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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국민연금, 스튜어드십 도입 초안...'경영 위축' vs '실효성 부족'

등록 2018.07.17 19: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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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께 최종안 의결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박영석 서강대학교 교수가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가 집사(steward)처럼 돈을 맡긴 국민 이익을 위해 책임을 다하도록 한 지침이다. 2018.07.17.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박영석 서강대학교 교수가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가 집사(steward)처럼 돈을 맡긴 국민 이익을 위해 책임을 다하도록 한 지침이다. 2018.07.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국내 상장사의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SC·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 지침) 도입 방안 밑그림이 나왔다. 배당관련 주주활동 범위 확장, 의결권행사 사전공시, 주주 대표소송 등 올 하반기부터는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부터 단계적으로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사외이사, 감사 등 임원 선임·해임, 정관변경 관련 주주제안 등 회사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여부는 2020년에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각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세계적인 추세임에 따라 첫발을 내디딘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경영위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또 일부에서는 경영계의 개입 우려 압박에 못이겨 실효성 없는 안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자산운용사에 맡기는 것에 대해서도 시각이 첨예하게 갈린다.

 국민연금을 관리·감독하는 보건복지부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박능후 복지부 장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내용을 반영해 오는 26일께 최종안을 확정, 의결할 계획이다. 

◇제반여건 갖추면 2020년 경영참여 주주활동 도입 검토

 이번 도입 초안은 올해 하반기부터 2020년까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도록 방향을 잡았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먼저 배당관련 주주활동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배당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대상기업 규모를 연 4~5개에서 연 8~10개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하반기부터 국민연금 의사결정의 실효성 및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내용을 사전에 공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투자한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을 주총 이전에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지금은 의결권 행사 내력을 주총후 14일이내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주총 안건에 반대할 경우 반대 사유를 충실하게 설명해 의미 있는 정보를 시장관계자들과 주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주주대표소송제도 하반기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주주대표소송이란 대한항공 사태처럼 기업 이사가 횡령 배임 등으로 기업에 손해를 끼쳤을 때 국민연금이 주주 대표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는 것을 지칭한다.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횡령, 배임, 부당지원행위, 경영진 일가 사익편취행위, 임원보수한도 과다 등 기금수익, 주주가치 등과 밀접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중점관리사안'을 선정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또 지분율 5% 이상 또는 국내주식 전체 투자비중 1% 이상 기업(작년 324개 기업)중 중점관리사안 해당 기업, 중대한 기업가치・주주가치 훼손 우려 기업을 대상으로 비공개 대화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의결권 지침에 기 규정된 세부기준 등을 활용해 이사회 구성・운영 등 관련 일반원칙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위탁운용사 선정・평가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행여부 가산점 부여, 위탁부문 의결권행사는 관계법령 개정후 위탁운용사에 위임 추진할 계획이다. 단 개별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내용, 의결권 행사 기준 등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기준과 상관없이 자율성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2020년에는 미개선 기업 대상 의결권 행사 연계, 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및 공개서한 발송 등을 실행한다는 구상이다. 또 사외이사, 감사 등 임원 선임·해임, 정관변경 관련 주주제안, 의결권 위임장 대결 등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는 제반 여건이 구비된후 재검토하기로 했다.

 최경일 복지부 국민연금재정 과장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기업가치・주주가치 훼손 우려 기업과 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 등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돼 기금의 장기수익 제고, 기금자산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일각에서 과도한 경영간섭 우려가 있는 만큼 스튜어드십 코드에서 정한 원칙, 기준 등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절차에 의해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에 의결권 위임 찬반 엇갈려

 각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찬성하면서도 세부안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우선 경영참여 주주권 활동을 2020년 이후 검토로 미룬 것에 대해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한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먹튀를 하거나 경영권을 위협하는 주주 행동주의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다른데 같은 것으로 오인되는 측면이 있다"며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까지 할 수 있도록 해야 실질적으로 집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지 2020년에 가서야 검토를 하면 정부 레임덕으로 결국 추진을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히려 경영 위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찬성한다면서도 "비경영자의 경영 참여를 논하려면 국내에서 경영권자가 충분히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헤지펀드로부터 회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 모르겠다"며 "국민연금이 가입자 보호만을 위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다면 경영 및 자본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외희 전무는 "기업들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대신 실제 도입시 어떻게 기업이 해야 하는 것인지 명확한 기준과 세부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자산운용사에게 자금 위탁과 함께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기로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관점이 대립된다.

 국민연금은 기업 경영간섭, 국민연금의 과도한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 해소 차원에서 관련 법령 개정후 위탁운용사에 위임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민경 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할지 여부는 정책적 판단이다"라며 "제도 도입의 속도 조절, 현실성 등의 차원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과다해질 가능성을 감안해 위탁운용사에 위임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정용건 연금행동집행위원장은 "권력 위계상으로 보면 자산운용사는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최말단에 있다"며 "자산운용사들은 대기업 계열사가 많고 역량 차원에서도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관측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도 "자산운용사들에게 의결권 행사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며 "또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결정을 보류하는 등 무늬만 스튜어드십 코드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 선정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및 이행을 평가하는 안에 대해 부담을 나타내고 있다.

 박경종 한국투자신탁운용 컴플라이언스실장은 "총을 줬으면 총알을 줘야 하듯 자금과 함께 의결권도 함께 위임받는 안에는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자산운용업계가 의결권 행사를 위한 인적·물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점 평가 방식은 자산운용사들에게 부담만 가중시킨다"라고 토로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독립성 강화해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다. 기금의 맏형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기업가치 훼손을 막아 국민의 노후자금을 보호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익을 제고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 합병과정 등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는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독립성·투명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취지를 살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의 독립성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할 충분한 정보력이 있는지 이끌어나갈 유인책이 잘 마련돼 있는지 의문"이라며 "또한 배당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는데 일본의 국민연금처럼 장기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중심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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