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 "대서양 무역전쟁 막자"…25일 트럼프와 막판 절충

"자동차 관세 부과만은 막자" 미 설득 총력전

【브뤼셀=AP/뉴시스】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오는 25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회동을 갖고 양측 간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한 막판 타협을 시도한다. 융커 위원장은 이번 미국 방문 길에 백악관 뿐 아니라 미국 의회와 다른 미국 행정부 관리들과도 만나 다각도로 ‘대서양 무역 전쟁’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융커 위원장이 2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발언하는 모습. 2018.07.23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이른바 ‘대서양 무역전쟁’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간 백악관 회동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융커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25일 회동에서 EU 경제의 근간인 자동차 산업으로까지 '대서양 무역전쟁'의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다각도의 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융커 위원장이 오는 25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회동을 갖고 양측 간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한 막판 타협을 시도한다고 보도했다.

 융커 위원장은 이번 미국 방문 길에 백악관 뿐 아니라 미국 의회와 다른 미국 행정부 관리들과도 만나 다각도로 ‘대서양 무역 전쟁’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해졌다.

 융커 위원장을 수행해 미국 방문길에 오르는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유럽 연합(EU) 통상 집행위원은 이번 백악관 회동의 목적은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맹국과 파트너로서 접근을 시도해 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융커 위원장의 이번 백악관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잇달아 500억 유로(약 66조 3000억원) 규모의 EU산 자동차 및 그 부품에 대해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미국-EU 간 ‘대서양 전쟁’은 서로 관세 폭탄과 말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날로 격화되고 있다. 영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적'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우리는 적이 많지만 무역과 관련해서는 EU가 적이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도 어떤 측면에서는 적이고, 중국은 경제적으로 적이다. 그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별 뜻은 없지만 그들이 경쟁적이라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관련해 EU는 정말 미국을 이용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대부분은 방위비를 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앞서 11일 NATO 정상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를 얻기 위해선 우선 우리도 (미국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도 (트럼프 당신의 저서인) ‘거래의 기술’을 읽었다”라고 비꼬았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트위터를 통해 "유럽연합(EU)이 구글에 50억 달러(약 5조7000억원)의 기록적인 벌금을 부과한 것은 EU가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는 내 주장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8.7.19

EU가 가장 우려하는 사태는 ‘대서양 무역전쟁’이 자동차 산업 분야로 번지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각료회의에서 “EU와의 무역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엄청난 응징을 가할 것이며 이는 우리가 원치 않는 것이다. 자동차가 가장 큰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EU는 미국과 미국의 위대한 기업, 노동자에게 오랜 동안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장벽을 세웠다. 만일 이러한 관세와 무역장벽을 부수고 제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그들의 모든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EU는 자동차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EU와 미국, 한국,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수출국 간 '복수의 무역협정(plurilateral agreement)'을 검토 중이라고 FT는 전했다. 현재 10%인 유럽의 수입 자동차 관세를 2.5%인 미국 수준과 비슷하게 낮춤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20% 관세부과’ 카드를 철회토록 한다는 복안인 것이다.

 FT는 그러나 아직까지는 미국 측이 이러한 EU 측의 방안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무역전쟁’은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격화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1일부터 EU와 캐나다,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EU는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6월 22일부터 28억 유로(약 3조6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EU의 관세 부과 대상은 켄터키산 버번 위스키와 오락용 카드, 플로리다산 오락용 보트, 아칸소 산 쌀 등 주로 공화당의 표밭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다. 담배와 청바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크랜베리, 피넛 버터 등에는 25% 관세를 부과하고 신발, 의류, 세탁기 등 일부 제품에는 50%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EU산 자동차에 대한 20% 관세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바로 이 같은 EU측의 대응에 대한 새로운 맞대응이었던 것이다. EU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EU 측은 만일 미국이 자동차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100억 유로(약 13조 2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20%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혹은 180억 유로(약 23조 8000억원) 규모의 제품에 대해 이보다 다소 낮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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