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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논두렁 시계' 폭로…"원세훈이 검찰총장도 회유"

등록 2018.06.25 10: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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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 의혹 제기에 A4 4장 분량 입장글 배포

"원세훈, 임채진에게 '언론에 흘리자' 직접 전화"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이인규 변호사가 대검 중수부장이던 지난 2009년 6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 최종결과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afero@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이인규 변호사가 대검 중수부장이던 지난 2009년 6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 최종결과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60·사법연수원 14기)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당시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검찰총장에게 '논두렁 시계' 보도를 회유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25일 오전 법조기자단에게 보낸 4장 분량의 입장자료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고가 시계 수수 관련 보도는 유감스러운 일이나 저를 포함한 검찰 누구도 이와 같은 보도를 의도적으로 계획하거나 개입한 사실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번 말한 바와 같이 노 전 대통령 수사 중인 2009년 4월14일 퇴근 무렵 국정원 전 직원 강모 국장 등 2명이 사무실로 찾아왔다"면서 "(이들은) 원 전 원장의 뜻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노 전 대통령에게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런 내용을 업무일지에 메모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원 전 원장이 직원을 보낸 것 이외에 임채진 전 총장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망신 주는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가 거절을 당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일주일쯤 지난 4월22일 KBS 저녁 9시 뉴스에서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사실이 보도됐다는 게 이 전 중수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보고를 받는 순간 원 전 원장의 소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동안 국정원의 행태가 생각나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당시 이 전 중수부장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중국음식점에서 김영호 행정안전부 차관 등 고위공무원 5명과 식사 중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 자리에 있던 원 전 원장 고등학교 후배 김 차관에게 '제가 거절하고 돌려보냈는데도 (원 전 원장이) 결국 이런 파렴치한 짓을 꾸몄는데, 내가 정말 X자식이라고 하더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같은 해 5월13일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다'는 내용이 SBS에서 보도된 것에 대해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그 동안의 보도 경위를 확인해본 결과 KBS 보도는 국정원 대변인실이 개입해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며 "그간 국정원의 행태와 SBS 보도 내용, 원 전 원장과 SBS와의 개인적 인연 등을 고려해볼 때 SBS 보도의 배후에도 국정원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전 중수부장은 '논두렁 시계' 보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해 11월에도 이 같은 보도 배경에 국정원이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아울러 논두렁 시계 사건 등에 대한 검찰 재수사가 임박하자 해외 도피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하던 로펌을 그만둔 후 미국으로 출국해 여러 곳을 여행 중"이라며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조사 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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