 훈련 등을 미국에 요구하라고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는데 내가 알기로는 사실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최근 시 주석의 한반도 전략이다."

-시진핑의 한반도 전략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중국은 미국 등 국제적 차원에서의 외교도 중요하지만, 이웃나라와의 외교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사가 불가능한만큼 이웃나라 관계는 계속해서 중국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베트남과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1979년 중국은 친중 노선을 걸었던 캄보디아에서 베트남군을 철군시키기 위해 베트남을 침공했다. 국경 지역의 국지전이지만 베트남의 희생이 컸고 이때 경험으로 베트남 사람들은 지금도 중국에 대해서 원한을 갖고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중국은 이웃나라의 원한을 사면 결국 중국에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재 중국 정부는 한국의 사드 문제에 대한 대응에 대해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한국이 북한을 염두해두고 사드를 배치했다는 것을 알지만 그 너머의 미국의 목적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한국에 강하게 나갔다. 그 결과 한국도 중국에 크게 반발했고 한국 국민의 중국에 대한 감정도 많이 악화됐다. 이를 경험한 시 주석은 중국이 한반도 사람들에게 (깊게 간섭해서) 반발심을, 원한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즉 시 주석은 북한 자체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외교 전략 시야에 넣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 평화협정 관련 협상에서 중국을 포함시키는 것을 그 동안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까지 그런 것은 맞다. 1992년 한국과 중국이 국교 수립하자 북한은 중국에 휴전위원회에서 나가라고 요구해 결국 중국은 나갔다. 중국이 한국과 국교를 맺은데 대한 북한의 불만, 충격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해 남북미 3자, 혹은 4자 소리가 나온 것을 보니 그때만해도 북한은 좀 고민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후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중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또 다롄 회담을 통해서 중국을 신뢰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이때부터 북한은 중국을 빼고 진행하자는 생각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북한의 생각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해 3자, 4자 등의 표현이 빠진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후 일본 정부는 북한과의 직접 대화 의욕을 선명히 했다. 어떻게 전망하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국내 정치에 이용했다. 올해 들어서면서 북핵 문제의 국면이 전환되자 이러한 아베 총리의 전략은 일본 외교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이를 북한이 모를 리가 없다. 그래서 사실 앞으로의 북일관계는 일본 정부가 어떤 태도와 마음을 먹었는지가 아니라 북한이 어떤 반응과 태도를 내놓을지에 달렸다. 사실 아베 총리는 앞으로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높여왔던 일본인 납치 문제 허들을 어떻게 얼마나 낮추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이제 그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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