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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포럼]라이프 스타일과 도시의 미래

등록 2018.07.06 15:45:16수정 2018.07.16 09: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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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원장이 6일 안민정책포럼이 주최한 조찬세미나에 참석해 ‘라이프 스타일과 도시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안민정책포럼)

【서울=뉴시스】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원장이 6일 안민정책포럼이 주최한 조찬세미나에 참석해 ‘라이프 스타일과 도시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안민정책포럼)

【서울=뉴시스】 “지역의 개성이나 정체성, 그리고 문화를 담는 도시만이 미래의 창조와 혁신경제를 주도해 나갈 수 있습니다.”

 골목길 자본론이란 저술을 통해 새로운 도시 재생론을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는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원장은 “하드웨어 위주의 도시개발로는 미래 혁신경제를 주도하기 어렵다”며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 등 소프트웨어를 살리는 골목길 기반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 교수는 6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이 주최한 세미나에 ‘라이프 스타일과 도시의 미래’란 주제 발표를 통해 도시가 경제성장의 주체로 등장한 것이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창조의 혁신적인 인재가 모일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핵심과제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가 도시문화를 즐기며 일을 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선호함에 따라 장소성이 기업 입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모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수출대기업 위주의 양적 성장에서 중소창업기업, 내수 및 서비스산업으로 구조적 전환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도시의 역할은 중요해졌다며 도시의 성패는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할 능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모 교수는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하는 대표적인 혁신공간으로 홍대, 성수동 등을 꼽았다.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하는 도시에는 맛집, 카페 등 전통적인 골목산업 뿐만 아니라 패션, 문화, 관광 등의 미래 산업이 융성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모 교수는 이런 면에서 라이프 스타일 창출에 한계를 갖고 있는 대기업이나 거대 공기업 위주의 지역경제 부흥을 겨냥하는 혁신도시나 신도시 개발 사업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뉴시스는 이날 모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독점 게재한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 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으며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강연 요약본이다.

: 2018년 4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원도심 혁신창업 생태계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에서는 특정지역을 창업 육성 공간으로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업의 파트너는 도시재생센터다. "일자리와 기업 창출"이라는 과제를 공유하는 두 센터가 뜻을 모아 도시재생과 창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도시재생센터의 주요 역할은 건물주와 협력해 스타트업이 입주할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입주 스타트업을 모집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다. 제주의 파트너십 모델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벤처캐피털 회사와 스타트업을 훈련할 전문기관을 포함한다. 지역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크립톤과 일본 도시재생 스타트업 기업 리노베링이 파트너로 참여한다.

 제주 모델에 주목하는 이유는 창업 생태계의 장소성과 독립성이다.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가 도시문화를 즐기며 일을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함에 따라, 장소성이 기업 입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독립성도 창업 생태계에 절실한 조건이다. 중앙에 의존하는 생태계가 아닌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생태계가 미래 경제가 요구하는 창의력과 활력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발전 모델, 구조적 한계 드러내

1960년대 이후 한국은 중앙정부와 대기업 중심의 수출진흥을 통한 경제성장 모델을 추진했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경제개혁을 통해 시장 중심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추진해 대기업 재정 건전성 신장 등 소정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수출산업과 대기업 중심 성장모델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주력 산업이 동시에 불황에 빠지고 저성장이 지속되는 등  한국 발전 모델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많은 전문가와 연구기관이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성장 주체를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으로, 제조업과 수출 산업에서 서비스와 내수 산업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McKinsey Global Institute, 2013).

한국경제의 재균형(rebalancing) 과정에서 중축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주체는 지역 정부와 지역산업이다. 경제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인재가 모이고 경쟁하는 도시를 경제성장의 주체로 연구해왔다(Jacobs, 1969, Lucas, 1988, Florida, 2004).

한국도 지역발전과 지역중심 성장의 당위성을 인식해 1987년 이후 다양한 지역발전 정책을 추진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중앙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주를 이뤘다. 이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하며 그 출발은 지역산업 정의의 재정립이다. 국가산업과 연결된 지역산업, 국가산업과 분리된 지역산업으로 구분해야 한다. 지역 정부는 후자, 즉 국가산업과 분리된 자생적인 지역산업의 육성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창조산업, 도시라는 장소를 기반으로 성장

 지역정부가 장소기반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창조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도시라는 장소를 기반으로 성장한다는 데 있다.

창조산업이 도시에 집중되는 현상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리처드 플로리다는 그 원인을 창조인재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도시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 즉 도심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창조도시를 원하는 도시는 도심지역에 창조인재가 선호하는 도시문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도심공간이 창조도시와 산업의 조건이 된 것이다.


 한국과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도심산업은 창조산업으로 진화하고, 동시에 IT, 콘텐츠, 미디어 산업 등 전통적 창조산업이 도심지역에 입지하는 장소기반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도심산업, 공유산업, 도시재생 스타트업, 도심 창업 생태계 등 장소기반 산업이 미래 경제가 요구하는 새로운 지역산업으로 부상한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기술혁신, 라이프스타일혁신, 지역혁신 스타트업 등 다양한 유형의 스타트업을 창조인재가 선호하고 구성원의 소통과 협업이 원활한 도심지역으로 유인해야 한다.

◇산업수명주기 단축…지역정부, 모방불가 경쟁력 확보해야

 통영, 거제, 군산 등 대기업 철수로 위기에 빠진 산업도시가 보여주듯이, 대기업 투자에 의존하는 정책으로는 자생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실현할 수 없다.

 산업 수명 주기가 빨라지면서 대기업 생산 시설은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추세다. 대기업 이동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역정부는 장소, 문화, 클러스터 등 지역 고유의 생산 철학과 방식이 내재된 자원으로 다른 지역이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Porter, 2000). 

 장소기반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우선 해야 할 일은 성공 모델의 확립이다. 국내에서 민관 협력으로 장소기반 산업생태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지역은 제주가 유일하다. 정부가 제주 실험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지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주 모델을 장소기반 지역발전의 새로운 돌파구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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