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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맛볼까]폭염 속 즐기는 멕시칸 푸드…연남동 '부호 타코스 앤 그릴'

등록 2018.08.06 1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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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퀘사딜라

치즈 퀘사딜라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30도 넘는 폭염이 연일 한반도를 푹푹 삶고 있다. 이럴 때 전통적인 보양식도 좋지만, 멕시코 요리는 어떨까 싶어 최근 미식가들 사이에 맛있다고 소문난 멕시코 요릿집을 찾아갔다.

 멕시코의 뜨겁고 건조함과 한국의 덥고 끈적끈적함은 '더위'라도 종류가 서로 다른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멕시코 요리 특유의 새콤하고 매콤한 맛을 한껏 맛본다면 더위에 지쳐 숨어버린 입맛을 다시 불러내는 데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이 발길을 재촉했다.

폭염이 절정으로 치닫던 7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4시께 서울 마포구 연남동 '부호 타코스 앤 그릴'을 찾았다.

연남동 맛집 거리와 연희 1동 맛집 거리를 잇는 굴다리 인근에 있다. 양쪽 맛집 거리 한복판은 아니어서 조금 한적한 지역이다. '지역도 그렇고, 시간대로 그러니 손님은 적겠지'하며 들어선 순간 내 생각을 바로 수정해야 했다. 손님, 그것도 서양인 여러 팀이 이미 판을 벌이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알고?" 궁금증은 메뉴판의 가게 소개를 읽고, 실제 음식 맛을 보며 하나둘 풀렸다.

이 집 루이 장 오너 셰프는 2000년부터 멕시코와 인접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아메리칸 차이나 푸드 레스토랑을 하다 멕시코 요리에 매료돼 '전향'했다. 현지 유명 멕시칸 식당인 '슈퍼 세르지오'와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의 국경 도시 티후아나, 테카테 지역의 여러 멕시칸 식당에서 요리를 배웠다.

하마이카

하마이카


이 집은 한국식으로 변형한 멕시코 음식 대신 미국 캘리포니아 스타일 멕시코 음식인 '칼멕스'를 선보인다. 그렇다 보니 미국인은 물론 유럽인 등 서양인 입맛에 잘 맞아 연희동 일대에 거주하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 출신 외국인이나 여행객도 많이 찾는다.

멕시코 요리는 나초, 타코, 토스타다, 케사디야(퀘사딜라), 브리토, 화지타, 치미창가 등 다양하다. 나는 이 중 '까르네 아사다 토스타다'(1만3000원)와 '치즈 퀘사딜라'(1만원)를 주문했다. '혼밥'을 간 것이어서 양부터 어마어마한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부호 치미창가'(1만9000원)는 지인과 함께 올 때 먹기 위해 아껴뒀다.

패스트푸드가 아니어서 주문을 받은 뒤 비로소 요리를 시작한다. 기다림은 필수다.

그사이 서비스로 나온 나초와 함께 '하마이카'(5000원)을 마시며 가게를 둘러봤다.

보통 멕시코 음식을 먹을 때는 현지산 주류인 코로나 맥주나 호세 쿠에르보 테킬라를 먹지만, 멕시코 전통 음료이 눈에 띄어 주문했다. 하마이카는 다이어트에 좋다고 소문난 히비스커스(하와이 무궁화)를 재료로 만드는데 오미자를 연상시키는 새콤한 맛이 하(夏)장군 심술 속 갈증을 식히기에 제격이었다.

실내는 테이블 타일부터 멕시코 국기, 국기의 삼색(올리브 그린·화이트·레드) 중 그린과 레드로 치장한 벽면, 선인장 모양 네온등까지 멕시코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절로 들게 했다. 곳곳에서 부엉이 장식물이 눈에 띄었다. 멕시코 공용어인 스페인어로 부엉이가 '부호(Búho)'다. 바로 이 집 이름이다. 부엉이는 부와 풍요를 상징하는 새여서일까 기분이 흡족했다.

까르네 아사다 토스타다

까르네 아사다 토스타다


까르네 아사다 토스타다가 나왔다. 각종 식재료를 토르티야 위에 토핑한 것이 타코라면 튀긴 토르티야 위에 토핑한 것이 토스타다다. 바삭바삭한 토르띠아 맛이 직화구이 소고기. 다진 채소 등 토핑 재료와 어우러져 색다른 식감을 만끽하게 한다. 타코처럼 토핑 재료를 잘 감싸 먹기 힘들어 먹는 요령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패스트푸드 멕시코 요리점에서는 맛볼 수 없으니 그만한 수고는 기꺼이 감내할 만하다.

치즈 퀘사딜라는 토르티야 절반에 모차렐라, 체다, 아사다로 등 갖가지 치즈를 토핑한 뒤 구워낸다. 종류가 다양하기는 해도 토핑한 재료는 결국 치즈인데도 그 맛이 별미다. 특히 많은 한국인이 퀘사딜라를 칼로 썰어 포크로 찍어 먹는다. 이때 장 셰프의 조언을 따라 손으로 퀘사딜라를 뜯어 보니 치즈가 쭉 늘어나는 느낌을 실감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치즈의 품질과 구운 정도가 그 재미를 좌우하니 아무 데서나 할 일은 아닌 성싶다.

요리를 주문하면 소스 3가지가 나온다. 흔한 핫소스 등 시판 제품이 아니라 모두 장 셰프가 직접 만든다. 그중 돋보이는 것이 '청양고추 소스'다. '할라페뇨 소스'와 오묘한 맛 차이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머지 하나는 사워크림 소스를 변형한 '부호 소스'다. 
 
호차타

호차타


식사를 마치고 멕시코에 온 기분을 '호차타'(5000원)로 화룡점정(畵龍點睛)하기로 했다. 물에 쌀가루를 비롯해 사탕수수, 타이거넛 등을 넣고 계피 가루를 뿌려 만든다. 달콤하면서 개운한 맛이 치즈 퀘사딜라를 다 먹고 난 뒤 혹시 남을 수 있는 느끼함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그간 패스트푸드로 먹던 것이 멕시코 음식의 전부라고 생각했다면 이곳에 가보라. 그래야 멕시코에는 아직 못 가봤어도 멕시코 음식은 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감히 권할 만한 곳이다.

매주 월요일 휴무. 화~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 연다. 좌석은 총 30석. 주차는 바로 옆 공영 노상주차장(유료) 이용.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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