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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성소수자 함께 살자" vs "탈동성애가 인권"…퀴어축제 성황

등록 2018.07.14 19: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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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국 대사관·주한 유럽연합 대표부·국가인권위 등 참여

무지개 깃발·부채 들고 축제 즐겨…"성소수자와 함께 산다"

종로·명동 일대 퍼레이드 성황…성소수자 바이크팀이 선두

맞불 집회도 열려…태극기·성조기 들고 "탈동성애가 인권"

퀴어퍼레이드 직전 일부 난입으로 다소 지연…큰 충돌 없어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 최대 행사인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2018.07.1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 최대 행사인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2018.07.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국내 성소수자(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렌스젠더·무성애자·남녀한몸)들의 최대 행사인 '퀴어문화축제'가 1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올해 19회째인 축제는 '퀴어라운드(Queeround)'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퀴어라운드는 '당신의 주변에는 항상 우리 성소수자가 있다', '이제 우리 퀴어의 라운드가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부스행사에는 주한미국·유럽·프랑스·네덜란드 등 13개국 대사관과 주한유럽연합 대표부, 국가인권위원회, 지역커뮤니티 등 105개 단체 등이 참여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축제에서 처음 참여한 뒤 올해 두 번째로 부스를 차렸다. 미국 대사관도 지난해에 이어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무지개 깃발을 내걸었다. 올해 퀴어문화축제 참가자 수는 5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날이었지만 축제 참가자들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과 부채 등을 흔들면서 축제를 즐겼다. '혐오는 사랑을 이길 수 없다' '우리 여기 있어요, 성소수자가 함께 살고 있어요'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든 참가자도 있었다.

 축제장 곳곳에는 다양한 복장을 하고 선 참석자들이 위치했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연단을 바라보면서 연신 호응을 하거나 가족·연인·친구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로 광장이 가득 찼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성소수자 최대 행사인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18.07.1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성소수자 최대 행사인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18.07.14.  [email protected]

환영무대에서는 무지개음악대, 소실점, 원·투·퀴어 앤 포, 쿠시아 디아멍 등의 공연이 진행됐다. 연대 단체들도 연단에 나와 "차별에 반대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축제의 주요 행사인 퍼레이드는 오후 4시45분께 시작됐다. 당초 행진은 4시30분께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인근에서 대기하던 보수 성향 시민 일부가 기습적으로 경로를 가로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

 퍼레이드는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을지로입구, 종각, 종로2가, 명동을 거쳐 다시 서울광장으로 복귀하는 경로로 진행됐다. 성소수자 바이크팀인 '레인보우 라이더스'가 선두에 섰고, 차량 8대와 시민들이 함께 행진하는 방식으로 행진했다.

 행렬은 대형 무지개 깃발을 들고 도심을 지났다.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행인들을 대상으로 손을 흔들거나, 행진에 동참한 다른 참석자와 대화하면서 웃는 모습으로 거리를 걸었다.

 퀴어축제는 지난 1970년 6월28일 미국 뉴욕에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의미로 진행된 '게이프라이드'에서 시작됐다. 스톤월 항쟁은 1969년 미국 경찰이 게이바 '스톤월'을 습격하면서 발생한 시위를 말한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성소수자 최대 행사인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18.07.1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성소수자 최대 행사인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18.07.14.  [email protected]

게이프라이드 이후 퀴어축제는 전 세계로 퍼져 성 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이 동참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2000년 퀴어문화축제가 처음 시작된 이래 매년 열리고 있다.

 이날 광장 곳곳에서는 보수성향 개신교계 등 다수 집단이 주최한 맞불집회도 열렸다.

 성소수자전도연합은 종로구 파이낸스빌딩 앞,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한성총회는 서울시청 서편, 샬롬선교회는 환구단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어 퀴어문화축제를 규탄했다.

 이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동성애를 반대한다' '에이즈의 주된 전파 경로는 남성 간 성행위다'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 준비위원회'는 대한문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건강한 사랑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등의 팻말을 설치하고 음악을 크게 틀거나 퀴어문화축제를 규탄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동성애는 후천적 성중독의 일종이라는 것이 많은 탈동성애자들의 증언과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로 밝혀졌다"라며 "동성애자들을 위한 진정한 인권은 동성애에서 탈출하도록 돕는 것이라는 절규를 외면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성소수자 최대 행사인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는 가운데 동성애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도로에 누워 행진을 가로막고 있다. 2018.07.1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성소수자 최대 행사인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는 가운데 동성애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도로에 누워 행진을 가로막고 있다. 2018.07.14.  [email protected]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종로1가까지 가두행진 했다. 또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집회를 마친 친박 단체 회원 등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다른 집단들도 도심 행진을 진행하면서 세를 과시했다.

 이날 동시에 열린 퀴어문화축제와 보수 성향 집회는 경찰이 설치한 펜스 또는 병력을 통해 분리됐다.

 보수 성향 단체들은 서울광장 주변 곳곳에서 군가나 찬송가 등을 소리 높여 틀었고, 퀴어문화축제 일부 참가자들은 보수 성향 집회 쪽으로 무지개깃발을 흔들면서 대립했다.

 퀴어퍼레이드가 시작되려는 순간 일부 보수 성향 시민들이 경로에 난입해 드러눕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도 있었으나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2014년 퀴어문화축제에서는 반대집회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막아 도로에서 4시간 넘게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2015년에는 보수 성향 기독교 단체가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을 막아 행사가 1시간 지연되는 일도 있었다.

 2016년 퀴어문화축제에서는 반대집회 참가자들이 방해를 시도하거나 도로에 드러눕는 등의 소동이 발생했다. 2017년에는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일부 반대집회 참가자들의 항의가 있었으나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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