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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일·가정 양립…충북 지자체 직장보육 외면 여전

등록 2018.07.15 07: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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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일·가정 양립…충북 지자체 직장보육 외면 여전

【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충북도와 도내 시·군청 대부분이 직장 어린이집 설치를 외면하고 있다. 위탁보육으로 이행강제금을 피하고 있으나 직장 어린이집을 요구하는 '워킹맘'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15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청과 도내 시·군·구청 중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기관은 청주시 상당구청, 서원구청, 청원구청과 제천시청뿐이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전체 근로자 500명 이상인 사업장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정부는 미이행사업장 명단을 공개하고 최대 연 2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설치 독려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관할 지역 직장어린이집 설치 대상 사업장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처분권자인 도내 시·군청에는 직장어린이집이 없는 곳이 허다하다. 시·군청 역시 직장어린이집 설치 대상 사업장이다.

 청주지방법원, 충북도교육청, 충북지방경찰청, 충북대 등 도내 주요 기관 대부분은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어 비교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장 어린이집 미설치 사업장 이행강제금 부과 방침이 나온 뒤 도내 시·군은 이행강제금을 단 1건도 부과하지 않았다. 시·군이 스스로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직장 어린이집이 없는 도청과 시·군청은 위탁보육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처벌을 면하고 있다. 아이가 있는 공무원에게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하는 방법인데, 정부는 외부 어린이집 위탁보육도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위탁보육과 직장 어린이집의 보육 만족도는 차이가 크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의 보육실태 조사에서 직장 어린이집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36점으로, 부모 직접 양육을 제외한 다른 보육방식보다 월등히 높았다.
 
 5살 아이를 둔 한 여성 공무원은 "근무지와 떨어진 외부 어린이집과 직장 어린이집 중 어느 곳을 선택할지는 물어보나 마나"라면서 "위탁보육은 선택이 아니라 도저히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는 사업장의 고육지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도청 공무원노조는 이시종 충북지사와의 토크콘서트에서 직장 어린이집 설치를 거듭 건의했다. 여성 노조원들은 "육아문제로 업무에 매진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 지사는 "도청에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청사가 비좁아 당장은 설치가 어렵지만 향후 도의회 청사를 신축하면서 어린이집 설치 공간을 확보하겠다"고 답변했다.

 지자체가 직장 어린이집 설치에 소극적인 이유 중 하나는 비용 부담이다. 도가 매년 지출하는 위탁보육료 예산은 3억원이지만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면 연간 5억여원(원아 110명 기준)의 운영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도 관계자는 "지자체는 지역 어린이집 원아 수급 여건 등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법에 따라 획일적으로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정부 기관과는 입장이 다르다"면서 "출생아 수가 갈수록 줄고 기존 어린이집 정원 충족률도 떨어지는 상황인데, 또 하나의 어린이집을 만드는 것이 타당한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현재 도내 직장 어린이집은 일부 지자체를 포함해 34곳이다. 충북 지역 900여개 민간·가정어린이집 중 2015년 17곳, 2016년 36곳, 2017년 40곳이 폐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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