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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오딧세이]'서울에서 제주까지' 암호화폐 도입 선언...실현 가능성은?

등록 2018.07.22 09:48:58수정 2018.07.23 08: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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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암호화폐 도입에 큰 관심...서울·부산·제주 등 공약 내걸어

노원구 암호화폐 도입해 지역 안착...서울시 'S코인' 도입 실무 준비 착수

스마트시티에 암호화폐 기반 기본소득 지급?...업계 "당장 현실화되기 어려워"

전문가 "암호화폐 도입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보안 문제도 남은 과제

【서울=뉴시스】노원구는 세계최초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지역화폐 '노원(NW)'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2018.06.19. (사진=노원구 제공)

【서울=뉴시스】노원구는 세계최초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지역화폐 '노원(NW)'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2018.06.19. (사진=노원구 제공)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블록체인을 실생활에 도입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지난 6월 지자체장 선거에 지역화폐를 암호화폐로 도입하겠다는 공약이 등장한 데 이어 일부 지자체는 이미 실행 준비에 들어갔다.

 각종 수당 및  보조금 지급이나 결제의 투명성 확보, 거래시 수수료 인하 등 여러 장점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지자체가 왜 암호화폐를 만들어야하는 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아직 치열해보이지 않는다. 또 실제 만들었을 때의 효용성, 보안 문제, 민간시장의 영역 잠식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23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서울·부산·제주 등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해당 지역 내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암호화폐로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정부가 ICO(암호화폐 공개)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암호화폐를 언급하는 것조차 꺼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암호화폐를 도입하겠다고 공식화한 곳은 다름아닌 지자체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해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암호화폐 'S코인'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서울시정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렀던 'S코인' 도입을 공약으로 본격화했다.

 부산, 제주 등도 선거 기간 스위스의 크립토밸리를 모방한 블록체인 특구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암호화폐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가칭 'B코인'을,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코인'을 지역화폐로 만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이와 비슷한 기초자치단체장의 공약까지 더하면, 지난 6월 선거는 그동안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암호화폐가 '백조'로 거듭나던 순간이었다. 

 지역화폐는 지역 내에서만 활용돼 지역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발행된다.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지역경제 활성화는 항상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블록체인 기술은 지역화폐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결제 수단 기능에 투명성을 높일 수 있어 지역화폐와 융합이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은 장부 추적이 용이해 각종 수당을 지급받은 사람들의 사용 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청년수당과 같이 특정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는 복지정책에 안성맞춤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지역화폐가 결제 수단으로서 자리를 잡게 된다면,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각종 수당에 암호화폐를 도입해 활용폭을 더 넓혀 나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정치권 노원구 사례 주목...암호화폐 노원(NW) 지역 사회 안착

 지자체가 암호화폐를 도입하겠다고 연이어 선언하고 나선 배경에는 노원구의 암호화폐 도입이 지역사회에 안착한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원구는 지난 2월부터 기존의 지폐나 상품권 형태로 발행돼 사용되던 지역화폐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 암호화폐 '노원(NW)'을 개발해 운영해 오고 있다.

 NW는 개인과 단체가 노원구 내에서 자원봉사, 기부, 자원순환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 현금과 같은 형태로 지급하게 된다. 예를들어, 한시간 봉사활동을 하면 700NW를 받으며, 기부액의 10%를 적립해준다. 

 NW는 비트코인과 같은 참여형태가 개방된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네트워크에 인증된 사람만 참가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결제수단으로 안정성을 높였다. 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급락을 거듭하면서 화폐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NW는 노원구청의 보증을 통해 실물화폐와 1대1 태환을 할 수 있다. 1NW은 1원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다. 

 노원구 주민들의 이용도 크게 늘었다.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2월 1526명이던 지역화폐 회원이 지난 10일 기준으로 5403명으로 증가했다. 2월 3000만 NW이던 지역화폐 발행액도 6500만 NW로 두배 이상 올랐다.

 아직 NW만으로 구매는 불가능하다. 사용기준율이 10%라면 1000원 결제 시, 100NW을 사용하고 900원은 현금을 내야 한다. 향후 NW 유통이 확대되면 사용기준율이 더 커질 수 있다.  

 ◇서울시 'S코인' 도입 실무 준비 착수...업계서도 지역화폐 사업에 '관심'

 암호화폐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는 서울시다. 서울시는 최근 NW 시스템을 구축한 글로스퍼와 접촉해 'S코인' 발행을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서울시는 글로스퍼와 만나 NW 시스템 구축에 대한 사례를 자세히 듣기 위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암호화폐 도입을 추진하는 지자체들과 글로스퍼와 접촉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스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서울시와 필요한 부분을 검토 중"이라며 "협력사와 지자체 등 지역화폐 도입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자세한 상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인구가 많은 서울시 등 광역자치단체급은 글로스퍼 만으로는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하는 IT기업과 공동으로 진행하거나, 여러 블록체인 업체들이 모여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노원구의 경우 참여자가 많지 않아 스타트업인 글로스퍼가 감당할 수 있었지만, 서울시가 암호화폐를 도입하면 대형 사업이 될 것"이라며 "최근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대기업 등과 연계하거나 여러 블록체인 업체들과 힙을 합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스퍼 측도 지역화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관련 업체와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글로스퍼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과 지역화폐 도입 확산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이와함께 다양한 블록체인 업체와 현재 컨소시엄 구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지역화폐를 선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스타트업에 비해 덩치가 상대적으로 큰 IT기업들은 지역화폐 도입 사업에 미지근한 반응이다. 아직까지 스캠(사기) 논란을 극복하지 못한 암호화폐와 연결되는 것을 꺼리는 모양새다.

 SI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암호화폐와 관계된 것은 안한다고 공언했다"며 "지역화폐 사업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SI업계 관계자도 "블록체인 업체와 지역화폐 도입을 위한 어떤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IT업계 관계자도 "지자체가 지역화폐 도입을 검토하면서 새로운 사업 영역이 될 수 있다고 관련 사업을 검토하는 단계"라면서도 "하지만 ICO 등 암호화폐와는 무관한 시스템 구축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시티에 암호화폐 기반 기본소득 지급?...업계 "당장 현실화되기 어려워"

 지역화폐와 더불어 최근 정부는 4차산업혁명 과제로 스마트시티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암호화폐 기본소득 지급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번 세종지역 총괄책임자에 선임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거주자의 데이터가 스마트시티에 필수적인 만큼, 거주자가 관련 데이터 제공에 동의하면 대가로 100만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데이터 수집을 위해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 코인과 같은 유인책을 마련하겠다"며 "100만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지급해 기본소득 실험을 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록체인 업계는 암호화폐 기반 기본소득 지급 방안이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스마트시티 사업 자체가 이제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인데, 여기에 암호화폐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스마트시티 자체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블록체인을 결제에 활용하는 것도 초기 단계에 불과해 아직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스마트시티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 자체가 아직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도입한다는 것이었지 결제수단으로의 도입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업계는 스마트시티에 도입되는 암호화폐도 현재 NW 등 지역화폐와 기술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시티 개념이 거주자의 편의를 위해 수집된 정보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 사업을 준비중인 IT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시티 거주자에게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것은 기술적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결제 모델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가진 업체는 많지만, 기술적 완성도가 있는 업체는 드물다. 아직 아이디어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 "암호화폐 도입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보안 문제도 남은 과제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우후죽순처럼 암호화폐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지자체가 유행처럼 암호화폐 도입을 공언하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금을 지급하는 수당에서도 공무원들의 부정지급 문제가 발생하고는 한다"며 "암호화폐를 수당으로 지급하더라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를 도입하더라도 운영하는 공무원들의 기술적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관련 교육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며 "왜 암호화폐를 도입하려고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 도입에 활용된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증된 참여자만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해킹에 강하다고 알려졌지만, 외부의 시스템 공격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스퍼 관계자는 "NW의 경우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보안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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