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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똥꼬 유세윤에게서 17년전 김도향 본다, 여전한 엄숙주의

등록 2018.07.24 10: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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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윤

유세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역사는 반복된다. 개그맨 겸 가수 유세윤(38)의 신곡 '내 똥꼬는 힘이 좋아'는 가수 김도향(73)의 '항문을 조입시다'를 떠올리게 한다.

'내 똥꼬는 힘이 좋아'는 '저속한 표현' 등을 이유로 최근 지상파 방송으로부터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KBS는 유세윤과 작곡가 류형선이 함께 지은 이 곡의 노랫말 "긴 똥 짧은 똥 두꺼운 똥 얇은 똥 황금빛깔 누런 똥 거무잡잡 검은 똥···" 등을 문제 삼았다.

김도향이 '항문을 조입시다'라는 부제로 2001년 발표한 '에브리바디' 역시 공개 당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항문'이라는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CM 송의 대부로 통하는 김도향은 "조용히 조였다 놨다 조였다 놨다. 에브리바디 항문을 조입시다. 정신차려지고 기분이 좋아져. 가끔씩 조이며 정말로 좋아"라고 노래했다.

항문은 똥꼬다. 똥꼬는 '항문을 귀엽게 표현한 말'이라고 국어사전에도 적혀 있다. 유세윤은 "혹시나 '똥꼬'라는 단어가 문제일까 싶어 사전을 찾아봤다. '똥꼬'는 항문을 귀엽게 이르는 우리말이라더라. 문제가 전혀 없는데 심의가 나지 않아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김도향의 '에브리바디'는 이후 김도향이 KBS 심의실을 설득한 끝에 심의를 통과했다. 이 곡은 김도향이 명상음악가로 발돋움한 후 발표한 곡이다. 정신수련법, 식사법의 중요성을 깨우친 뒤 내놓았다. 우스개가 아닌 진지함을 담아 노래했다. 

항문을 조이면 배설기관과 생식기관이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김도향이 '항문을 조입시다'라고 외친 뒤 방송사로 수백통의 문의전화가 쏟아졌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항문을 조입시다"라는 그의 말에 공감한 이들이다.

MC 겸 개그맨 이홍렬(64)은 '범항련', 즉 '범국민 항문 조이기 연합회'를 만들자고 농반진반하기도 했다. 김도향은 2006년 '국민 여러분, 조입시다'라는 책도 펴냈다.

김도향

김도향

유세윤이 지난 2일 공개한 '내 똥꼬는 힘이 좋아'는 유세윤의 아들이 즐겨 부르는 국악동요 '응가송'을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으로 리메이크한 것이다.

유세윤은 "노래가 아이들의 배변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유세윤이 직접 쓴 가사인 "친구들아 사는 것도 싸는 것도 알고보면 다 별거 아니란다"는 어찌보면 곧 삶의 통찰일 수도 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내 똥꼬는 힘이 좋아'에 대한 방송의 제제는 방송국의 여전한 엄숙주의를 보여준다"면서 "생리적인 것은 삶과 긴밀히 연관돼 있고 온라인에서는 더 노골적인 현상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김도향씨의 예에서 보듯 진지함으로 접근한 결과물에 대해서는 방송에서 좀 더 관용적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세윤은 최근 자신의 뮤직비디오 속 의상을 재현해 입고 방송불가 판정에 항의하는 내용이 담긴 푯말을 든 채 서울 상암동 일대를 활보하는 길거리 시위를 했다. 하지만 재심의에는 넣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소속사 코엔스타즈는 "이 자체로 문제제기가 됐다"면서 "다양한 곳에서 부를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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