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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무분별한 복제약 우대정책부터 바꿔야

등록 2018.08.06 16: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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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무분별한 복제약 우대정책부터 바꿔야  

【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에 이어 중국 대봉엘에스가 제조한 고혈압약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도 발암 가능 물질이 검출되면서 고혈압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불순물로 들어간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의 발사르탄을 사용한 고혈압약 115개 제품을 잠정 판매중지 및 제조 중지한 지 불과 한 달 만의 일이다.

문제가 된 화하이사와 대봉엘에스가 제조한 고혈압약을 복용한 환자만 36만명에 육박한다. 심지어 지난달 문제가 됐던 화하이사의 고혈압약 복용환자 17만8536명 가운데 재처방에 따라 대봉엘에스로 약을 바꾼 환자도 1만5296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환자들은 발암물질이 든 고혈압약을 교환해 복용했지만 교환한 약에서도 발암 가능 물질이 나왔다. 안일한 대응에 고혈압 환자를 두 번이나 울린 셈이다.

발사르탄은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 성분 가운데 하나로 그 자체는 발암물질이 아니다.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암가능 물질인 NDMA가 불순물로 들어가면서 문제가 됐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나치게 복제약에 의존하는 국내 제약업계의 출혈 경쟁에 있다. 오리지널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동일한 성분의 복제약을 만들 수 있는데 수백, 수천 여개의 복제약이 쏟아진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된 발사르탄 한 개 성분으로 출시된 복제약만 국내에 571종에 달한다. 반면 영국은 2개 제조사에 8개 품목, 미국은 3개 제조사에 20개 품목, 일본은 1개 제조사에 4개 품목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사들이 얼마나 복제약을 남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데이터다.
 
이는 복제약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복제약 허가를 위해서는 오리지널과 동등한 약효를 나타내는지를 입증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만 거쳐면 된다. 오리지널약이 개발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걸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복제약은 오리지널약과 효능과 안전성에서 차이가 없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경쟁이 과열될수록 리베이트 문제를 낳기도 한다.

특허가 만료된 오지지널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만든 복제약의 경쟁력은 가격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복제약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값싼 중국산 원료를 수입해 제조해 왔다. 이것이 결국 이번 사태의 1차 원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기형적인 약가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오리지널의 특허가 만료되고 제네릭이 출시되면 첫해 오리지널의 보험상한가는 기존 약가의 70%, 제네릭은 59∼60%로 지급받고 이듬해부터는 53.55%로 같아진다.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되면 복제약도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있다. 복제약 급여목록 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국내서 고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600만명에 달한다.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건당국의 발빠른 대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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