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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사망자 일반병원보다 11명 많다…건보재정 1.8조 누수

등록 2018.07.17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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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은 2개 많은데 의료인은 적어…이직률 45%

주사제처방·입원일수多…건보료 1.8조 부당이득

복지부, 리니언시·재진입 방지 등 종합대책 마련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나이와 질환이 비슷한 환자들이 입원했을 때 사망자 수가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 일반 의료기관보다 11명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의료인(사무장) 등이 다른 의료인을 앞세워 영리목적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의료질은 대체로 떨어졌다.

 이런 폐해가 드러나 적발된 사무장 병원 1300여곳에서 9년간 발생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액만 1조8000억원이 넘는다.

 ◇낮은 의료인프라…사망률 높고 과잉진료 우려

 보건복지부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해 부당이득 환수를 결정한 1273개 사무장 병원과 현재 개설된 의료기관 12만114개를 비교분석한 결과를 17일 공개했다.

 적발된 사무장 병원의 94%는 의료기관 개설주체가 아닌 비의료인(사무장)이 의사나 의료법인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였다. 나머지는 의사, 법인 등이 다른  의료기관 개설주체 명의를 대여해 병원을 연 이들이었다.

 단순 총수로 보면 의원이 577개(45.3%)로 요양병원 252개(19.7%), 한의원 191개(15.0%)보다 많았으나 전체 의료기관과 비교했을 땐 요양병원과 한방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일반 의료기관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개설주체별로는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29.2%, 사단법인 23.7%, 종교법인 182% 등 순이었다.

 문제는 이들 사무장 병원의 의료질이 적법한 의료기관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중증도 보정 표준화 사망비를 보면 사무장 병원이 110.1로 300병상 미만 일반 병원급 의료기관(98.7)보다 11.4 높았다. 질환이 같고 나이, 중증도 등이 비슷한 환자 100명이 입원했다고 가정할 때 사무장 병원에서 11.4명 더 숨진다는 뜻이다. 사망비가 100을 초과하면 해당 의료기관 의료질을 의심해야 한다.

 낮은 인프라도 사무장 병원의 폐해다.

 사무장 병원 병실당 병상수는 일반 의원(2.62개)보다 1.95개나 많은 4.57개로 과밀병상 우려가 크다.

 병상은 일반 의료기관보다 2개 가까이 많지만 고용된 일반직원 대비 의료인 비율은 18.2%로 일반 의원(27.5%)보다 9.3%p 되레 낮았다. 300병상 미만 요양병원만 놓고 봤을 때 사무장 병원의 의사 1등급 비율은 79.2%, 간호사 1등급 지율은 66.7%로 일반 요양병원보다 각각 7.3%p 5.5%p씩 떨어졌다.

 봉직의 이직률(6개월 미만 근무)이 일반 의료기관(21.5%)보다 두배 이상 높은 45.1%인 까닭에 의료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70세 이상 대표자 비율은 사무장 병원이 13.6%로 일반 의료기관(2.3%)보다 5.9배 높아 의료인 고령화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무장 병원은 진료비와 주사제 사용 비율, 장기 입원일 수 등이 높아 과잉진료 가능성이 대두된다.

 연평균 입원 급여비용은 100만3000원으로 일반 의원(90만1000원)보다 10만2000원 높았고 진료건당 진료비는 13만1000원(사무장 병원 28만2000원>일반 병원 15만1000원)이나 차이가 났다.

 한해 평균 주사제를 처방하는 비율은 사무장 의료기관이 37.7%로 일반 의료기관(33.0%)보다 4.7%p 높았고 입원일수는 1.8배(사무장 의원 15.6일>일반 의원 8.6일)나 길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무장 병원은 사무장 개인 수익추구를 위해 시설안전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화재 등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며 "의료인력 부족과 잦은 이직, 과밀병상 등 적정 의료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없고 환자안전, 감염관리 등에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과잉진료와 환자유인, 진료비 부당청구 등은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 설립 자체가 불법인 사무장 병원이 청구한 건강보험 재정은 전액 환수 조치 대상이다. 2009년부터 9년간 적발된 사무장 병원 1273곳의 부당이득은 1조8112억83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걷은 금액은 1320억4900만원으로 7.29%에 그쳤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게다가 적발건수는 2014년 174개에서 2015년 166개, 2016년 222개, 지난해 225개로 증가추세지만 복지부가 단속에 나선 기관 가운데 실제 환수가 결정되는 적발률은 2016년 68.5%에서 올해 48.6%까지 떨어졌다.

 정은영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개인 병원에 대해선 적발률이 높지만 법인 등은 지능화·은밀화 등으로 적발이 어렵다"면서 "수사권이 없어 신고를 접수해 고발하기까지 평균 11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락 배경을 설명했다.

 ◇지능화로 적발 어려워…리니언시·처벌 강화하기로

 이에 복지부는 '사후적발'에서 '사전예방'으로 대응방향을 전환하고 진입단계에서 퇴출단계까지 전주기별로 관리하는 '불법개설 의료기관(사무장 병원)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행정처분(의료법 위반시 개설허가 취소)과 법인 의료기관 개설요건, 형사처벌(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의료생협 설립요건 등을 강화했으나 부당이득 환수율 저조 등 한계가 있다는 문제 인식 때문이다.

 우선 이번 사무장 병원 분석을 토대로 한 78개 예측·감지 표준지표를 통해 불법개설기관 감지 시스템을 고도화한다. 도입이 확정된 특별사법경찰을 중심으로 검찰, 경찰, 금감원 등과 수사협력체계를 정립한다.

 최근 사무장 병원은 고도화·지능화 등으로 사무장에게 면허를 빌려준 의사가 자진 신고하지 않으면 적발이 어려워졌다. 따라서 복지부는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를 운영한다. 현재 국회에는 내부고발한 의료인에 대해 면허취소 처분을 면제하고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3년간 감면해주는 등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동시에 병원 경영 폐쇄성 새결을 위해 의료기관 회계 공시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신고포상금 상한도 2014년 10억원에서 추가 인상할 방침이다.

 앞으론 사후적발에 그치지 않고 진입단계부터 사무장 병원 설립이 제한된다.

 의료법인 임원지위 매매 금지를 의료법 개정을 통해 명문화한다. 이사회에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비율을 제한하고 이사 중 1인 이상은 의료인을 선임토록 하고 법인 설립기준을 구체화한다.

 의료생협 관리 권한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넘겨받으면서 설립요건이 완화됐을 때 설립된 의료생협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바꾸기로 했다.

 사무장 병원 여부를 가장 잘 아는 지역 의사협회 등이 의료기관 개설 신고(허가) 시 사전검토(peer review)하는 등 지원방안을 지역의사회 및 병원협회와 협의한다.

 퇴출 단계도 한층 강화된다. 조사 거부 때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신설하고 업무정지 처분까지 내릴 수 있도록 한다.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면허를 빌리는 경우에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수사개시 시점부터 요양급여를 지급보류하고 체납처분 시 독촉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법을 개정한다.

 사무장 병원 1273곳 중 16%인 203곳은 동일 장소에서 다시 병원을 열었다가 적발됐다. 복지부는 폐쇄명령처분 효과가 승계되도록 의료법을 개정하기로 한 건 이 때문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사무장 병원은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주된 원인일 뿐만 아니라 낮은 의료서비스 질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함에도 수법의 지능화, 고도화로 적발이 쉽지 않은 만큼 개설단계에서부터 사전예방이 중요하다"며 "의료인들이 사무장병원의 고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진신고 감면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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