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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산 희토류에도 관세 폭탄…치킨게임 양상

등록 2018.07.11 12: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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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산 희토류에도 관세 폭탄…치킨게임 양상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미국이 중국에 대한 2000억 달러(223조 4000억원) 규모의 추가 관세 조치를 예고하면서 미중 무역 전쟁은 난타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 첨단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중국산 희토류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수를 뒀다. 중국도 미국의 공세에 위축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서로 큰 손실을 감수하고 치킨 게임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이날 발표한 200페이지 가량의 관세 리스트에는 중국산 희토류가 포함됐다. 희토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부터 풍력 터빈과 군사 장비까지 거의 첨단 제조업 제품 생산에 필요한 전략 자원이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그동안 이 자원을 무기화했던 적이 적지 않다. 미국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중국이 더 많은 양의 희토류를 수출하도록 압박을 가해 왔다. 미국이 수입하는 희토류 중 78%는 중국산이다.

 미국이 중국산 희토류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은 자국 제조업에 미칠 타격을 감수하고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중국산 코발트도 이번 관세 목록에 포함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발효했다. 이달 말에는 나머지 160억 달러 규모 수입품 목록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3차 조치를 시행하면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중국산 수입품은 약 2500억 달러 규모가 된다. 중국의 지난해 전체 대미 수출(5050억 달러)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미국은 중국이 보복을 지속할 경우 더 큰 규모의 4차 조치를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2000억 달러 이후엔 30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유보 상태로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거의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각오가 돼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의 '관세 폭탄'에 같은 규모, 같은 강도로 보복한다는 방침을 지켜 왔다. 중국은 지난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발효했다. 미국과 같은 시기에 160억 달러 규모의 관세 조치도 내놓을 계획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중국은 기업과 노동자들이 입은 피해 규모를 파악한 뒤 재정 지원을 할 계획이다. 또 기업들에게는 대두, 자동차 등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의 대미 의존도를 줄일 것을 당부했다. 자국 산업에 손실이 있더라도 버티면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랭크 전 주중 미국 대사는 "중국은 정치적 혼란을 견뎌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시진핑과 공산당은 11월에 중간선거를 치르지 않는다. 게다가 그들은 모든 경제 문제를 트럼프와 미국의 탓으로 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300억 달러 수준이다.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 조치를 내놓을 경우 같은 규모로 보복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 기업과 산업계에 '비관세적' 방식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안전 승인이 지연되는 등 당국의 개입이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산 승용차, 스마트폰 등에 대한 불매 움직임이 확산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현지에 진출해 있는 애플과 GM, 중국에서 공격적인 확장 계획을 세우고 있는 스타벅스 등이 타깃으로 거론된다.

 한국의 사례와 같이 미국 관광 금지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 관광객들은 미국에서 180억 달러를 지출했다. 일본의 2배 규모다. 중국이 여름 기간 헐리우드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 '블랙아웃'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WSJ는 "트럼프의 무역 정책은 철강 산업과 같은 특정 미국 산업을 웃게 만들 수도 있지만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도 몇개의 이빨을 잃게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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