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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난민의 날'인데…"난민 오면 강간·살인" 괴담 난무

등록 2018.06.20 15: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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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0일 세계 난민의 날…어느 때보다 적대감 커져

"배타적이고 사회 문제 일으키는 이들 어떻게 받나"

"한국도 과거 난민 다수 배출…역지사지해야" 반론도

전문가 "난민 접해본 경험 없이 편향된 정보 치우쳐"

"사건·사고 뉴스만 듣고 혐오감…이해와 교육 필요"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예멘 난민들이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여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18.06.18.  bsc@newsis.com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예멘 난민들이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여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18.06.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타국에서 난민들이 저지른 범죄 기사들을 보면 고운 말이 나올 수가 없죠. 무섭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에요." (김미리씨·28·직장인)

 20일은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전체 난민 수는 약 685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분쟁과 박해로 국경을 넘어 자국을 떠난 난민 수는 2540만명에 달한다.

 국내에도 이러한 '난민 물결'이 점점 크게 유입되고 있다.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난민을 인정해달라고 신청한 외국인 수는 총 7737명이다. 전년 동기(3337명) 대비 132% 증가한 숫자다. 국적 별로는 카자흐스탄, 인도, 러시아, 이집트, 중국, 예멘공화국, 파키스탄 순으로 많았다.

 지난 1994년 4월 최초로 난민 신청을 받은 이래 지난달까지 누적된 난민신청자는 모두 4만470명이다. 이 가운데 2만361명이 심사를 마쳤고 839명(4.1%)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난민은 아니지만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인원은 1540명이다.

 난민 유입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난민들을 포용할 준비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는 난민에 대한 혐오감이 '괴담' 수준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공포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miss*****은 "난민을 받으면 무조건 망한다는 틀린 말이지만, 난민을 제대로 수용 못하게 되면 큰일 나는 건 사실"이라며 "시스템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인종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불씨가 커지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난민들이 타국에서 일으킨 사건 사고 등을 지적하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아이디 @k980***은 "독일과 핀란드, 스위스에서 난민을 수용하고 성범죄나 강도 등 문제가 많았다"며 "제주도는 이미 불법체류자로 인해 범죄에 노출된 상황에서 신중해야 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무슬림 문화인 예멘의 여성 인권을 지적하며 남자들이 대부분인 난민들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여초 커뮤니티 회원은 "난민으로 들어온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도 배타적이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에 대한 경각심과 정부 대처가 없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외에도 "제주 어촌 양식장으로 취업 소개해줬다는데 힘들어서 돌아왔다고 한다. 징징거릴 바에는 너희 나라로 꺼져라", "돈 벌러 온 게 난민이냐, 난민을 가장한 취업 사기단이다. 우린 너희에게 줄 돈이 없고 신안군에 보내서 염전 노동을 당해봐야 한다" 등의 적대적 의견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지난 13일 등록된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 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글은 일주일만에 29만5000명을 돌파한 상태다.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18일 오후 제주시 모처에 위치한 예멘 난민 쉼터에서 예멘인들이 둘러앉아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 2018.06.18. (사진=제주 예멘 난민 쉼터 제공)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18일 오후 제주시 모처에 위치한 예멘 난민 쉼터에서 예멘인들이 둘러앉아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 2018.06.18. (사진=제주 예멘 난민 쉼터 제공) [email protected]

혐오 분위기가 극단적으로 흐르는 가운데, 전쟁을 겪고 실제 많은 난민을 배출했던 국가로서 한국이 다른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해야한다는 반론도 있다.

 트위터 아이디 @dir****는 "유엔난민기구의 전신인 '운크라'가 당시 한국전쟁의 난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라는 것 정도는 알았으면 좋겠다"며 역지사지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uka*****는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들고 UN에 가입한 상황에서 닫힌 민족주의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아직 난민들을 접해 본 경험이 없는 무지 속에서 편향된 정보들에 치우치며 과도하게 부정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국민들이 근대사에서 난민을 접한 적이 없고 대규모 이주 등의 경험도 일천한데 뉴스에서 들리는 사건 사고만 접하고 있다"라며 "접촉이 많아야 편견이나 부정적 인식이 적을 텐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혐오감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초중고 교육에서부터 세계의 국가들이 인구학적으로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교육하고, 이주와 난민 등 역사 속에서 나타나는 갈등과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져야 한다"며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시민단체들도 좀 더 언론의 포커스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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