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광주시의회 '주류-비주류 치킨게임' 왜 되풀이되나

등록 2018.07.11 16:58:2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정치적 권력 욕심, 크고 작은 특혜욕구

일당 독점 오만, 차기 선거 포석설까지

"아테네식 순환제, 권력 축소·분산해야"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간의 헤게모니 다툼으로 사흘재 파행을 겪고 있는 광주시의회가 11일 오전 3차 본회의를 열어 새 임시의장 선출을 위한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투표 결과 23명의 재적의원 중 12명의 찬성으로 김용집(남구1) 의원이 새 임시의장으로 선출됐다. 2018.07.11 goodchang@newsis.com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간의 헤게모니 다툼으로 사흘재 파행을 겪고 있는 광주시의회가 11일 오전 3차 본회의를 열어 새 임시의장 선출을 위한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투표 결과 23명의 재적의원 중 12명의 찬성으로 김용집(남구1) 의원이 새 임시의장으로 선출됐다.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간 헤게모니 다툼으로 제8대 광주시의회가 개점 휴업, 식물 의회로 전락한 가운데 다수당 의원들이 양쪽으로 나뉘어 마주보고 돌진하는 소위 '치킨게임'이 왜 되풀이되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이같은 구태와 패권 정치를 차단하고 생산적인 의회를 구현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지난 9일 오전 제8대 의회 첫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열어 전반기 의장과 부의장 2명 등 의장단을 선출하고 상임위원회 위원을 선임할 예정했으나 2분 만에 정회한 뒤 자정께 자동산회됐고, 이튿날 2차 본회의도 10분만에 정회된 뒤 자정까지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했다.

 11일 3차 본회의에서는 새 임시의장 선출에 이어 의장단 선출이 강행됐으나 정회와 속개가 4∼5차례나 이어지는 등 파행을 벗어나진 못했다.

 이는 의장에 단독 출마한 진영과 의장 후보 사퇴 후 임시의장에 오른 반대파 사이에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예결위원장 등 소위 '노른자위 감투'를 노린 다수당의 헤게모니 다툼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끼리끼리 패거리 정치'라는 비난과 정치적 폄훼에도 불구, 헤게모니 패권싸움은 무엇을 위해, 왜 되풀이되는 것일까. 지역 정가에서는 여러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권력욕을 가장 큰 이유도 든다.

 지역정가 한 관계자는 "일단 의원 개개인 입장에서는 '좋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고, 자연스레 이권 개입이나 정치적 입김 등에 유리한 교두보, 즉 지방권력을 행사할 수 있어 기를 쓰고 오르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권력에는 특혜가 따르게 마련. 의장에게는 광역의회 수장에 걸맞게 널따른 집무실과 전용 차량, 운전기사, 수행비서 등이 제공된다. 품위 유지와 원활한 의정활동 등을 위해 의장에게는 월 400만원, 부의장 2명에게는 각각 200만원, 상임위원장에게는 100만원 수준의 업무추진비도 주어진다. 회의소집과 취소, 법안 상정권도 지닌다.

 주요 시정 현안에 대해 의장과 상임위원장은 직권으로 회의를 지연시키거나 신속히 처리할 수도 있어 집행부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상전'이다.

 민주당 일당독점이 부른 예견된 파행이라는 의견도 많다.

 민주당과 비민주당 비율이 22대 1로 극단적 불균형이 현실화되다보니 "우리가 결정하면 그만"이라는 오만에서 사전 경선과 나눠먹기식 담합, 주류 다툼이 빚어졌다는 해석이다.

 중장기 정치적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차기 지방선거에서 주요 경력으로 평의원보다는 의장이나 부의장, 상임위원장, 예결위원장, 운영위원장 등의 직함이 붙을 경우 후보자의 중량감을 키울 수 있고, 이는 고스란히 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에서다. "능력보다 간판이 중요하다"는 게 전직 시의원의 고언이기도 하다.

 좀 더 큰 그림으로는 차기 광주시장이나 국회의원 선거를 노리고 지방의회 권력선점을 통한 세력 확산을 노린 '멀리 본 한 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밖에 "87%를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의 참신한 패기와 구태를 타파하려는 몸부림이 부족했다. 기대 이하"라는 따가운 일침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번 8대 의회 파행의 경우 민주당 의원들 간 물밑 논의 과정에서 감정이 개입되면서 5대, 6대 의회 때와 달리 승부를 인정하지 않는 '오기 정치'까지 가세해 사상 유례없는 파행을 빚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같은 비생산적 구태정치를 없애기 위해서는 우선 권력 분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축소하고 배분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은 물론 상임위원까지도 주기적 순환제를 적용하는 '아테네식 순환근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 때문에 나오고 있다.

 또 의원들이 외부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의장단 등의 업무추진비를 줄여 전체 의원의 인건비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박재만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역대 광주시의회에서 되풀이돼온 일당 독점에 따른 자리 나눠먹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패권 정치와 구태 타파와 함께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 순환제와 같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의장에게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다 보니 늘 '나를 따르라'는 식이고, 이를 위해 밑에서 팀 짜서 나눠먹기하는 것"이라며 "지방의회를 살리기 위한 제도적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제8대 광주시의회가 9일 개원과 동시에 파행을 겪고 있다. 재적의원 23석 중 22석을 싹쓸이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간의 자중지란으로 첫 임시회가 개회하자마자 정회에 들어갔고, 의사일정 차질은 물론 이례적으로 개원식과 개원기념 다과회까지 취소됐다. 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2018.07.09 (사진=광주시의회 제공)  photo@newsis.com

사흘째 파행 광주시의회.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