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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서는 핫"이라는 변산 이준익, 정작 자신은 쿨하더라

등록 2018.06.27 06:19:00수정 2018.07.10 09: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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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

이준익 감독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달라야 청춘이지, 같으면 청춘이 아니다. 청춘이 다 똑같기를 바라면 아재(아저씨)다."

영화 '변산'으로 돌아온 이준익(59) 감독은 청춘을 이렇게 정의했다. "청춘도 어떻게 한 가지일 수 있느냐. 수백 수천가지다. 이 모두가 온전하게 존중받길 바라는 게 감독이 할 일이다."

7월4일 개봉을 앞뒀지만 이 감독은 긴장한 기색 없이 여유가 넘친다. "나는 부모 세대와 나이가 비슷하다"며 "그들은 쿨한 것보다 핫한 삶을 살았다"고 돌아봤다.

"지나치게 핫했던 아재 세대에 대한 반작용으로 청춘들이 쿨함을 추구해왔다"며 "쿨함은 외국 것을 따라하면서 생긴 정서다. 자기 문화 비하 습관이 있다"고 짚었다.

'변산'은 이 감독의 청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현시점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청춘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고민을 다룬다. "한국적 정서는 본래 쿨하지 않다. 이 영화에서 쿨한 관계는 하나도 없다. 다 핫하다."
"한국 정서는 핫"이라는 변산 이준익, 정작 자신은 쿨하더라

일제강점기 빛났던 청춘을 조명한 '동주'(2015), '박열'(2017)을 떠올리기 어렵다. "모든 창작자는 자신이 했던 것으로부터 가장 멀리 도망가는 게 목표다. '동주'로부터 멀리 도망치는 것이 이 영화가 가야 할 길이었다."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가 고향 변산으로 어쩔 수 없이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초등학교 동창생 '선미'(김고은)를 비롯해 '용대'(고준), '미경'(신현빈) 등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면서 흑역사와 마주한다.

4명의 청춘을 각기 다른 시선과 시야로 그려냈다. "영화를 보고 나면 특정 장면이 생각나기보다는 극중 인물들이 느껴지는 것 아니냐. 그냥 왔다가 없어지는 인물이 없다. 조연조차도 이야기의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

이 감독은 '동주'에서 독립운동가 '송몽규'를 열연한 박정민(31)을 원톱으로 세웠다. "'동주' 촬영장에서 박정민의 모습이 너무 강렬했다"며 "단 한 번도 박정민의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송몽규로 보였다"고 회상했다.

"박정민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반드시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변산' 현장에서도 학수의 모습만 보였다. 그렇다고 내가 박정민을 키워준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은 폭력적인 말이다. 그 사람은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다."
"한국 정서는 핫"이라는 변산 이준익, 정작 자신은 쿨하더라

이 감독은 독립영화 '키드캅'(1993)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황산벌'(2003) '왕의 남자'(2005) '라디오 스타'(2006) '즐거운 인생'(2007) '님은 먼곳에'(2008) '사도'(2014) 등 시대극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았다.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경계해왔다. "지금까지 무언가를 주장하려고 찍은 적이 없다. 관객들이 각자 입장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그렇게 의미를 부여받는 것이지 만든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상업영화 감독으로 우뚝 선 그는 스스로를 "자기 확신보다 자기 불신이 더 큰 감독"이라고 정의한다. "'이래야 한다'는 것을 경계하는 스타일이다. 영화는 내 힘으로 찍는 게 아니다. 배우들, 스태프들에게 숟가락을 얹는 일이다."

또 "사단, 패거리 문화를 싫어한다"며 "내가 쓰기로 한 배우는 믿는다. 배우를 믿으면 연기를 잘 하고, 의심하면 연기를 못한다"고 했다.
"한국 정서는 핫"이라는 변산 이준익, 정작 자신은 쿨하더라

'변산'은 같은날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감독 페이튼 리드)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화 시장은 굉장히 냉정하다. 마블 영화랑 같은날 개봉하면 젊은 관객들은 '앤트맨과 와스프'를 선호할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전 세계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 영화는 망하든 흥하든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이다. 시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능가하는 것은 어렵다. 포기하지 않는 것일뿐이다."

 "'한국 영화니까 잘 봐주세요'라고 하는 것은 비겁한 구걸"이라며 "나는 재미를 추구하는 감독"이라고 강조했다.

"슬픔이 가치 있는 재미가 될 수 있고 아픔도 사람을 치유해주는 재미가 될 수 있다. 짜릿짜릿한 긴장감도 재미가 된다. 평소에 박장대소하지 못하다가 주말에 영화를 보면서 웃는 것도 재미다. 감독은 기왕이면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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