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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압박 거세지만"…서울 집값 하락 쉽지 않을 듯

등록 2018.06.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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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 압박 거세지만"…서울 집값 하락 쉽지 않을 듯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최근 정부 규제 강화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지만 2∼3년간 집값이 수억원씩 큰 폭으로 오른 것에 비하면 여전히 하향세는 소폭 수준이라는 여론이 많다.

 전문가들은 여당의 지방선거 압승, 미국의 금리인상과 보유세 인상, 입주물량 증가로 인해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집값 역시 하락세도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번 오른 집값이 다시 하락하긴 쉽지 않고 오히려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은 집값이 오르고 있어 단기간에 수억원씩 집값이 급락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한국감정원의 '5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03%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3년 8월(-0.13%) 이후 57개월 만에 첫 하락이다. 전국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은 올 2월 0.20%를 기록한 후 3월 0.12%, 4월 0.06% 등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경우는 이번 조사에서 -0.11%를 기록해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에 하락으로 돌아섰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건축 부담금 과세 등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강남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집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은 크지 않다. 강남 재건축 단지의 경우 연초 대비 2억원 가량 하락했지만 2016년 이후 2~3년간 10억원 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송파구 리센츠 전용면적 124㎡의 경우 2년 전인 2016년 5월 13억5000만∼15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로얄층의 경우 10억원 이상 오른 23억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은마아파트 76㎡형은 올 초 16억원 안팎에 거래됐지만 최근엔 2억원 떨어진 14억원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은마아파트의 경우도 2년 전에는 10억원대 거래되던 매물이라 당시 대비 이미 4억원이나 올라있는 상태다.

  "규제 압박 거세지만"…서울 집값 하락 쉽지 않을 듯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역시 마찬가지다. 전용 76.5㎡는 지난 4월 최고 18억2000만원에 팔렸으나 5월 거래 신고액은 17억4000만원으로 8000만원 하락했다. 이 단지 역시 2016년에는 11억~12억대에 거래돼 최근 일부 가격이 빠졌어도 여전히 2년 전 대비 5억 이상 올라있다.

 실제 송파구의 경우 5월 한달 동안 0.16% 가격이 하락했지만 최근 1년 사이 10.52%나 가격이 급등했다. 최근 3년 동안 상승폭은 15.76%, 5년은 18.17%에 달한다.

 강남구 역시 지난달 0.14% 떨어졌지만 최근 1년간 상승폭은 10.45%나 된다. 최근 3년 동안 무려 21.45%나 폭등했고 5년 동안은 27.70% 올랐다.

 다만 대출 규제가 여전하고 공급물량 증가와 전셋값 하락, 금리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하반기부터는 집값이 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연 1.50~1.75%에서 연 1.75~2.00%로 0.25%p 올렸다. 올 들어 두 번째 금리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10년 만에 2% 시대를 맞았다.

 당장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진 않겠지만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 폭이 0.50%p로 확대됨에 따라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리가 오르면 주택 수요자들의 자금 압박이 커지면서 주택 구매나 투자가 힘들어지게 된다.

 또 강남 헬리오시티발 공급물량이 쏟아지면 강남 집값 역시 일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헬리오시티는 총 9510가구의 미니신도시급 규모다. 2월만 해도 9억원까지 갔던 전용 84㎡ 전세는 세입자 선점을 위해 7억원대까지 떨어졌다.  12월 입주가 다가올 때쯤엔 5억원대까지 전셋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전셋값이 떨어지면 매매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강남 집값도 지금보다 하락할 것"이라면서 "헬리오시티 가구수가 워낙 많아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오는 21일 공청회를 열어 보유세 개편 권고안을 공개하면 집값 하락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은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과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절충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세율 조정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규제 압박 거세지만"…서울 집값 하락 쉽지 않을 듯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종부세 개정안에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100%로 올리고 주택·토지 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자문위원은 "보유세 개편과 금리인상이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각종 규제드라이브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의 집값이 2년 전 수준으로 떨어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 수요가 빠진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는 투자 문의가 줄면서 거품이 빠지고 있지만 여전히 실거주 수요가 많은 마포나 용산, 성동구 등은 하락세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들이 중개업소를 통해 일정 금액 이상 집값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집값 담함을 강요하는 행위도 여전하다. 집주인 역시 규제가 강해진 만큼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가는 사람도 많은 상황이다.

  서울의 경우 부동산의 수요층이 두껍고 투자 가치가 높다는 점이 쉽게 바뀌지 않아 당분간 위축된다 하더라도 가격이 급락할 정도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히려 직주근접 수요나 개발 호재가 있는 마포구, 서대문구, 중구, 강서구 등은 국지적으로 상승했다. 실제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성북구(0.54%)와 서대문구(0.50%), 강서구(0.41%) 등은 가격 하락 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주변 시세에 비해 2억~4억원 가량 저렴한 '로또' 청약 아파트 인기 역시 집값 하락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청약을 끝낸 힐스테이트 금정의 경우 GTX-C 노선이 개통되면 교통 호재로 인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대중 교수는 "집값이 오를 때는 앞만 보고 달리지만 하락할 때는 바로 뒤만 쳐다보게 된다"면서 "정부가 규제책을 쏟아내더라도 지금보다 조정되거나 하향 안정세로 이어지지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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