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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미리본 마틸다·라이언킹···하반기 뮤지컬 양대 최고기대작

등록 2018.07.23 0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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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아시아 초연·20주년 월드투어

뮤지컬 가족관객 늘릴 것으로 기대

뮤지컬 '마틸다'

뮤지컬 '마틸다'

【런던=뉴시스】 이재훈 기자 = '웃는 남자' '프랑켄슈타인' 등 웰메이드 국산 대형 창작물이 흥행에 성공하며 여름 뮤지컬시장을 달구고 있다. 이 기세를 해외 작품들이 이어 받는다. 라이선스 초연작 '마틸다'와 월드투어 '라이언 킹'이다.
 
신시컴퍼니가 제작하는 '마틸다'는 9월8일부터 내년 2월1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아시아·비영어권 첫 공연을 선보인다.

디즈니 뮤지컬을 대표하는 '라이언킹'은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 기념 인터내셔널 투어의 하나로 11월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이후 2019년 1월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뒤 4월 부산의 첫 뮤지컬 전용극장인 드림시어터의 개관작으로 상연된다.

 '패밀리 뮤지컬'로 불리는 두 작품은 뛰어난 완성도와 공감대로 관객의 폭을 넓힐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주로 20~30대 여성에게 한정된 한국 뮤지컬 관객 연령대를 가족 전반으로 넓힐 수 있다는 예상이다.

방학과 휴가 덕 성수기로 꼽히는 7월에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두 작품을 미리 관람, 완성도를 확인하고 국내 공연 방향과 성공 가능성 등을 점쳐 봤다.

◇'마틸다', 동화적 상상력 가득한 무대

'마틸다'의 '스쿨송'은 명불허전이었다. '알파벳송'으로 불리는 이 넘버는 A부터 Z까지 각 단어를 활용한 재기 넘치는 곡이다. 주배경인 크런쳄 학교의 정문에서 울려퍼지는 노래로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경쾌한 멜로디와 박자, 각각의 알파벳이 새겨진 블록을 입체적으로 활용한 안무, 재빠른 무대 전환 등이 눈길을 끈다.

한국어로 공연하는 이번 라이선스는 원작의 오리지낼리티를 살리면서도 원작 자체에서 느껴지는 한국 정서와의 괴리감을 번역과 윤색을 통해 좁히는 것이 과제. 예컨대, 알파벳을 활용한 극의 대표 넘버 '스쿨 송'의 어감을 우리말로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느냐 등이 관건이다.

이지영 국내 협력연출은 "노랫말에 맞게 알파벳이 계속 등장한다"면서 "비영어권은 처음이어서 이를 조정한 선례가 없다. 알파벳을 가사에 반드시 넣어야 하는 동시에 한국 관객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설가은, 이지나, 안소명, 황예영

왼쪽부터 설가은, 이지나, 안소명, 황예영

'마틸다'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친숙한 작가 로알드 달(1916~1990)의 작품이 원작이다. 물질주의에 찌들어 TV를 좋아하고 책을 증오하는 부모와 오빠, 그리고 아이들을 싫어하는 교장 틈바구니에서 치이는 천재소녀 마틸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따뜻한 코미디 뮤지컬이다.

극작가 데니스 켈리의 극본과 코미디언이자 작곡가인 팀 민친의 작사와 작곡, 영국 창작뮤지컬의 선두주자 매슈 워처스의 연출로 탄생했다. '레미제라블'로 유명한 영국의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가 2010년 초연했다. 139년 전통의 영국 명문극단으로 '레미제라블' 이후 25년만에 새롭게 탄생시킨 뮤지컬이다.

영국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 상에서 베스트 뮤지컬상을 포함, 7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도 진출한 뒤 토니 상에서 극본상 등 4개 부문 수상, 드라마데스크 상 5개 부문 등을 받았다. 한국 공연은 '시카고' '맘마미아!' 등 스테디셀러 라이선스의 흥행에 성공한 신시컴퍼니의 30주년 기념작이다.

어린이가 주인공이라고 뮤지컬의 완성도를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코 다친다. 특히 이야기의 힘이 강력하다. 마틸다라는 작은 아이가 정해진 운명을 개척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걸 보여준다. 달 특유의 블랙 유머와 풍자가 가득 차 있는 동시에 권선징악의 주제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통괘함, 어른들에게는 뭉클함을 안긴다.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의 이야기 '빌리 엘리어트'를 최근 국내에 선보인 신시컴퍼니 박명성 프로듀서는 "'마틸다'는 주요 뮤지컬 관객인 20~30대 성인 관객뿐만 아니라 어린이부터 장년층까지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면서 "관객의 저변확대를 이룰 수 있는 작품으로 '마틸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마틸다' 무대의 특징은 성인 배우는 물론 아역 배우들까지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스펙터클과 상상력을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역배우와 성인 배우가 똑같은 수준으로 '칼군무'를 선보이며 클라이맥스를 완성해내는 '리볼팅', 객석 위까지 넘나드는 그네를 활용한 안무의 '웬 아이 그로 업(When I Grow Up)' 등이 대표적이다.

아역과 성인 배우 모두 연기, 노래, 춤 3박자를 고루 갖춘 배우를 뽑아야 하므로 8개월 동안 오디션을 했다. 1800여명의 지원자 중 마틸다 4명, 아역 앙상블 16명, 주조연 성인배우 9명, 앙상블 성인배우 17명 등 총 46명이 뽑혔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이들은 마틸다 역으로 쿼드러플 캐스팅된 황예영, 안소명, 이지나, 설가은이다. 닉 애슈턴 해외 협력 연출은 "뮤지컬에 재능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틸다 역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점이 있어야 한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에너지가 반짝거릴 듯한 아이들을 선발했다"며 네 마틸다에 기대를 걸었다.

성인배우들은 스타급으로 뭉쳤다. 아이들을 괴롭히는 교장 역으로 여성 캐릭터를 남자 배우가 연기해야 하는 '미스 트런치불'은 김우형과 최재림이 나눠 맡는다. 마틸다의 천재성을 발견하지 못하는 미시즈 웜우드는 최정원과 강웅곤, 마틸다의 따듯한 조력자 허니 선생님은 방진의, 박혜미가 번갈아 연기한다.

알파벳과 책으로 뒤덮인 무대, 마틸다를 괴롭히는 미스 트런치불 교장의 무시무시한 레이저 감옥, 그녀가 상당한 양의 초콜릿 케이크를 억지로 먹어야 하는 벌을 아이에게 내리는 장면, 마틸다의 초능력 구현 등 아이디어와 동화적 상상력이 가득한 특수효과는 곧 '보는 뮤지컬'의 즐거움이다.

◇'라이언 킹', 눈은 황홀하고 귀는 먹먹하고

훗날 왕이 될 아기 사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는 첫 장면. 아프리카 토속색 짙은 음악 '서클 오브 라이프'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붉은 태양이 대지 위로 떠오른다. 기린이 무대 위를 유유히 거닐고, 가젤이 뛰어 다닌다. 객석 통로로 코끼리가 들어오는 순간, 공연장은 순식간에 아프리카 초원으로 탈바꿈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150년 사상 가장 인상적인 오프닝 장면으로 정평 난 뮤지컬 '라이언킹'의 첫 장면을 말로만 설명하는 것은 벅차다. 눈으로 직접 봤을 때 황홀함은, 그 어떤 설명도 부질 없게 만든다.

각 동물의 모습과 특징을 표현한 방법과 아이디어는 시적으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극의 중심이 되는 심바와 그의 아버지 무파사 등 사자들은 배우 얼굴을 그대로 둔 채 분장과 의상에 신경을 썼다. 

배우와 인형이 합일이 돼 유연하게 움직이는 치타의 모습, 배우들이 협력해 동화적으로 모습을 표현한 기린, 코끼리 등도 볼거리다. 물소떼가 심바 일행에게 달려오는 장면은 원근감 등을 활용한 무대 변환 아이디어로 생생함을 불어넣는다. 이 장면에서 객석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지는 일도 비일비재다.

음악 역시 먹먹할 정도로 귀에 감긴다. 팝의 전설 엘턴 존(71)과 전설적인 작사가 팀 라이스(74) 콤비와 작품의 근간이 되는 아프리카의 솔을 담아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레보 엠(54), 영화 음악의 대부 한스 지머(61)가 동명 뮤지컬 애니메이션에 이어 뮤지컬 작업에 그대로 참여했다.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모두 휩쓴 애니메이션 원곡을 뮤지컬 무대에 맞게 편곡했다. 존과 라이스가 새로운 곡 '차우 다운(Chow Down)', '더 매드니스 오브 더 킹 스카(The Madness of the King Scar)'를 추가했다. 아프리카 토속 리듬과 멜로디는 물론 서정적인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넘버들은 빼놓을 것이 없다.

뮤지컬 '라이언 킹'

뮤지컬 '라이언 킹'

1997년 11월13일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이듬해 미국 최고의 공연예술상인 토니상에서 최우수 뮤지컬상을 비롯한 6개 부문을 받았다. 뉴욕드라마비평가상, 그래미 어워즈, 이브닝 스탠더드 어워드, 로런스 올리비에 어워즈 등 메이저 시상식에서 의상, 무대, 조명 등 모든 디자인 부문을 휩쓸며 70개 이상의 주요상을 거머쥐었다.
 
 지금까지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공연했다. 20개국,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9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뮤지컬 사상 세계 6개 프로덕션에서 15년 이상 공연된 유일한 작품이다. 올해 4월22일 기준으로 브로드웨이에서 8510회 공연했고, 현재도 매일 밤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라이선스 공연이 이뤄진 적은 있으나 원어 그대로 아시아 대륙을 밟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도 2006년 10월 일본 극단 시키가 국내 첫 뮤지컬 전용극장인 잠실 샤롯데시어터 개관 기념작으로 1년간 공연했다. 하지만 성숙하지 못한 시장 등의 이유로 흥행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시장이 무르익고 있고, 클립서비스 등 국내에서 명망 높은 공연기획사가 함께 하는 이번 프로덕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특히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는 오리지널 연출가로 여성 첫 미국 토니상 수상자인 줄리 테이머(56)가 지휘한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실력 있는 뮤지컬 연출가일뿐 아니라 영화 '프리다'(2002), '어크로서 더 유니버스'(2007) 등으로 유명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그녀가 중심이 된 오리지널 크리에이터들이 브로드웨이 무대 스케일을 재현한다.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의 사장 겸 제작자인 토머스 슈마허는 "줄리 테이머와 뛰어난 크리에이터들이 방대한 스케일과 아름다움을 인터내셔널 투어로 실현해 냈다"면서 "브로드웨이에 오지 않고도 오리지널 그대로의 강렬하고, 화려하며, 잊을 수 없는 무대를 만날 수 있다"고 자랑했다.

공연이 끝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넘버는 '하쿠나 마타타'. 심바의 친구가 된 미어캣 '시몬'과 멧돼지 '품바'가 부르는 넘버다. 스와힐리어로 '아무 문제 없다'라는 뜻이다. 어린이 관객은 물론 성인 관객마저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공연장을 빠져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뮤지컬이 '모든 연령층의 장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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