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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최인훈, 그는 위대한 극작가이기도 했다

등록 2018.07.23 15: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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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최인훈, 그는 위대한 극작가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대장암 투병 끝에 23일 별세한 작가 최인훈(84)은 소설 '광장'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한국 연극사가 기억할 희곡을 여럿 남긴 극작가이기도 했다.

1959년 단편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이 '자유문학'에 추천돼 등단한 고인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희곡은 총 7편이다. 1970년대에는 극작가로서 희곡 만을 썼다.

'삼국사기'의 평강공주 이야기를 읽으면서 희곡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고인의 첫 희곡은 1970년 발표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다. 온달과 평강공주의 인연과 사랑, 비극적 죽음을 그렸다. 시적인 대사와 은유적인 무대 표현이 특징이다.

이후에도 아기장수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심청이 부친의 공양미 마련을 위해 중국에 몸을 팔러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달아달아 밝은 달아', 자명고 설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둥둥 낙랑 둥' 등 설화를 모티브로 압축된 언어로 상징세계를 이룬 작품들을 선보였다. 밀실 공간에 갇힌 사람과 교도관 간의 대화로 자유, 인간애를 그려낸  '한스와 그레텔'도 있다.

최인훈의 희곡은 해외에서도 주목 받았다.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는 영어와 러시아어 등으로 번역, 간행됐다.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1977), 서울극평가그룹상(1979) 등 연극 관련 상도 받았다.

한국 작가 중 노벨문학상 후보로 종종 거명된 최인훈은 희곡에 애정이 대단했다. 2007년 서울시극단 창단 10주년과 세종 M시어터 개관 기념 공연으로 올린 연극 '달아 달아 밝은 달아' 간담회에서 "소설가보다는 희곡작가로 남고 싶다"는 고백도 했다. "희곡은 소설보다 좀 더 낭비가 적다. 희곡은 무대에서 표현을 증폭시켜주는 개방성이 있다"고도 했다.

등단 50주년을 맞이한 2009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둥둥 낙랑 둥' 등 최인훈의 희곡 4편이 잇따라 올려지면서 연극계에서 '왜 최인훈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고인의 문학성이 높게 평가됐었다. 이야기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시적이고 함축적이면서 생활 언어를 아우르는 필력이 성찰거리를 안긴다는 것이다.

2009년 명동예술극장 재개관작으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를 제안했다는 한태숙 연출(극단 물리 대표)은 "'광장'을 통해서 새로운을 지각을 했다"면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는 평강공주의 신화를 현대적인 의미로 다시 보게 했다. 작품 연출을 위해 직접 찾아뵀을 당시 '우리는 신화를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떠오른다. 소설가로서 큰 분이지만, 극작가로서도 중량감이 상당하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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