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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보다 중요한 게 자치경찰제"…세 가지 우려

등록 2018.06.25 10: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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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직 지각변동, 국민 피부 와닿는 대변화

지역별 균일한 치안 서비스 유지가 될지 관건

지자체장·지방의회 등에 휘둘리면 '정치경찰화'

관할 문제 사건 떠넘기기, 수사 지체 대비해야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부가 21일 경찰의 1차적 수사권을 보장하는 방향의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과 함께 자치경찰제를 서울·세종·제주 등에서 시범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경찰서에서 의경이 근무를 서고 있다. 2018.06.21.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부가 21일 경찰의 1차적 수사권을 보장하는 방향의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과 함께 자치경찰제를 서울·세종·제주 등에서 시범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경찰서에서 의경이 근무를 서고 있다. 2018.06.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문재인 정부가 내년부터 서울, 세종 등을 시작으로 임기 내에 전국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자치경찰제를 두고 관측이 무성하다. 어떤 식으로 시행할지 구체적인 윤곽은 안 나온 상황이지만 지금과 같은 치안 유지가 힘들어 질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경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단지 국가경찰의 '힘'이 빠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치경찰제가 지역별 여건이나 특성에 맞는 치안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과 달리 자칫 역효과를 내 오히려 민생치안에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치경찰제는 경찰청장이 전국 경찰을 지휘하는 현 국가경찰제와 달리 지역별로 경찰 권한이 분산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내세우고 임기 내 전국 실시를 선언한 건 무소불위의 검찰 힘을 빼는 한편 그 반대 급부로 비대화할 가능성이 있는 경찰 권력 또한 견제하기 위해서다.

 검찰이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에 대한 유일한 견제 수단인 검사 지휘가 없어지면 11만 경찰은 제어할 수 없는 거대 권력이 된다"고 반복해서 강조하고, 이에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5일 문 대통령을 만나 자치경찰제를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자치경찰제는 검찰과 경찰이 주고받는 공방의 '도구'에 그쳤지만 오히려 국민들에겐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더 중요한 현안일 수 있다고 복수의 경찰관들이 지적한다. 자치경찰제가 수사권 조정을 보조하는 제도 정도의 의미로 간과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선 경찰들의 시선은 오히려 수사권 조정 내용보다는 자치경찰에 쏠려 있는 분위기다. 전체 경찰 중 수사 경찰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경찰 내 변화를 가져오는 건 자치경찰제가 될 거라는 시각이다.
【서울=뉴시스】자치분권위원회가 자치경찰제 도입안 마련을 위해 일본 경찰청 등을 방문했다. 2018.06.07. (사진=자치분권위원회 제공)

【서울=뉴시스】자치분권위원회가 자치경찰제 도입안 마련을 위해 일본 경찰청 등을 방문했다. 2018.06.07. (사진=자치분권위원회 제공)

◇벌써부터 '서울 쏠림' 우려…균일한 치안 서비스 될까

 경찰들이 가장 먼저 우려하는 건 균일한 치안 서비스의 붕괴다. 국가경찰 체제 내에서 치안 시스템은 경찰청 지휘 아래 지역을 막론하고 균등하게 이뤄져왔다. 그러나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각기 다른 지자체 예산에 따라 치안·경비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한 경정급 간부는 "당장에 어느 한 지역의 치안이 무너질 일은 없겠지만, 예산이 많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은 분명히 존재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인력 쏠림 현상도 우려된다. 경찰들이 예산 규모가 크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자체 근무를 선호하면서 특정 지역에 우수 인력이 몰리고, 일부 지역에는 경찰 인원 자체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선의 한 경사는 "예산이 적은 지자체에 남아서 일하려는 경찰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지방청에서 근무하는 모 경위는 "지금도 대부분 직원이 서울이나 수도권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며 "그나마 지방에서도 큰 도시가 아니면 잘 안 가려하는데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누가 군 단위의 작은 지역에 자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제회의실에서 '자치경찰제 도입 대토론회, 자치경찰제 도입 원칙과 바람직한 정책방향‘이 열리고 있다. 2018.05.03.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제회의실에서 '자치경찰제 도입 대토론회, 자치경찰제 도입 원칙과 바람직한 정책방향‘이 열리고 있다. 2018.05.03. [email protected]

◇'군주'만 바라보는 정치경찰 '변종' 나올 수도

 경찰과 지방 권력 간 유착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치단체장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권 외에 눈치를 봐야 하는 권력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조정안에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심의·의결기구인 '자치경찰위원회' 설치 계획이 포함된 것은 이같은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심지어 시·도 예산을 편성·심의하는 지방의회나 지자체 의원들의 눈치를 볼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지방 권력의 부패·비리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시한다.

  경위급 경찰은 "그런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경찰이 정치 권력에 휘둘리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 않느냐"며 "정치 권력 뿐만 아니라 지역 토호 세력과의 유착 또한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국가경찰이든 자치경찰이든 결국 경찰은 다 조직원 아닌가. 말단 경찰들은 인사권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경찰 내 인사권을 가진 간부들이 정치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수사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하는 바람직한 자치경찰제 방향 모색 포럼'에서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지방자치와 자치경찰의 의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17.07.21.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하는 바람직한 자치경찰제 방향 모색 포럼'에서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지방자치와 자치경찰의 의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17.07.21. [email protected]

◇지역간 사건 '핑퐁' 우려…일사불란한 수사는 난망?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관할 문제를 둘러싼 핑퐁게임이 심화해 신속 수사 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가경찰제 내에서는 경찰청이나 광역 단위 지방청의 진두지휘 아래 사건 규모 및 성격에 따라 사건 이송이나 인력 지원 등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반면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민감하거나 복잡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혹은 관할이 모호한 경우 서로 떠넘기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많은 경찰관들이 예측한다. 피의자의 주거지와 사건 발생 장소가 다를 경우, 동일한 피의자가 여러 지역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일선의 한 경찰관은 "지금도 거리에서 주취자를 발견하면 파출소끼리 서로 눈치보면서 출동하지 않고 쓰러질 때까지 기다린다. 서로 자기 관할 구역에만 쓰러지지 않길 바라고 지켜보는 실정"이라며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관할이 불분명한 복잡한 사건은 더 떠넘기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치경찰이 국가수사본부와 일부 업무를 함께 수행할 수는 있지만, 두 주체가 역할 분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일사불란한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각각 전담하는 수사분야를 나누더라도 최초 신고 접수 시 사건 성격을 판단하기 불분명한 경우, 어느 쪽이 처리할지를 두고 논의하다가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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