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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드루킹 특검, 90일의 시작…성공한 수사될까

등록 2018.06.2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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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수사가 27일 다시 시작된다. 이번엔 허익범 특별검사가 수사를 맡았다. 최장 90일짜리 수사다. 역대 13번째 특검이고,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특검이다.

 이번 특검은 박영수 특검 수사 종료 후 483일 만에 이뤄진다.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는 박영수 특검의 잔상이 남은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된다는 뜻이다.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과연 허익범 특검도 이런 평가를 받을까.

 솔직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우선 두 특검은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박영수 특검은 국민적 지지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출발했다. 반면 허익범 특검을 바라보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여당에 대한 국민 지지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야당 요구로 시작된 특검이다.

 사안 자체의 무게감도 여러모로 비교된다. 대통령을 등에 지고 국정을 좌지우지한 '흑막'을 캐는 수사보다 인터넷 댓글로 정치인 여론을 조작한 사안이 더 무거울 수 있겠냐는 말도 나온다.

 수사팀 역시 중량감이 다르다. 박영수 특검은 특별검사보 4명, 파견검사 20명 등 총 120여명 규모였다. 사상 최대 '매머드'급이라 불렸다. 하지만 이번 특검은 특검보 3명, 파견검사 13명 등 87명 규모로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다. 수사팀 면면 또한 법조계에서 알아주는 칼잡이들이 즐비했던 직전 특검에 무게가 더 쏠린다.

 더군나 드루킹 특검은 준비기간 종료 전날이 돼서야 파견검사 명단을 통보받았다. 직전 특검이 공식 수사 개시와 동시에 국민연금 등을 압수수색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드루킹 특검이 강제수사에 돌입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관측되는 이유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수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의 연루 의혹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달리 이번 특검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을 향하고 있다. 김 당선인뿐만 아니라 송인배 정무비서관(전 청와대 1부속비서관) 등과 관련된 의문도 명쾌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간 불거진 의혹들을 규명하려면 현 여권의 실세를 건드릴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특검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단한다. 사실상 경찰·검찰 수사만 다시 들여다보는 '도돌이표' 아니겠냐고도 말한다. 어떻게든 외압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소모적인 수사만 하다가 끝날 것이라는 게 우려들의 결론이다.

 허익범 특검 본인도 이런 우려를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 또한 임명된 당일부터 이 사건을 두고 정치적 사건임을 분명히 밝혔다. 수많은 특검 후보자들이 손사래를 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다만 허익범 특검은 김 당선인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두고 "필요하면 수사하겠다는 원론에는 변함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번 특검이 처한 상황에 대한 그 나름의 타개책으로 보인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은 무엇보다도 국민이 가장 바라고 있다. 이 점을 생각하면 주어진 환경이나 부담감이 직전 특검과 비교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결코 자포자기해서는 안 된다.

 국민을 위해서, 그리고 법과 원칙에 맞게 하겠다는 의지가 특검 마지막 날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그리되면 결국 역사도 이번 특검이 직전 못잖게 성공적이었다고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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