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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마지막 날 성낙인 서울대 총장 "후임자 사상 초유 낙마, 무한 책임 느껴"

등록 2018.07.19 17: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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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인터뷰…"후임자 없이 쓸쓸히 퇴장, 안타깝다"

"모두 내가 다 책임지고 가져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

"흠결 없는 사람 요구…시대와 불화 적은 인물 적합"

"교수와 학생 개개인의 존엄성 보장으로 사회 진화"

"변하는 시대 따라가지 못하면 공동체 붕괴로 나가"

"시흥캠퍼스 조성, 고생했지만 아름다운 결과 됐다"

"4차 산업혁명 전진 기지…비온 뒤에 땅 굳어진 격"

"서울대 학생들, 관악산 기운 받아 큰 지도자 되길"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4년 임기를 마친 성낙인 제26대 서울대학교 총장이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총장실에서 퇴임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7.1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4년 임기를 마친 성낙인 제26대 서울대학교 총장이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총장실에서 퇴임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7.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좋은 일도 많았고 나쁜 일도 있었죠. 세상살이가 다 그렇듯 양지와 음지가 함께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퇴임 날짜인 19일, 총장실 자리에 마지막으로 앉은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은 임기를 마친 데 대한 홀가분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는 "(임기 동안) 시대정신이 만든 화두들과 마주했고, 일부는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성 총장은 이임식도 치르지 못하고 떠나게 된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총장 후보로 최종 선출됐던 강대희 교수는 최근 성희롱·성추행 및 논문 표절 의혹 등이 불거지자 전격 사퇴했다. 이에 성 총장은 자성의 의미로 일체 공식 행사 없이 총장직을 마무리하게 됐다.

 성 총장은 "후임자 없이 쓸쓸히 퇴장하려니 안타깝다"며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고, 다른 누구의 책임이 아니라 전부 다 내 책임이니 모두 내가 다 책임지고 가져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오래 비워두지 말고 대한민국 사회가 원하는 덕목을 바탕으로 빠르게 후임 총장이 오길 바란다"며 "사상 초유의 낙마 사태가 생긴 만큼 흠결이 없는 사람이 요구될 것이기에, 시대와 불화가 적은 인물이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총장 임기 동안 겪었던 갈등들에 대해서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받아들여 불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써왔다고 밝혔다. 특히 인권에 대한 고민을 깊이 했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갑질 논란으로 학생들이 기나긴 천막농성을 시작하게 했던 H교수 건에 대해서도 성 총장은 징계위의 '정직 3개월' 결정이 약하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돌려보내기도 했다.

 성 총장은 "대학 사회에서 3개월 정직이 그렇게 큰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고, 때문에 일련의 규범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1년짜리 개정안도 만들었다"며 "선제적으로 그런 규범들을 정립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고, 그런 의미에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음을 감내해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점점 변화해가며 중·고등학교 인권 조례까지 나오는 현 상황에서, 규범상 미흡했던 부분들을 손질하는 작업들이 필요했다는 성 총장의 말에는 고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는 "옛날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 시대 상황은 교수와 학생 개개인의 존엄성 보장으로 사회가 진화하고 있다. 변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면 공동체의 붕괴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며 "불화를 최소화하려고 했지만 결국 H교수 문제도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반대가 심했던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에 대해서도 성 총장은 "이미 전전 총장부터 시작한 서울대학교의 연속선상에서 한 작업이고, 그때 고생했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결과가 됐다"며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의 전진 기지로 진화하고 있어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 격"이라고 평가했다.

 성 총장은 퇴임 이후 계획을 묻자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명료하게 답했다. 그는 "서울대 전 총장 이력만으로도 훌륭하게 마무리한 것이 아니냐. 책을 읽고 자연을 벗삼아서 지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선한 인재를 표방하고 생활비 지원 제도를 만드는 등 학생들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 성 총장은 서울대 학생들에게 "좋은 기운을 받아 훌륭한 지도자들이 될 것"을 당부했다.

 이어 "공부는 하지 말라고 해도 요새 다들 열심히 하지 않느냐. 우리 학생들은 '신림동민'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한다"며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것보다 관악산을 바라보고 산보하고 품에 안으며 젊음의 기를 받으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역대 대통령들의 고향이 바다 근처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보직 교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연임장을 주며 마지막 스케줄을 완수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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