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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 "한반도, 단군 이래 최강 폭염…지난 5000년간 이런 더위 없어"

등록 2018.08.02 15:17:49수정 2018.08.02 15: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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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7500년전~5500년전 최고 기온 도달...학자들 "추정일 뿐 정확한 측정 어려워"

1904년부터 기온 기록 시작한 이래 강원도 홍천, 전국 역대 최고 기온 경신

북태평양고기압, 티벳고기압, 맑은 날씨가 최고 기온 생성...8월 꺾일까 주목

한반도 미래기온, 전지구 대비 높아질 것이란 전망 나와...폭염일수도 증가세

【청주=뉴시스】인진연 기자 = 충북지역 낮 최고기온이 38도 이상 오르며 충주와 제천 등에서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한 1일, 청주 문암생태공원에 설치된 물놀이 시설이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2018.08.01. inphoto@newsis.com

【청주=뉴시스】인진연 기자 = 충북지역 낮 최고기온이 38도 이상 오르며 충주와 제천 등에서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한 1일, 청주 문암생태공원에 설치된 물놀이 시설이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2018.08.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선윤 기자 = 요즘이 한반도, 아니 지구역사상 가장 더운 때일까? 지난 1일 홍천 41.0도, 서울이 39.6도를 기록하는 등 111년 만에 최강 폭염에 시달리면서 드는 생각이다. 

1907년 현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이라지만 시계추를 돌려 조선 고려 삼국시대, 아니 마지막 빙하기가 끝났다고 알려진 1만2000년 전까지 살펴보면 어느 때가 가장 무더웠을까. 

오늘날 같은 온도계가 발명된 게 18세기 초반(1714년 독일의 가브리엘 파렌하이트(Gabriel Fahrenheit)가 화씨 온도계, 1742년 스웨덴의 안데르스 셀시우스(Anders Celsius)가 섭씨 온도계를 각각 만듦)이니 그 전의 상황은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물론 46억년전 지구가 탄생했을 당시가 가장 뜨거웠겠지만 생명체 탄생 이전 시점인 점, 또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십 수백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무리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신빙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점을 감안해 이들은 논외로 하자.

최근 대략 1만년 안팎을 기준으로 시대의 범주를 한정해 지구와 한반도의 기온이 어땠을까 추정해 보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전지구적으로는 9000년~5000년전 사이가,  한반도는 7500년~5500년전 사이가 가장 더웠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러니 최근의 살인적 무더위는 낮춰잡아도 최소 5000년 만의 최강 폭염으로, 단군 이래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연구자 "우리나라 6000년 전이 가장 더웠을 것으로 추정되지만...지금이 더 더울수도"

 우리나라가 가장 더웠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6000년 전이다.

 고기후학 전문가인 박정재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만 두고 봤을 땐 6000년 전이 제일 더웠다는 추정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7500년 전부터 5500년까지가 제일 더웠을 것이라는 추정이 높다"며 "보통 우리나라는 꽃가루를 분석해 그 당시 식생이 어떻게 분포했는지 분석해 기온을 추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하지만 기온을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고 식생을 복원하는 방법으로 유추하는 것이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어떤 학자들은 그 때보다도 지금이 더 덥다고 말하고, 나 역시도 이 정도 더위라면 지금이 과거 6000년 전보다도 더 더웠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지구적으로 봤을 때 가장 더운 시기는 약 9000년 전에서 5000년 전인 '홀로세 기후 최적기'(HCO: Holocene Climate Optimum)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박 교수는 "빙하기가 끝나고 바로 더웠던 지역도 있고 아닌 지역도 있다. 지역별로 더운 시기가 다르다"며 "북아메리카 쪽와 북대서양 쪽은 제일 기온이 높았던 시기가 8000년 전에서 9000년 전이다. 아시아권은 6000년 전이 가장 기온이 높았다는 추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해 볼 때 대부분의 지역이 가장 더웠던 시기는 '홀로세 기후 최적기'로 불리는 약 9000년 전에서 5000년 전 사이일 가능성이 높다"며 "빙하코어나 동굴에 있는 석순, 화분 분석을 통해 기온을 유추하고 있다. 지역별로 쓰이는 추정방법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구가 대략 현재의 기온까지 이른 적은 지난 5000년 만에 처음이라고 추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조경남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는 "정확한 기록치는 없지만 지질학적 기록과 암석, 빙하에 남아있는 증거를 통해 반복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5000년 내 지구가 지금보다 더 더웠던 때는 없다는 추정이 많다"며 "하지만 과학적으로도 과거의 기온을 알아내는 방법은 어렵기 때문에 각 국의 연구결과를 대략적으로 종합해 볼 때 그렇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000년 전으로 돌아가보면 지구의 기온이 지금보다 더 높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구는 약 10만년을 주기로 간빙기와 빙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구가 현재보다도 더 더웠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명인 폭염연구센터장(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지구의 온도를 추정하는 자료 분석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5000년 전을 추정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더 높아진다"며 "하지만 지구 역사상 간빙기와 빙하기가 연속되고 있기 때문에 더 더웠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강원도 홍천 일 최고기온 40.6도 경신...1942년 대구 40도 이후 최고

 2일 기상청은 전날 강원도 홍천의 수은주가 40.6도까지 오르며 기온기록이 남아있는 이래 전국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기상청 국가기후데이터센터 관계자는 "기온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홍천이 하루 최고기온 40.6도를 경신하기 전 한반도 최고기온은 40도로 1942년 대구에서 기록된 바 있다.

 기상청은 목포, 부산, 인천에 관측장비를 설치하며 1904년부터 기온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전국 기온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1973년부터다.

 ◇올해 가장 더운 원인? 북태평양 고기압, 티벳 고기압, 맑은 날씨 탓

 기상청은 올해 기온이 치솟고 있는 원인을 크게 북태평양 고기압, 티벳 고기압, 맑은 날씨 세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 과장은 "우리나라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벳 고기압의 영향을 동시에 받아 공기가 계속해서 데워지고 있다"며 "맑은 날씨가 지속되는 것과 강한 일사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폭염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상청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은 8월 중순을 지나면 꺾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과장은 "평년 기온이 8월 중순을 넘어가면 꺾이기 시작한다"며 "지금처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은 8월을 지나면 조금 누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말 한반도 평균기온, 1981~2010년보다 5.9도 상승할 것...폭염일수도 증가

 한반도 평균기온은 21세기 말 현재보다 약 6도 높아지고, 폭염일수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는 한반도 평균기온이 현재보다 5.9도 상승하며, 북한의 기온상승이 남한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기상청이 발간한 '신기후체제 대비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는 고온 관련 극한지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한반도 온난화 전망에 따라 폭염일수·열대야일수·여름일수는 증가하고, 한파일수·서리일수·결빙일수는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도 폭염과 열대야 등 기후관련 극한지수는 기후변화에 따라 더 극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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