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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문회서 반복되는 후보자들의 '관행' 핑계

등록 2018.07.25 1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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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문회서 반복되는 후보자들의 '관행' 핑계

【서울=뉴시스】홍지은 기자 =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금주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관행'이었다. 의원들이 해당 후보자들의 과거 행태를 지적하기만 하면 어김없이 "관행이었다"는 말로 둘러대느라 바빴다.

 23, 24일 진행된 김선수, 노정희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들의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이 제기됐다. 후보자들은 서면 답변서나 의원 질의에 한결같이 "당시의 관행"이란 말로 피해 가려 했다.

 김선수 후보자는 2000년 11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양아파트를 매수하며 취득가액을 4억7500만원이 아닌 2억여원으로 낮춰 신고했다. 그는 서면답변서에 "당시 거래관행에 따라 부동산 중개소와 매도자의 의사에 따라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답변이 기가 막힌다. 관행이라고 하더라도 내야 할 세금을 안 내는 양심과 관련한 문제"라고 날을 세웠고,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은 "관행에 따라 법을 어긴다고 하면 법관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고 따졌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공직자 도덕성은 이제 달라졌다. 과거 관행이라고 묵인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관행이라고 말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인색하게 하는데 분명히 사과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24일 열린 청문회에서도 노정희 대법관 후보자는 배우자가 2003년 2월 경기 안양에 있는 아파트를 실제 4억3000만원 상당에 매수했지만 계약서에는 3억1000만원대로 낮춘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는 배우자의 대리인으로 서명해 세금 탈루 의혹도 제기됐다. 노 후보자는 서면 답변서에 "당시 관행을 따른 것"이라고 똑같은 해명을 내놓았다. 

 이에 박지원 의원은 "관행이라고 주장하지만, 후보자가 재판할 때 피고인이 관행이라고 주장하면 다 무죄를 준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아무리 관행이라고 해도 대법관이 되려면 다른 공직자보다도 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 과거에는 이들처럼 부동산 매매계약시 관행처럼 실거래가 보다 낮은 금액을 기재하는 다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허위 가격을 기재해 세금을 탈루한 위법적 행위가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절이긴 했다.

 하지만 전 국민이 이들처럼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건 아니다. 정상적으로 실거래가를 기입하고 합당한 세금을 납부한 국민도 부지기수다. 관행이란 말 한마디로 자신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이들은 사법부의 가장 상위에 자리 할 대법관 후보자다. 누구보다도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사과 대신 변명으로 피해가려는 건 온당치도 못하고 용인되기도 어렵다.

 차라리 처음부터 과오를 시인하고 보다 낮은 눈높이에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지금의 '관행 타령'보다는 솔직한 공직자의 자세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간 너무나 많은 공직자 후보자들이 불리할 때면 '관행'이란 단어를 꺼내 들며 슬쩍 넘어가려 했던 것을 국민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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