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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의 기본, 노래라는 진리 입증···'번지점프를 하다'

등록 2018.06.29 0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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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의 기본, 노래라는 진리 입증···'번지점프를 하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한국이 창작한 뮤지컬 백과사전이 나온다면, '번지점프를 하다'는 감성 섹션의 맨 앞자리에 자리잡을 것이다.
 
8월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공연하는 '번지점프를 하다'에는 깊은 감성의 향기가 배어 있다. 5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더욱 깊어진 애절한 대사, 서정적인 넘버의 감성과 함께.

이병헌(48)과 이은주(1980~2005)가 주연한 동명영화(2001)를 뮤지컬로 옮긴 이 작품은 원작의 미덕을 무대 위로 알맞게 치환했다.

17년 전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태희'와 안타깝게 이별한 뒤 그녀를 잊지 못하는 인우의 절절한 사랑이야기는 여전하다. 이전 두 시즌과 비교해 일부 바뀐 부분도 있다. 국어교사가 된 인우가 담임인 반 학생, 작은 습관부터 말투까지 태희와 닮아 인우를 헷갈리게 만드는 '현빈'이 여자친구 '혜주'에게 장난치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본래 속옷을 선물하며 짓궂게 구는 장면인데, 최근 여성을 대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신중해진 것을 반영해 장난감 뱀으로 대체했다.

재공연을 하면서 초연 때 없던 턴테이블 무대도 들였는데, 이번 세 번째 시즌에서는 이 턴테이블 무대가 없어졌다. 무대 구성이 전체적으로 담백해졌다.

 새로 합류한 김민정 연출, 티모시 매커비 무대디자이너 등 창작진은 신중한 변화를 꾀하면서도 원작의 감성은 최대한 보존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리뷰]뮤지컬의 기본, 노래라는 진리 입증···'번지점프를 하다'

김 연출이 영화와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은 "변함없이 세련된 음악"의 힘은 강력하다.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과 제7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음악상과 작곡·작사상을 휩쓸며 가치를 인정받은 작곡가 윌 애런슨과 작사가 박천휴 콤비의 넘버들이다.

'그게 나의 전부란 걸' '그대인가요' '혹시, 들은 적 있니' '그런가봐' 등 감미로운 노래들은 뮤지컬의 심장은 음악이라는 사실을 새삼 증명한다.

이쯤 되면 국내 창작뮤지컬 넘버의 클래식으로 봐도 무방하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한다"는 대사는 전생과 이승뿐 아니라 성별의 경계까지 가로지르는 인우의 사랑을 대변한다. 수만억 물방울을 한꺼번에 삼킨 듯 안타까운 넘버들은 이 멀게만 느껴질 것 같은 사랑이야기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배우 강필석·이지훈이 인우가 되고 김지현·임강희가 태희가 돼 노래할 때 삶을 뛰어넘는 사랑의 실존을 깨닫게 된다. 원작과 구성이 좋아도 뮤지컬의화룡점정은 아름다운 넘버라는 것을 '번지점프를 하다'는 보여준다. 공공예술기관인 세종문화회관과 민간 공연제작사 달컴퍼니가 협력, 숨은 명작을 부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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