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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명무실 금감원 '신문고'…5년간 단 1번 울렸다

등록 2018.07.08 08:00:00수정 2018.07.08 15: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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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기준 200명…소비자단체 아니면 일반인에게는 높은 편

보암모 접수, 기준치 미달…결국 5년간 수용건수 1건

"일반 금융소비자 소통창구로 개선해야"…실효성 지적


[단독]유명무실 금감원 '신문고'…5년간 단 1번 울렸다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금융계의 신문고를 지향하며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3년 야심차게 만든 '국민검사청구제'가 5년간 겨우 단 1건만 수용되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높은 접수기준, 내부시스템 부재 등의 지적과 함께 '열린 감독'을 위한 시스템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8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초까지 국민검사청구에 총 3건이 접수됐다. 그나마 이 중 두 건은 기각 및 각하됐고 단 한 건만 수용됐다.

국민검사청구제는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와 소통을 통해 '열린 금융감독'을 구현하겠다며 지난 2013년 5월 야심차게 선보인 제도다. 금융회사의 위법이나 부당한 업무로 금융소비자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큰 건에 대해 200명 이상 당사자가 검사를 청구하면 된다. 이에 소비자 스스로 권리를 구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와 달리 지난 5년 동안 실제로 접수된 것은 겨우 3건에 불과했다. 3건 모두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이 소비자를 대표해 청구한 것들이다.

그나마도 2013년 7월에 청구된 'CD금리 담합 의혹 및 부당금리 적용'건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중이라는 이유로 그달 기각, 이듬해 접수된 'NH농협카드 등 5개사 개인 정보 유출 및 유통 피해조사'건은 이미 금감원에서 검사를 실시한 건이라며 접수 한달여 지난 뒤 각하됐다.

결국 2013년 10월 조 원장이 599명을 대표해 청구한 '동양증권의 계열사 회사채, CP불완전 판매'건만 수용됐다. 즉 지난 5년 동안 사실상 단 한 건만이 처리된 셈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은 "세 건을 청구하는 동안 금감원에서 심의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해당 사안에 대해 심의위원들의 이해도와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좋은 아이디어를 얻거나 생산적인 소통을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닌 형식상 기구라고 느껴, 그 이후로 청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내부에서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해있었다.

뉴시스에서 이를 담당하는 감독총괄국에 그동안 청구 내역과 처리 과정 등을 물었지만 해당 담당자는 "이 부서에 배치된 지 얼마 안 돼 잘 알지 못한다"고 답변할 정도였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 역시 "사실상 내부에서도 사문화된 제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국민검사청구를 통해 안건이 접수되면 내·외부 8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열어 검사실시 여부를 심의한다. 이후 심의요건에 부합하면 해당 부서로 안건을 넘겨 처리한다.

문제는 조 원장과 같은 단체가 아니라면 일반인 피해자가 스스로 청구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는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사는 요양병원 입원치료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하며 금감원에 국민검사를 청구했다. 2018.06.26. joo4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는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사는 요양병원 입원치료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하며 금감원에 국민검사를 청구했다. 2018.06.26. [email protected]


지난달 26일 암환자에게 요양병원 치료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가 국민검사를 청구했다. 이는 2014년 마지막으로 접수된지 4년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이 사안이 정상적으로 접수될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암모에서 청구한 건은 청구한지 1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 접수되지 않은 상태다. 접수건수가 20여건으로 기준치(200명 이상)에 크게 미달되기 때문이다.

보암모는 지난 2월을 시작으로 금감원 앞에서 총 8차례 집회를 이어왔다. 참여 누적인원은 1200여명, 금감원에 접수한 민원도 700여건이다.

피해자 모임치고는 대규모 수준이지만 막상 이들조차 접수한 인원수는 기준치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금감원 담당자는 "그나마 20건도 형식 및 제출서류도 제각각이라 수용되지 못했다"며 "보암모측에서 서류를 다시 보완하고 남은 180여명 서류도 접수할 것이라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조 원장은 "우리같은 소비자단체가 아닌 일반 개인들의 피해단체에서 200명을 모아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제가) 단체대표이기에 피해사례를 모아 한번에 청구할 수 있었지 개인적인 피해모임에서는 어렵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느 금융사에서 부당함을 당했을 때 검사를 청구하면 회사에 대한 조치만 취해질 뿐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도 검사청구보다 차라리 민원을 넣어 부당함에 대한 실질적 조치를 받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안팎에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과 함께 소통의 창구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래 취지인 '열린 금융감독'을 달성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신문고처럼 우선 금융소비자가 좀 더 발언하기 쉬운 플랫폼으로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일반 소비자에게 홍보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금융소비자와 열린소통하겠다는 처음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사문화된 지금 제도에 개선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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