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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야근 넘어 도망친 직장인 잡아라···공연계 활력↑

등록 2018.08.01 09: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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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사자에게는 먼나라 얘기

주52시간, 야근 넘어 도망친 직장인 잡아라···공연계 활력↑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제'를 도입한 지 1일로 한달이 됐다.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이 부각되면서 공연계에 활기가 돌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 관련 마케팅에 호응하는 관객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야근 넘어 도망친 직장인'이라는 타이틀로 사원증 등을 제시하는 직장인에게 20%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제작사 연극열전은 "이 프로모션의 주간 판매량이 지난주에 비해 2배 정도 뛰었다"며 호응이 점차 늘고 있다고 밝혔다.

뮤지컬 '시카고'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지난달 2~16일 52시간 관련 프로모션을 통해 평일 오후 8시 공연을 50% 깎아줬다. 역시 다른 프로모션보다 몇 배 이상 티켓이 팔렸다. 이에 힘 입어 '52hr 타임-세일'을 내걸고, 8월2일 공연까지 5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추가했다. 
 
인터파크는 지난달 27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27개의 뮤지컬, 연극 등 공연과 전시 상품을 최대 87% 할인하는 '2018 워라밸 프로모션'을 벌여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경향아트힐 썬앤문 전용관에서 공연 중인 음악감독 겸 연출가 박칼린 연출의 국악 퍼포먼스 '썬앤문'도 '직장인들의 워라밸 응원'을 내걸고 프로모션 중이다.

공공예술기관 역시 발 빠르게 대응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직장인을 겨냥, 오후 8시 공연과 저녁 식사, 호텔 숙박권 등을 결합한 '한야광(한여름밤의 광화문)' 패키지를 내놓았다.

주52시간, 야근 넘어 도망친 직장인 잡아라···공연계 활력↑

일부 공연장은 일반화돼 있는 오후 8시 공연 시작 시간을 30분가량 앞당기는 것도 검토 중이다. 서울 시내 공연장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니지만 긴 러닝타임의 공연 경우 오후 11시에 끝나기도 하는데, 상당수 직장인들이 피로를 호소한다"면서 "막차 시간 등을 고려해 30분을 앞당기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귀띔했다.

신설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국립발레단과 함께 10~11일 현대미술, 발레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객 참여형 'MMCA 무브×아디다스' 발레를 연다. 단색화가 윤형근의 전시를 감상하고 발레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저녁 시간을 이용해 발레를 비롯한 춤, 악기 등 문화예술을 체험하려는 직장인도 눈에 띈다. 신촌 인근 무용학원 운영자는 "등록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수강 문의가 상반기보다 확실히 많아졌다"고 전했다.

공연계 관계자는 "'52시간 근무제'와 함께 7월부터 공연 관련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만큼 문화생활을 누리려는 관객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게 주 52시간 근무제는 곧 그늘이다. 근로 시간을 특정하기 힘든 데다가 야근이 당연시되는 관례상 '주 52시간 근로제'는 먼 나라의 얘기라는 것이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 국공립 대형 공연장 등은 대체휴가 등을 도입한 '탄력근로제'로 변화된 근로 환경의 흐름에 맞추고 있다. 그러나 갈등이 빚어진 곳도 있다. 충무아트센터 노동조합은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비하기 위한 인력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주52시간, 야근 넘어 도망친 직장인 잡아라···공연계 활력↑

더 큰 문제는 민간 공연기획사다. 소수의 인원으로 유지되는 구조여서 당장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재정적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장기적으로도 추가로 인력을 뽑기 힘들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당분간 52시간 초과 근무에도 하소연을 할 수 없다.

콘서트 등으로 인해 공연계와 근무 형태가 비슷한 가요업계 종사자들 또한 시름이 깊다. 가수의 일정을 챙겨야 하는 매니저 등은 야근과 주말 근무가 당연하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2020년 1월부터 적용한다는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대표는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직원 수를 늘릴 준비가 돼 있다. 동시에 효율적 시스템을 구축해 직원들이 주 52시간보다 적게 근무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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