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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한용 개성공단협회장 "정부, 재가동 선제조치 취해야"

등록 2018.06.20 16: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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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기업 30개 해외로 이전…파산 신청도 거부돼"

"방북해 시설현황 살펴야 언제든 재가동 가능하다"

"文대통령이 남북경협 당사자 만나서 의지 보여야"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별관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창간 17주년 기념 2018 뉴시스 포럼 '통일경제, 기회와 도전'에서 '국내 기업, 대북진출 어떻게 준비해야하나'를 주제로 신한용 개성공단협의회장이 패널들과 토론을 하고 있다. 2018.06.1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별관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창간 17주년 기념 2018 뉴시스 포럼 '통일경제, 기회와 도전'에서 '국내 기업, 대북진출 어떻게 준비해야하나'를 주제로 신한용 개성공단협의회장이 패널들과 토론을 하고 있다. 2018.06.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현 기자 = "북한과 화해 무드가 조성됐는데도 개성공단에 정부 차원의 선제적 조치가 없어 아쉽다."

 신한용 개성공단협의회장은 19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입주기업이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먼저 주도적으로 사업 재개 프로세스를 안내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지침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회장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정부의 본격적인 움직임은 시작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면서 긴장 완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남북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아직 답보 상태라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반발하며 전면 폐쇄했다. 이후 북한의 계속된 핵 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국제사회도 개성공단이 북핵 개발 자금줄로 이용돼선 안 된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채택했고 개성공단 재가동 기미는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러다 올해 들어 남북 해빙 무드가 형성되면서 개성공단 재개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판문점선언에서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 지역에 설치하기로 합의하면서 공단 재가동의 전조라는 전망도 나왔다. 다만 정부는 대북 제재 국면에 변화가 생기면 개성공단 재가동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와 관련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인 상황에서 어떻게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수 있겠냐는 게 정부 생각인 것 같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갑작스러운 공단 폐쇄로 생산설비와 자재를 두고 온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재가동이 한시라도 빨리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지금 당장 공장 운영을 시작하지는 못하더라도 재개 준비 작업에는 나서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신 회장은 "공단에 남겨두고온 시설이나 설비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보수에는 얼마나 돈이 들지 확인하는 게 급선무"라며 입주기업의 북한 방문을 정부에 요구했다. 입주기업 대표들은 지난 3월까지 다섯 차례 방북을 신청했지만 모두 거절됐다.
【서울=뉴시스】북한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해 개성공단 전면 폐쇄 및 남측 인원 추방, 군사통제구역 선포 등 강대강 맞불을 놓으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사진은 2013년 9월 17일 북한 개성공단 내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 2016.02.13.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해 개성공단 전면 폐쇄 및 남측 인원 추방, 군사통제구역 선포 등 강대강 맞불을 놓으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사진은 2013년 9월 17일 북한 개성공단 내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 2016.02.13.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다음은 신 회장과의 일문일답. 

 -지금 입주기업의 상황은 어떤가.
    
 "지리멸렬이다. 입주기업 123개 가운데 30개는 공장을 동남아, 아프리카 등 해외로 옮겼다. 국내 다른 지방으로 공장을 이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답한 108개 기업 중 정상적으로 경영되고 있는 곳이 60%다. 전년 대비 매출은 26.8% 감소한 상황이다. 자산이 개성에 있다는 이유로 일부 기업의 파산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한 남측 인력이 개성공단 지역에 넘어갔다. 개성공단 재가동 희망도 보이는가.

 "입주 기업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가 개성공단 재개의 신호탄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애초부터 개성공단 재개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아직까지 남북 경협 사업은 시기상조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대북제재가 완전히 풀려야 경협이 시작될 수 있다고 한다면 입주기업으로서는 불만스럽다. 남북, 북미 관계가 무르익었으니 이제 우리 정부가 해야 할 몫이 있는데, 정부에서 한 발짝도 선제적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위해 해줘야 할 구체적인 역할은.
 
"당장 공장을 돌리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입주기업이 지난 정부부터 줄기차게 요구했던 시설물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을 받아줘야 할 때다. 공장에 어떤 설비가 새로 갖춰져야 할지, 재가동에 자금이 얼마나 들어갈지 파악할 수 있도록 북한에 들여보내달라는 것이다. 재가동 시점이 언젠가 될 지는 모르지만 점검·준비가 돼야 다시 들어갈 수 있다."
【파주=뉴시스】권현구 기자 = 정부가 개성공단 조업을 전면 중단한다는 발표가 하루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차량 운전자가 입경 후 북측에서 사용하는 임시 번호판을 떼고 있다. 2016.02.11. stoweon@newsis.com

【파주=뉴시스】권현구 기자 = 정부가 개성공단 조업을 전면 중단한다는 발표가 하루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차량 운전자가 입경 후 북측에서 사용하는 임시 번호판을 떼고 있다. 2016.02.11. [email protected]

-1년 전 뉴시스와 인터뷰 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지금도 만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대기업 경제인과 소상공인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문 대통령에게 남북 경협의 의지가 있다면 입주기업인을 불러서 수제맥주든 막걸리든 마시며 의지를 표시해야 남북 경협에 촉매제가 생긴다. 어느 날 슬그머니 문 열어놓고 개성으로 가라는 건 명분도 떨어지고 동력도 약하다. 입주기업과 남북 경협 당사자들은 그런 자리를 기대하고 있다."

 -다시 개성공단이 가동됐을 때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난 10년 동안 개성공단은 절름발이 신세였다. 천안함 폭침과 5.24 조치, 우리 정부에 의한 개성공단 전격 폐쇄까지 많은 정치적 사건이 있었고 개성공단은 흔들렸다.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어 왔다. 그 책임이 기업인에게 있지 않다. 개성공단이 애초 계획대로 3단계 개발을 완성했다면 IT, 반도체 사업도 들어가는 종합적, 국제적 공단이 됐을 거다. 섬유공장, 봉제공장이나 있는 사양산업 공단이라는 혹평은 들을 수가 없다. 3단계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이 2018년인데, 지금 개성공단은 어디에 와 있나. 개성공단이 재개된다면 10년의 역사를 답습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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