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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16개국 난민정책회담, 사실상 실패…"분열만 확인"

등록 2018.06.25 09: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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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총리 "회담 솔직하고 개방적…결론 도출엔 실패"

EU 내 난민 재분배 방식 쟁점…솅겐조약도 존폐 위기로

【브뤼셀=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유럽 난민 문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연합(EU)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EU의 최대 난제인 난민 대책과 관련해 “양자 간 혹은 삼자간 합의(bilateral or trilateral agreements)” 방식을 제안했다. 메르켈 총리는 28개 EU 회원국들 간 난민문제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메르켈(왼쪽) 총리가 이날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EU 본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06.25.

【브뤼셀=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유럽 난민 문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연합(EU)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EU의 최대 난제인 난민 대책과 관련해 “양자 간 혹은 삼자간 합의(bilateral or trilateral agreements)” 방식을 제안했다. 메르켈 총리는 28개 EU 회원국들 간 난민문제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메르켈(왼쪽) 총리가 이날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EU 본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06.25.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유럽 내 난민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열린 유럽연합(EU) 16개국 특별 정상회담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EU 정상회의를 나흘 앞두고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미니 정상회담에 참석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회담은 솔직하고 개방적이었지만 구체적인 결론이나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담은 최근 이탈리아의 난민 구조선박 입항 거부를 시작으로 유럽에서 EU의 난민정책에 대한 논란이 거센 가운데 관련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독일에서 난민정책으로 연합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샤를 미셀 벨기에 총리 등이 참석했다. 논란의 시작이 된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와 이탈리아와 난민 수용을 두고 갈등한 몰타의 조지프 무스카트 총리도 자리를 지켰다.

 다만 강경한 반(反)난민 정책을 추진하는 헝가리와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의 지도자들은 불참 의사를 밝혔다.

 가디언은 이날 회의가 이민 문제에 대한 유럽의 깊은 분열을 더 이상은 숨기기 어렵다는 것을 드러내는 자리였다고 지적했다.

 콘테 총리는 "지중해 국가가 지고 있는 난민 부담을 완화하려는 노력에서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EU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난민 대책 10개항을 내놓으면서 "우리 정부의 계획은 이민 문제를 다루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나타낸다"고 자신했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와 마주하고 있어 유럽의 관문 국가로 불리는 이탈리아는 유럽에 도착한 이민자를 EU 각국에 재분배하는 방식 개선에 목표를 두고 있다. 현행 EU 망명법은 처음 난민이 발을 딛은 곳에서 망명 신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난민 구조선박 입항 거부 등의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다.

 콘테 총리가 내놓은 10개항은 EU 각국에 일정한 할당량을 부여해 경제적 목적으로 유럽 내에서 또 국경을 넘는 2차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을 강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북아프리카 지역에 유럽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을 수용하는 난민 캠프를 건설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타리파(스페인) = AP/뉴시스】 지난 해 8월 16일 지중해에서 구조된 유럽행 난민들이 스페인의 타리파 항구에 상륙해서 구호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탈리아, 몰타, 프랑스는 올 6월9일 구조된 629명의 상륙을 거부해 629명이 해상을 떠돌다가 17일 스페인의 발렌시아 항에 도착했다. 2018.06.18   

【타리파(스페인) = AP/뉴시스】 지난 해 8월 16일 지중해에서 구조된 유럽행 난민들이 스페인의 타리파 항구에 상륙해서 구호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탈리아, 몰타, 프랑스는 올 6월9일 구조된 629명의 상륙을 거부해 629명이 해상을 떠돌다가 17일 스페인의 발렌시아 항에 도착했다. 2018.06.18


 그러나 이는 다른 유럽 국가의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과 이민정책을 두고 갈등하면서, 70여년 전통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분열 위기에 처한 메르켈 총리는 이날 "28개국의 모든 참여를 기다릴 필요 없이 서로를 도울 방법이 있는지 봐야 한다"며 EU 28개국이 모두 동참하는 협상을 대신할 양자 또는 삼자 협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CSU를 이끄는 제호퍼 장관은 국경에 경찰을 두고 다른 EU 국가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음달 초까지 EU가 2차 이민자를 제어할 수 결과물을 내놓지 않는 한 국경에서 난민을 돌려 보내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의 존폐를 위협하는 움직임이다. 독일이 이탈리아에서 이주하는 사람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한다면 다른 국가도 이를 따를 것이고 솅겐 조약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 외교 소식통은 가디언에 "우리가 난민 문제에 진정한 해결책을 낼 수 없다면 솅겐 조약(EU 회원국들 간에 체결된 국경개방조약)은 끝난다"며 "솔직히 이번 회담이 국경 문제를 다루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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