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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녹색지옥' 뉘르부르크링 24시 달린 현대차 연구원

등록 2018.06.22 08: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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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 지식 보완하려 레이스 시작

"'고성능의 끝판왕' 만드는 것이 꿈"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참여한 현대차 김재균 연구원. (사진 = 현대차그룹 제공)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참여한 현대차 김재균 연구원. (사진 = 현대차그룹 제공)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현대자동차의 고성능차 'i30 N TCR'이 지난달 12~13일 '녹색지옥'으로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완주에 성공했다. 치열한 레이스를 마친 현대차 남양연구소 전력제어개발팀 김재균(31) 연구원이 i30 N TCR에서 내려 눈부시게 웃었다.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은 73개의 코너로 구성된 길이 약 25km의 코스로, 큰 고저차와 다양한 급커브 등으로 '녹색지옥'으로 불리는 곳이다. 'i30 N TCR'이 속한 TCR클래스에는 9대가 출전했으며, 현대차는 클래스 순위 2위와 4위, 종합순위 35위 58위를 기록하며 완주에 성공했다.  'i30 N TCR'이 기록한 종합순위 35위는 지난해 'i30 N'으로 출전해 기록한 50위보다 15단계 상승한 것이다.  올해 대회에 아우디 RS LMS, 세아트 Cupra TCR 등 150대의 차량이 출전해 106대만 완주에 성공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우수한 성적이다.

"개발에 직접 참여한 고성능 N을 타고 내구레이스를 무사히 마쳤을 때의 기분은 정말 아찔했습니다. 24시 내구레이스에 2년째 참가하고 있는데, 올해는 특히 현대차 고성능 N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죠. 경기가 끝난 후 다른 메이커의 드라이버들이 먼저 우리에게 다가와 'i30N TCR이 너무 빠르다 정말 대단하다', '현대차가 앞으로 기대된다. 나도 현대차를 타고 레이스에 참여하고 싶다'는 말을 하며 악수를 청해왔을 때는 모든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죠. 뿌듯하고 감격적이었습니다."

김 연구원은 올해 현대차 입사 7년차를 맞았다. 연세대학교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자동차와 별다른 인연이 없을 줄 알았다.

"전공도 전기전자공학이었고, 자동차에는 큰 관심이 없던 평범한 학생이었죠. 그런데 어느날 대학 선배가 현대차에서 주관한 '클릭 페스티벌'이라는 레이스 대회에 참가했고, 그 선배를 보러 경기장을 찾았죠. 그때부터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졌습니다."

김 연구원은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저렴한 중고차를 구매했고, 선배를 따라 다양한 자동차 모임을 따라다니며 차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눈에 현대차 연구장학생을 모집하는 포스터가 보였다.

"포스터를 보고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했어요.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일도 좋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는 결심을 했죠. 다양한 공학의 결합체라 할 수 있는 자동차가 현재와 미래 기술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확신도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현대차 연구장학생을 거쳐 연구원으로 입사를 하게 됐습니다."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참여한 현대차 김재균 연구원. (사진 = 현대차그룹 제공)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참여한 현대차 김재균 연구원. (사진 = 현대차그룹 제공)

김 연구원은 입사 후 바로 사내 자동차 동호회에 가입했고, 2014년부터는 아마추어 레이싱을 시작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연구원들에 비해 부족한 기계적 지식을 채워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전공이 전자공학이라 기계공학적 지식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부족한 점을 현장에서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레이싱을 시작했죠. 다른 사람들이 영어나 중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저에게는 레이싱이 자기개발이었어요. 4년째 아마추어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4년 현대차에 영입된 후 고성능 N 브랜드의 방향성을 확보하기 위한 '영드라이버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김 연구원을 유심히 지켜봤고, 김 연구원이 출전한 아마추어 레이스를 직접 방문해 그의 경기를 참관하기도 했다.

"가슴이 두근거렸죠. 영드라이버 프로젝트는 당사자들도 알 수 없게 블라인드 오디션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저도 처음엔 제가 오디션 대상인지 조차 몰랐거든요. 프로젝트의 최종 선발자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세상에서 가장 가혹하다는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우리가 개발한 차량을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구원으로서의 개발 역량을 키우고, 현대차의 우수한 성능을 가장 앞장서서 알리는 사람이 될 수 있잖아요."

그리고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도전을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도전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는 2번의 예선을 통해 차량의 출발순서를 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출발 순서가 정해지면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오후3시까지 24시간 동안 본 레이스가 이뤄진다. 순위는 주어진 시간 안에 누가 더 많은 바퀴수를 도는지로 결정된다. 차량은 24시간 동안 끊임없이 달리며, 주유를 위해 피트인을 할 때 드라이버 교체가 이뤄진다. 통상 4명의 드라이버가 한 팀으로 구성돼 한 명의 드라이버가 약 6시간 정도 주행을 하고, 다른 드라이버들이 주행하는 시간 동안 음식을 먹거나 잠을 자며 다음 주행을 준비한다.

(사진 = 현대차그룹 제공)

(사진 = 현대차그룹 제공)

"경기 준비를 위해 독일을 왕복하며 시차에 적응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2달 동안 시차만 6번이 바뀌는 경험을 하기도 했어요. 회사 동기와 결혼을 해 올해 4살이 된 아들이 있는데, 레이싱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다보니 부인의 걱정도 많았죠.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만큼 가족들이 많이 이해해줬어요. 독일 법인인 현대자동차모터스포츠그룹(HMSG) 연구원들도 아무래도 제가 다른 선수들보다 차를 많이 타지는 않은 만큼 신경도 많이 써주고, 걱정도 많이 해줬죠. 하지만 랩타임이나 성적이 생각보다 괜찮았고, 차량을 탄 후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 차량에 바로 반영할 수 있어 오히려 좋았던 것 같습니다."

김 연구원의 꿈은 '고성능의 끝판왕'을 만드는 것이다.

"현대차 N이 시작은 늦었지만 이번 경기를 하며 TCR 경주차량에 있어서는 선두업체가 됐다는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i30N TCR이 24시간을 완주하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현대차의 내구 성능이 그 배경입니다. 24시 레이스에서 드라이버나 미케닉은 모두가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유일하게 경기용 차량은 24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쉬지 못합니다. 차체, 샤시, 엔진등 모든 부품의 완성도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24시간동안의 가혹한 주행을 견딜 수 가 없습니다. 꾸준히 레이스를 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고성능의 끝판왕'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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