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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비자 살려주는 '할부 항변권'은 어디 갔나

등록 2018.07.2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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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기자 (경제부 금융팀)

이승주 기자 (경제부 금융팀)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3년 전 기자는 다이어트에 대한 불타는 의지로 한 헬스장에 등록했다. 신용카드로 1년치 회원권을 끊었다. 그런데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작심 후 삼일밖에 가지 않은채 한달이 흘러 두달째 되던 날 헬스장이 망한 것이다. 3일 운동에 1년치 돈을 낸 셈이었다. 그 와중에 불행중 다행으로 기자를 살려준 건 '신용카드'였다.

당시 1년 회원권을 12개월 무이자 할부로 결제했다. 한달만에 폐업을 했으니 11개월 동안 다달이 생돈을 할부금으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됐다. 카드사에 억울함을 전하니 약간의 서류절차 후 더이상 할부금이 빠지지 않도록 조치해줬다. 덕분에 첫달 회원비를 제외한 전액을 구제받을 수 있었다. 바로 '할부 항변권'이었다.

할부결제를 하면 우선 카드사에서는 총 이용료를 가맹점에 대신 내준다. 이후 매달 분할해 받는 구조다. 만약 중간에 폐업 등의 문제로 온전한 서비스가 불가능해지면 더 이상 할부금을 받지 않는다. 대신 카드사는 헬스장에 그 돈을 추심한다. 그 덕에 가맹점 주인이 도망을 가든 잠적을 하든 상관없이 할부금을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이 항변권을 다시 접한 건 최근 일이다. 마침 '압구정 교정치과' 피해자들이 대거 카드사에 항변권을 요청했다는 사연을 취재했다. 3년 전을 떠올리며 그들도 나처럼 구제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지 두달여 지났음에도 피해자들은 여전히 한숨이다. 항변권이 수용되지 않아 매달 피해자 할부금이 줄줄 새고 있다.

이유는 이 치과가 여전히 '영업 중'이란 데 있다. 경찰에서 원장을 사기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지만 치과에서 끝까지 치료하겠다고 버티며 '영업 아닌 영업'을 감행해서다. 할부거래법에 따르면 항변권 수용은 가맹점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때 가능하다. 과연 '폐업같은 영업 중'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에 기자와 카드업계가 보건복지부에 이 치과 영업상태를 어떻게 봐야할지 문의했지만 "우리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한때 과소비를 조장한다며 비난받았던 신용카드는 사실 현명하게 쓰면 든든한 형님이 되어준다. 다만 형님이 손쓸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있을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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