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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뮤지컬 아우르는 김순영, 이번엔 오페레타

등록 2018.06.24 12:15:30수정 2018.06.25 09: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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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뮤지컬 아우르는 김순영, 이번엔 오페레타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뮤지컬의 '뮤'자도 몰랐어요. 오로지 성악뿐이었는데, 다양한 장르의 매력을 발견하게 돼 재미있죠. 스스로 발전할 계기가 돼 뿌듯하기도 해요."

뮤지컬 '팬텀'과 '안나 카레니나' 등 팬들이 클래식 공연에 유입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팬텀'의 헤로인 '크리스틴', '안나 카레니나'의 신스틸러 '패티' 등을 연기한 소프라노 김순영(38) 덕이다. 안정된 발성과 탄탄한 가창력은 물론 탁월한 감정 연기에 의했다.

맑은 음성과 예쁘장한 외모로 클래식계 팬덤을 이미 보유한 터라, 그녀의 뮤지컬 출연 소식이 알려진 뒤에는 이 장르에 클래식 팬이 흘러오기도 했다.

김순영이 또 클래식 관객 외연 확대의 선봉에 선다. 국립오페라단이 28일부터 7월1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 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에 출연한다.

오페라타는 '오페라'에 '작은'이라는 어미가 붙었다. 보통 희극적인 주제의 오페라를 가리킨다. 연극처럼 대사를 입혔고, 춤도 어우러진다. '뮤지컬보다 더 재미있고 화려한 오페라'를 표방하는 '유쾌한 미망인'은 독일어로 작곡돼 190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했다.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1907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총 52주간 416회 연속 공연했다. 미국 초창기 뮤지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입술은 침묵해도' '빌랴의 노래' '오, 조국이여' 등 익숙한 선율이 귀에 감긴다.

김순영은 "'유쾌한 미망인' 출연은 처음인데, 연극적인 요소가 대사가 있고, 굉장히 경쾌하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예요. 노래하는 저도 즐겁고, 들으시는 분들도 즐겁죠. 제가 무대 위에서 춤도 춘다니까요. 호호호"라고 즐거워했다.

'유쾌한 미망인'은 가상의 작은 나라 폰테베드로에서 파리로 이주한 은행가 미망인 '한나'의 재혼을 막으려는 과정의 포복절도할 해프닝을 그린다.

김순영은 폰테베드로 대사 제타 남작의 부인이지만 다른 남자와 밀회를 즐기는 사랑스럽고 밝은 파리 여인 '발랑시엔' 역을 맡는다. 주로 청순하고 가련한 역을 맡아온 그녀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굉장히 발랄하고 강한 여성인데 푼수 같기도 하죠. 어려운 배역이라 제게는 숙제죠. 하지만 예쁜 역만 하다가 이렇게 강인한 면모를 끄집어내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죠. 호호."

김순영은 한양대 음대와 독일 만하임 국립 음대 대학원을 나왔다. '코지 판 투테' '루살카' '리골레토' 등 다양한 오페라 무대에 올랐다. 특기할 만한 점은 정통 클래식 무대와 대중적인 무대를 유연하게 병행한다는 점이다.

오페라·뮤지컬 아우르는 김순영, 이번엔 오페레타

무엇보다 '팬텀' 출연 이후 숱한 뮤지컬계 러브콜에도 더 신중하게 작품을 골랐다. "제가 지금까지 뮤지컬에서 맡은 역할은 오페라 가수나 성악가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배역이었죠. 제가 팝적인 뮤지컬을 하면 목에 데미지가 올 것이에요. 작품을 신중히 선택할 수밖에 없죠."

처음 뮤지컬 출연 제안이 왔을 때 주변 사람 10명 중 9명은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평생 뮤지컬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제가 가진 장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너무 좋은 선택이었다"고 돌아봤다.

김순영은 또 다른 좋은 선택을 했다. 역시 오페라에서 주역으로 활약 중이 선배 소프라노들인 강혜정, 김수연, 한경미 등과 함께 프로젝트팀 '더 디바스'를 결성했다. 7월9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결성 기념 콘서트를 연다. 스타 소프라노들이 뭉친 만큼 클래식 팬층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기분 좋게 넷이 힘을 모아 하모니를 만들고, 행복하게 노래하자는 생각으로 결성했어요. 사회 공헌도 계획 중입니다."
 
한 해에도 숱하게 많은 음대생이 졸업한다. 무대에 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순영의 다양한 행보는 자극과 영감을 줄 법하다."잘하고 못하고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의지'죠. 성악가든, 뮤지컬배우든, 선생이든 열정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잘하기 위해 냉철하게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죠."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는 김순영의 20년 뒤는 어떤 모습일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는 공연 장르들을 기획하고 싶어요"라며 시원하게 웃었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이 새롭게 제작하는 '유쾌한 미망인'에는 빈 정통 오페레타에 일가견이 있는 지휘자 토마스 뢰스너, 연극과 오페라 무대를 오가는 연출가 기 요스텐 등이 합류한다. 한나는 버네사 고이코에체아, 정주희 등이 나눠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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