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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공항 활주로' 68도까지…"쓰러진 직원만 3명째"

등록 2018.08.02 11: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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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폭염 속 인천공항 계류장 근무 지상조업 직원들

"그늘과 휴게공간 따로 없어 항공기 동체 밑 찾아 휴식"

"회사에서 지급한 음료수로는 역부족…휴게 공간 절실"

활주로 아스팔트 달걀 깼더니 '흰자 증발, 노른자 반숙'

"1시간 근무, 15분 휴식하는 정부 수칙? 꿈 같은 얘기"

"인력 부족 등으로 휴식 없이 4시간 연속 근무 대부분"

"에어컨 미설치 특수장비차량 많아 폭염 그대로 노출"

고용부, 공항 지상조업사에 시정명령 "긴급대책 마련"

【인천공항=뉴시스】 111년만의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한 가운데 인천공항 내 계류장에서 근무하는 지상조업 관계자들이 항공기 동체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8.08.02.(사진=독자 제공)  phot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111년만의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한 가운데 인천공항 내 계류장에서 근무하는 지상조업 관계자들이 항공기 동체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8.08.02.(사진=독자 제공)  [email protected]

【인천=뉴시스】홍찬선 기자 = "그늘은 항공기 동체 아래가 전부입니다." "온열로 쓰러진 직원만 벌써 3명째예요."

 40도를 웃도는 최악의 폭염이 연일 한반도를 강타한 2일 김포와 인천공항 활주로의 한낮 표면온도는 각각 68.2도와 58도를 기록 중이다. 항공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 같은 폭염이 이어지면 활주로의 표면온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콘크리트로 포장된 활주로의 부피가 팽창하면서 자칫 손상될 수 있다. 여기에 활주로의 복사열과 항공기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활주로 주변에서 근무하는 지상조업 근무자들은 온열증상에 시달릴수 밖에 없다.

 국내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인천공항공사는 활주로 표면온도를 식히기 위해 공항소방대 등의 살수차를 동원해 주·야간 살수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날 인천공항에서 내 계류장으로 나가는 문 사이로 뜨거운 열풍이 발걸음을 막아섰다. 계류장에 나가는 순간 주변온도는 50도는 족히 넘는 듯 했다. 뜨거운 지열에 온몸이 익는 듯 따가웠다.

 조업을 마치고 항공기 동체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지상조업사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뙤약볕에 그을릴까 복면과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고, 옷에는 소금기가 하얗게 절여진 모습이었다.
 
 토잉카(항공기 견인차량) 관련 업무를 하는 김모씨는 "계속되는 폭염에 근로자들이 장시간 노출되다 보니 쿨 스카프를 두르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고 식욕도 줄어 찬 음식 외에는 먹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항 활주로 주변 계류장의 경우 그늘과 휴게공간이 따로 없어 항공기 동체 밑에서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다"면서 "온열질환으로 쓰러진 근무자만 벌써 3명이나 발생했다"고 밝혔다.

 항공기의 음용수와 오물 처리를 담당하는 신모씨도 "요즘 같은 폭염이면 회사에서 지상조업 근무자들의 탈수를 막기 위해 식염 포도당과 음료수를 지급하지만 휴게공간이 마련되지 않는 한 그 정도로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공항 특성상 밀려오는 항공기 수요에도 인력이 부족해 '1시간 근무 15분 휴식'은 애초부터 힘들고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와 외국항공사(외항사) 항공기의 경우 승객들 수하물을 수작업으로 일일이 상하차 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일이 더 고되다"고 전했다.
【인천공항=뉴시스】 111년만의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한 가운데 인천공항 내 계류장에서 근무하는 지상조업 관계자들이 폭염에 노출되고 있다. 이들은 계류장이 얼마나 뜨거운지 실험하기 위해 아스팔트에 계란을 깨뜨렸다. 그결과 흰자는 증발하고 노른자는 반숙이 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인천공항 계류장에 깬 계란의 모습. 2018.08.02.(사진=독자 제공)  phot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한 가운데 인천공항 내 계류장에서 근무하는 지상조업 관계자들은 폭염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이들은 계류장이 얼마나 뜨거운지 실험하기 위해 아스팔트에 날계란을 깨뜨렸다. 그 결과 흰자는 증발하고 노른자는 반숙이 됐다고 전했다. 2018.08.02.(사진=독자 제공)  [email protected]

이들은 계류장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알려주겠다며 자신들이 찍은 동영상을 보여줬다. 동영상에는 활주로 인근 계류장 아스팔트에서 날달걀을 깨뜨리자 흰자는 서서히 증발하고 노른자는 반숙이 되는 장면이 담겼다.

 이들은 지금 같은 혹서기에 공항 지상조업 근무 여건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고용노동부가 각 사업장에 배포한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이행 가이드’에 따르면 폭염특보시 사업장은 1시간 근무 15분 휴식, 폭염주의보땐 1시간 근무 10분의 휴식시간을 제공해야한다. 또 근로자들이 언제든 마실 수 있는 시원한 물과 음료수를 제공하고 현장에 그늘막 설치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만약 이같은 수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징역 5년 이하 혹은 벌금 5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되지만 공항의 지상조업사 근로자들은 "다른나라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민주노총 한국공항지부 김병수 산업안전부장은 "공항 지상조업사의 인력 부족 등으로 휴식 없이 4시간 연속 근무하는 노동자가 대부분이라 정부의 기본수칙은 꿈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예산을 줄인다는 이유에서 에어컨 등을 설치하지 않은 특수장비차량이 많아 근로자들은 폭염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열악한 근무여건을 개선해달라고 사측에 요청했지만 개선되지 않아 고용노동부에 관리·감독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폭염으로 인한 공항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 에어컨이 가동되는 대형버스 4대를 계류장 곳곳에 배치하기로 했고, 공항 지상조업 업체들에게는 시정명령을 내려 이르면 오늘까지 긴급대책을 마련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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