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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설비자본 기술 나아질수록, 대졸·전문직 임금 더 감소시켜"

등록 2018.07.17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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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 근로자·전문가 등 비정형직 근로자 임금 더 감소"

"우리나라 설비자본 기술 정형직 노동과 상대적 보완성"

기술진보, 기존 성능개선에만 초점…기존 분석과는 배치

"韓설비자본 기술 나아질수록, 대졸·전문직 임금 더 감소시켜"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설비자본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주로 대졸 이상의 근로자와 전문직 종사자의 임금을 상대적으로 더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설비자본 기술 진보로 향후 직무 특성에 따른 임금 불균형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한국은행의 BOK경제연구에 실린 '설비자본재 기술진보가 근로유형별 임금고용에 미치는 영향(김남주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설비자본의 기술진보로 대졸 이상 '숙련 근로자'와 전문직 등 '비정형직 근로자'의 임금이 그렇지 않은 근로자에 비해 더 많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설비자본의 기술진보가 발생했을 경우 숙련·미숙련 근로자와 정형·비정형직 근로자간 임금·고용(근로시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형을 통해 추정한 결과다. 기술진보 측정에는 지난 1980~2017년까지의 국내공급물가지수 중 최종재자본재 지수 자료가 활용됐고, 임금·고용 분석은 같은기간 연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가 바탕이 됐다.

추정 결과 대졸 이상의 숙련 근로자는 고졸 이하의 미숙련 근로자에 비해 임금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었다. 설비자본의 성능이 좋아지면 오히려 대졸 이상의 근로자를 더 대체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정형직 근로자보다 비정형직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 더 감소했다. 비정형직 근로자는 생산방식이 정해지지 않고, 상황에 맞게 대응이 필요한 업무로 주로 전문가, 관리자, 공학기사, 개인서비스원, 간병인, 비전문적 판매인 등이 포함된다. 정형직 근로자는 사무행정원, 생산공, 기능공, 조작공, 조립공 등으로 생산방식이 반복 표준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를 의미한다.

반면 고용 비율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우리나라의 설비자본 기술이 주로 정형직 노동과 상대적인 보완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용 중인 설비자본은 미숙련보다는 숙련 근로자를, 정형직보다는 비정형직 근로자를 더 대체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설비자본재의 기술진보는 노동시장에서의 근로유형별 임금 불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기술발전으로 설비자본재 성능이 향상될수록 학력별이나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 불균형보다는 정형직-비정형직 임금 불균형 문제가 더 중요하게 부각될 수 있다"며 "정규직-비정규직간 임금격차 해소에 주안점을 두고있는 우리나라 고용정책이 다양한 방향으로 재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의 기술진보 정도는 무인자동화가 가능한 산업용 컴퓨터 도입 등 '외연적 기술발전'이 아닌 기존 성능 개선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생산기술이 발전하면 주로 정형직 근로자가 대체될 것이라는 기존 분석과는 배치된다. 아울러 직무특성별로 근로자 구분을 보다 세밀화하지 못한 점 등의 한계도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 설비자본재의 기존 기능 향상에만 국한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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