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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제주 예멘인 난민 사태…무사증 제도 개선되나

등록 2018.06.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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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인 수용 문제 두고 국민 여론 분열 조짐

"무사증 제도, 개별 관광객에 한해 개선해야"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예멘 난민들이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여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18.06.18.  bsc@newsis.com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예멘 난민들이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여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18.06.18.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국제 분쟁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내전을 피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국을 등진 예멘인이 제주도를 새 삶의 터전으로 정해 몰리고 있다. 올해에만 500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제주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했다.

28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제주에는 올해 들어 예멘인 549명을 비롯해 중국인 353명, 인도인 99명, 파키스탄인 14명, 기타 48명 등 총 1003명이 난민 신청을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인이 난민 신청자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내전을 겪는 예멘인은 지난해 42명에 견줘 11배 이상 크게 늘었다.

◇ 예멘인 난민 수용 놓고 찬·반 여론 팽팽

이처럼 최근들어 갑작스레 늘어난 549명의 예멘인 난민 신청을 두고 국민 여론은 분열 양상 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천주교, 대한불교조계종, 원불교 4대 종단의 이주·인권협의회는 지난 26일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에 관한 호소문을 통해 "제주도로 몰려든 예멘 난민들을 따뜻하게 포용하자"고 밝혔다.

이들은 "근거 없는 루머를 바탕으로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일각의 움직임에 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살인적인 폭력을 피해 평범한 삶을 찾아 우리 곁에 온 나그네(예멘인)를 내쫓아서는 안 된다"고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대우를 강조했다.

반면 난민 수용 반대 측 입장은 단호하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글이 300건도 넘게 올라와 있다. 난민법을 폐지해달라는 국민 청원 동참자도 40만명이 넘었다.

이는 종종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난민 출신들이 벌이는 범죄행각과 테러가 결국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난민 포피아(Refugee-phobia)'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제주=뉴시스】강정만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가 24일 오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방문해 김도균 청장과 예멘난민 처리대책을 놓고 얘기를 하고 있다. 2018.06.24. (사진=제주도청 제공)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강정만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가 24일 오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방문해 김도균 청장과 예멘난민 처리대책을 놓고 얘기를 하고 있다. 2018.06.24. (사진=제주도청 제공) [email protected]

실제로 TBS 교통방송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제주를 제외한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예멘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는 응답이 49.1%로, '찬성한다'는 응답 39.0%보다 오차범위 밖인 10.1%포인트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예멘인 난민 사태 우려가 심화하자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26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만나 제주에 온 예멘 난민 문제를 국가적 차원의 현안으로 다뤄달라고 건의하겠다"며 도민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원 지사는 "제주도에 있는 출입국· 외국인청은 심사위원도 부족하고, 체류하는 부분에 대한 관리 및 지원 감독·인력예산이 부족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갖고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오는 2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 및 경찰청 등 6개 기관·단체가 참여하는 총괄지원 TF팀 회의를 열어 예멘 난민 종합지원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 무사증 제도 손질문제 다시 도마위에

자국 내 혼란을 피해 말레이시아 등 무사증 입국 국가로 대피했던 예멘인들은 체류 기간이 만료되자 다시 제주도로 건너왔다.

한꺼번에 많은 난민이 제주도로 집중되자 정부도 예멘을 무사증 입국 불허국으로 지정하며 급한 불을 껐다. 무사증 제도가 예멘인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무사증 제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2002년 정부가 도입한 제도이다. 몇몇 위험 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 180개국의 외국인이 비자 없이 제주도에 들어와 한 달 동안 체류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25일 오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06.25. bsc@newsis.com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지난 25일 오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06.25. [email protected]

여기에 우리나라는 1994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난민협약국으로, 난민 신청이 접수되면 심사가 진행되는 6개월~1년 동안 체류자격이 쥐어진다. 심사에서 탈락해도 소송을 통해 최대 3년까지 머무를 수 있다.

제도의 취지와 다르게 제주에는 체류자격을 읽고도 출국하지 않은 불법체류자가 1만1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관계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증가하는 불법체류자 숫자와 비례해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도 증가추세다. 제주에서 범죄를 저지른 불법체류자 수는 2015년 16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6년에 54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67명으로 상승곡선이 뚜렷해졌다. 올해는 5월 말까지 17명의 불법체류자가 크고 작은 범죄에 연루됐다.

 이 처럼 제도를 악용해 제주에 들어온 뒤 불법 취업을 하거나 제주를 이탈하는 외국인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손쉬운 입국이 가능하고 이후 추적이 어려운 무사증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되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무사증으로 들어와 범죄를 저지르는 외국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입국 목적이 뚜렷한 단체관광객을 제외한 외국인 개별 관광객에 한해서라도 무사증 입국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제주지역 관광업계 종사자 A(45)씨는 "무사증 제도를 악용한 외국인 범죄가 늘면서 부정적인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이 제도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들어와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비중을 볼 때 무조건 적인 제도 손질보다 이를 악용하는 일부 외국인에 대한 단속이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논란 속에 법무부 제주출입국 외국인청은 지난 25일부터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 대해 인정심사를 시작했다. 하루에 최대 3명 정도 심사할 수 있는 현재 여건을 고려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길게는 8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청장은 "긴급한 상황에 부닥친 예멘인부터 심사할 예정이고 개별 면접과 관계 기관 정보를 판단해서 철저하게 심사를 하게 된다"면서 "가짜 난민 등 국민 우려를 해소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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