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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앞 웬 청과물 더미…숨은 사연은?

등록 2018.07.2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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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사 후문쪽 사거리 이달중순부터 괴청과물에 시민들 관심

일명 옥수수아줌마 서울광장서 판매 요구하다 거절되자 방치

지난달 성동구청서 유사 행위…방치물건 처리한 공무원 고소

市 강제처리 결정…중구청 경고불구 아줌마 잠적하자 계고장

서울시청앞 웬 청과물 더미…숨은 사연은?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서울시청사 앞에 난데없이 청과물 더미가 등장해 그 출처를 놓고 행인들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사 후문쪽 사거리 횡단보도 초입에는 이달중순부터 약 2주간 청과물이 쌓여 있다. 가지 30상자, 양파 9포대, 옥수수 10포대, 마늘 10포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포대 10개 등이 질서없이 널부러져 있다.

 폭염에 직사광선까지 받은 청과물 더미 아래로 썩은 물이 흘러 보도블록을 적신다.

 청과물 더미는 횡단보도를 지나는 행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리던 시청 공무원들과 직장인들은 청과물 더비의 사연을 궁금해 하며 저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박원순 시장의 시정에 대한 항의의 표시다', '시청 구내식당에 납품을 하다 거래가 끊긴 청과물 상인의 항의다', '무거워서 잠시 놓아둔 거다' 등 해석도 분분하다.

서울시청앞 웬 청과물 더미…숨은 사연은?

서울시 등에 자초지종을 캐물은 결과 사연은 이랬다.

 중년 여성 A씨가 이달 중순께 '서울광장에서 청과물을 판매하게 해달라'며 서울시에 허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시는 공익적인 활동 공간인 서울광장에서 청과물을 판매하게 할 수는 없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자 A씨는 항의의 표시로 청과물을 시청사 후문 사거리에 쌓아두고 사라졌다. 난처해진 시청 공무원들은 부랴부랴 A씨를 찾아가 자진정비하라고 종용했다.

 이미 화가 난 A씨는 자진수거를 거부했다. A씨는 박원순 시장과 직접 면담하겠다며 버텼다. 시장 면담 요구에 질색한 시청 공무원들은 두손 두발을 다 들었고 이와중에 A씨는 자취를 아예 감춰버렸다.

서울시청앞 웬 청과물 더미…숨은 사연은?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초조해진 쪽은 시청 공무원들.

 흉물을 방치하고 청사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시청 총무과가 수소문한 결과 A씨는 지난달 하순 성동구청에서도 비슷한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성동구청 주차장 앞에 옥수수 껍질과 생선 대가리 등 쌀 10포대 분량의 물건을 쌓아뒀던 인물이었다.

 당시 성동구청이 '악취가 난다'는 등이 민원을 접수하고 해당 물건을 치워버리자 A씨는 '구청에서 일하는 조카 2명에게 줄 물건인데 왜 치우냐'며 경찰에 절도죄로 성동구청 공무원을 고소하기도 했다. 조사결과 성동구청에 A씨의 조카라는 사람은 없었고 경찰은 내사를 종결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성동구 공무원들은 A씨를 '옥수수 아줌마'로 불렀다.

서울시청앞 웬 청과물 더미…숨은 사연은?

'옥수수 아줌마'의 성향을 파악한 시청 총무과 청사관리팀은 청과물을 강제로 치우기로 방침을 정하고 관할 구청인 중구청에 협조를 구했다.

 중구청은 23일 해당 청과물에 '노상적치물 강제정비 예고통지서'를 여러장 붙였다.

 중구청은 통지서에 '귀하께서 도로를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는 노상적치물이 가로환경을 훼손하고 시민들의 안전한 보행과 차량소통에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법질서 확립과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강제수거 등 행정대집행에 앞서 자율정비할 것으로 촉구하니 27일까지 자진정비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그럼에도 A씨는 끝내 청과물을 치우지 않고 있다. 중구청은 2차 계고를 할 예정이다. 행인들은 도심속 이색 풍경인 청과물 더미를 한동안 더 구경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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