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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더워서 집 나왔다"…숲·한강·카페로 도심 곳곳 '폭염 피난'

등록 2018.07.17 11: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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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에어컨 잘 나오는 카페로 몰려

강바람 있는 한강, 숲 있는 공원도 북적

차가운 맥주에 아이스크림 들고 도심 피서

노인들 "요즘 지하철로 나들이하는게 유행"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16일 서울 성동구 한 공원에 설치된 온도계가 34도를 가리키고 있다. 2018.07.16.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16일 서울 성동구 한 공원에 설치된 온도계가 34도를 가리키고 있다. 2018.07.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손정빈 안채원 류병화 기자 = "너무 더워서 나왔어요. 에어컨 바람 쐬는 건 안 좋아해서 숲으로 왔죠. 확실히 집보다 시원해. 푸른 것들도 보고 좋아요."

 은평구 역촌동에 사는 윤모(75)씨는 계모임 회원 세 명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서울숲을 찾았다. 돗자리를 깔고 둥글게 앉은 이들은 참외를 깎아 먹으며 피서 중이었다. 일행 정모(73)씨는 "덥긴 덥지만 나무 그들 아래 가만히 있으면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한 여름에도 책상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공부하기 바쁜 고등학생들도 무더위 앞에 장사는 없었다. 단축수업을 마친 남녀 고등학생 8명은 너무 더워 분수대에 뛰어드는 걸 작정하고 서울숲에 왔다고 했다. 이모(16)군은 "친구들 모두 여벌 옷을 가지고 왔다"며 근처 분수대로 곧장 뛰어들 기세였다.

 전날 서울에 첫 폭염경보가 발효되는 등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자 시민들은 각자 방식대로 '태양을 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거리에는 부채나 손선풍기를 든 시민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가로수가 만든 그늘 밑으로 줄을 지어 걸었고, 건물이 만든 작은 그늘 밑에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선 남성들도 있었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초복을 하루 앞둔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 전문점에서 시민, 관광객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18.07.16.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초복을 하루 앞둔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 전문점에서 시민, 관광객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18.07.16. [email protected]


 ◇더울 땐 카페가 최고…주부들 "집에서 혼자 에어컨 틀면 돈 아까워"

 날이 더워지면서 대형 아파트 단지 앞 카페에는 아이를 데리고 나온 주부들로 요즘 발디딜 틈이 없다. 혼자 집에서 에어컨을 틀고 비싼 전기료를 낼 바에야 시원한 카페에서 음료 한 잔 시켜놓고 이웃들과 '친목도모'를 하는 편이 낫다고 한다.

 16일 오후에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평일이지만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아이를 안은 엄마들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기가 울지 않게 유모차를 앞뒤로 흔들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엄마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100석 규모를 갖춘 이곳은 최근 더위가 시작되면서 오전부터 앉을 자리가 없어 '매진'이다. 이 카페에서 3개월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강모(23)씨는 "아파트 주민들이 자주 찾아 원래 손님이 많은 매장이긴 한데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손님이 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 주부 강모(35)씨는 "남편이 일하러 가면 집에 아이와 둘만 남는데,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어놓기가 아깝다는 생각에 가장 더운 시간에는 카페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김모(30)씨는 "아직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날씨가 더워지면 아이가 자주 운다"며 "어쩔 수 없이 시원한 카페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16일 광주의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이날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할머니가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다. 2018.07.16.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16일 광주의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이날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할머니가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다. 2018.07.16.  [email protected]

◇한강 자연바람 맞으며 '치맥'으로 더위 식혀

 뚝섬한강공원에는 나무 그늘 밑에 돗자리와 그늘막을 펴고 강바람으로 더위를 식히려는 시민들이 많았다. 부부가 나란히 선글라스를 쓰고 누워 잠을 자기도 했고, 홀로 앉아 차가운 맥주를 마시는 남성도 있었다. 자전거를 타다가 그늘에 자리를 펴고 치킨을 시켜먹는 연인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뚝섬을 찾은 정진훈(46·서울 동대문구)씨는 친구와 함께 커다란 나무 그늘 밑에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었다. 정씨는 "여기가 내 아지트다. 더울 때마다 찾는 곳"이라며 "자전거를 타면 그리 덥지 않게 올 수 있고, "텐트 치고 앉아 있으면 바람이 불어 더위 피하기에 딱"이라고 만족스러워 했다.

 이성은(20)씨는 "더위를 견디지 못해 혹시 한강은 시원할까 해서 친구와 함께 오게 됐다"고 말했다. '치맥' 중이던 이씨는 "역시 여름엔 한강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게 최고"라며 "뚝섬한강공원은 지하철에서 가까우니까 너무 덥지 않게 편하게 오고갈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6일 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18.07.16.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6일 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18.07.16. [email protected]

◇"너무 더워서 한낮에는 일 못해요"

 17일 오전 10시가 채 안 됐지만 서울 기온은 29도까지 치솟았다. 한 시간이 지나자 온도계는 30도 위로 치솟았다. 오전 11시 기준으로 서울은 전날에 이어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명동에는 땀을 비오듯 흘리며 보도블럭 교체 작업 중인 인부들이 있었다. 안전을 위해 긴팔에 긴바지를 입고 일을 해야 한다는 이들은 "더워도 너무 덥다"며 "일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태양이 더 뜨거워지는 오전 11시~낮 2시 사이에는 일을 할 수 없다. 인부 유모(51)씨는 "더워서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으면 차에 들어가 에어컨을 튼다"며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혀를 찼다.

 한 매장에서 인테리어 작업 중이던 A씨는 "이런 일을 할 때는 보통 에어컨이 아니라 선풍기를 틀어놓는다"며 "요즘 날씨는 선풍기로 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헬멧을 쓰고 일을 하는 게 원칙이지만 무거운 헬멧을 쓰면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덥기 때문에 가벼운 모자를 쓰고 일을 한다고 했다. A씨 티셔츠는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계속된 16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수성못에서 시민들이 무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8.07.16.  wjr@newsis.com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계속된 16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수성못에서 시민들이 무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8.07.16. [email protected]

◇노인들 "여름엔 시원한 지하철 나들이가 유행"

 낙원상가 앞에서 만난 박노균(77)씨는 "요새 너무 더워서 노인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모시 상의에 통넓은 바지를 입고 중절모를 쓴 박씨는 "오늘 아침에는 그래도 좀 선선한데, 어제는 아침에도 밖에 앉아 있지를 못할 정도로 더웠다"고 푸념했다. 그는 "노인들은 점심에는 가게 들어가서 낮술이나 해야지 더운데 밖에 나가면 안된다. 큰일 난다"고 덧붙였다. 낙원상가 주변 나무 그늘에는 의자를 놓고 앉아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는 노인들이 보였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최옥현(71)씨는 "여름철에는 지하철 나들이 하는 게 노인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했다. 출퇴근 시간을 피해서 나들이 가 듯 지하철에 오른다는 게 최씨 설명이었다. 그는 "그래도 노인들은 대체로 찬사람 쐬는 걸 안 좋아해서 탑골공원에 온다"며 "여기는 그늘이 많아서 견딜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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