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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화려한 액션에 못 미치는 빈약한 스토리, 영화 '인랑'

등록 2018.07.23 0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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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랑' 강동원

영화 '인랑' 강동원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영화 '인랑'이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김지운(54) 감독은 "집단에서 나온 한 개인의 이야기"라며 "집단에서 개인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기획 의도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관객들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 액션은 화려하지만 이야기 전개의 개연성이 떨어진다. 주인공들의 열연에도 불구, 쉽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99년 오키우라 히로유키(52)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김 감독은 애니메이션 원작을 실사화한 데 대한 부담감을 여러 차례 털어놓았다. "일본의 걸작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다가 실패한 경우가 더 많다. 그런 두려움이 있었고, 새로운 접근과 나의 해석이 들어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오마주'란 프랑스어로 감사, 존경을 의미한다. 영화에서는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의 업적과 재능에 대한 일종의 경배를 뜻한다. 이 영화에 과도한 오마주는 없다. 각색을 통해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김 감독의 첫 SF작이다. 첨단기기가 난무하는 할리우드 SF와는 궤를 달리한다.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만 가능할 일을 다뤘다.

통일을 앞둔 혼돈의 2029년이 영화 배경이다.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민생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이 틈을 타서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한다. 섹트를 진압하기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의 새로운 경찰조직 '특기대'는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며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부상한다.
 
분단 체제 하에서 공고하게 권력의 핵심을 담당한 정보기관 '공안부'는 입지가 좁아진다. 공안부는 특기대 말살 음모를 꾸미고, 절대 권력기관 간 대결 속에 '늑대'라고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人狼)'이 등장한다.

세 세력의 숨막히는 암투와 인랑의 활약이 극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임중경'(강동원)과 '이윤희'(한효주)의 로맨스도 영화의 한 축이다. 임중경은 섹트 폭탄 운반조인 '빨간 망토' 소녀 이재희(신은수)의 유품을 전하면서 언니 윤희를 만난다. 짐승이 되기를 강요하는 임무와 윤희에게 끌리는 인간의 마음 사이에서 흔들린다.

강동원(37)·한효주(31)·정우성(45)·김무열(36)·최민호(27)·한예리(34) 등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배우들의 비주얼만큼이나 액션은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강화복 액션, 자동차 추격신, 총격전 등이 시선을 압도한다.
영화 '인랑' 한효주

영화 '인랑' 한효주


영화 '인랑' 정우성

영화 '인랑' 정우성


영화 '인랑' 김무열

영화 '인랑' 김무열


영화 '인랑' 최민호

영화 '인랑' 최민호


영화 '인랑' 강동원

영화 '인랑' 강동원

문제는 공들인 액션신, 캐스팅에 비해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도 기대하기 어렵다. 후반부로 갈수록 허술한 스토리라인 탓에 긴장이 풀린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임중경 캐릭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인간과 늑대의 모습을 둘 다 지닌 인간병기로 길러지는 그의 내적 갈등과 고뇌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더 심각한 것은 로맨스다. 김 감독은 "신파적인 사랑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지만 임중경과 이윤희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신파 로맨스에 불과하다. 남녀 주연이니 어차피 사랑에 빠질 것이라고 보기에는 찜찜하다. 각 캐릭터에 대한 부연설명이 있어야 했다.
영화 '인랑' 한예리

영화 '인랑' 한예리

그럼에도 배우들은 제 구실을 했다. 강동원은 40㎏에 육박하는 강화복을 입고 액션 연기와 감정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김 감독과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이후 약 10년 만에 호흡을 맞춘 정우성 역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가장 큰 수확은 김무열이다. 친구와 적을 오가는 야누스적인 얼굴을 보여주며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최민호와 한예리는 강도 높은 액션신을 훌륭하게 해냈다.

순제작비만 190억원에 달하는 대작이다. 25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감독 크리스토퍼 매쿼리)과 정면 대결을 한다. 138분, 15세 관람가
[리뷰]화려한 액션에 못 미치는 빈약한 스토리, 영화 '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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