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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캉스 비켜, 이제는 레캉스다

등록 2018.08.11 07:50:00수정 2018.08.16 17: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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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 1베드룸 딜럭스 내 거실

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 1베드룸 딜럭스 내 거실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올여름 국내 기상 관측 이후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호텔에서 숙박하면서 더위도 피하고, 휴식도 하는 '호캉스(호텔+바캉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호캉스가 혼자나 연인·부부 등 2인, 어린 자녀 포함 3인 가족 등에게는 충분하지만, 그 외 경우에는 여러모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콘도나 리조트를 가자니 대부분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집 가까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하루, 이틀 푹 쉬는 호캉스 취지와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레캉스'다. 이름 마디로 '레지던스 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를 축약한 신조어다.

레지던스 호텔은 '거주형 호텔'이다. 주로 장기 출장자가 묵는 호텔로 침실·욕실 겸 화장실 등이 있는 것은 일반 호텔 객실과 비슷하다.

하지만, 주방은 물론 세탁 시설도 갖춘 점은 콘도와 같다. 그렇다고 콘도처럼 머무는 동안 투숙객이 청소, 침구 정리 등을 할 필요 없다. 심지어 설거지도 안 해도 된다. 그런 부분은 레지던스 호텔 측이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 1베드룸 딜럭스 내 침실

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 1베드룸 딜럭스 내 침실


10대 이상 남녀 자녀 포함 가족, 3인 이상 성인 등이 특급호텔이라고 해도 침실과 거실이 분리된 고급 객실인 '스위트'가 아닌 일반 객실에 함께 숙박하기 불편할 때, 멀리 안 가고 도시에서 바캉스를 즐기고 싶을 때 선택할 만한 고급 숙박 시설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숙박료가 특급호텔 스위트처럼 고가도 아니다. 호텔 일반 객실 두 개를 빌리는 것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하다.

이런 수요가 있어서 최근 서울, 인천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레지던스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 중구 을지로 6가에 프랑스 글로벌 호텔 체인 아코르의 세계 최초 호텔과 레지던스 복합 시설이 개관했다. 5성급(현재 호텔 등급 심사 중) 수준인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 & 레지던스다. 지상 21층, 지하 5층에 걸쳐 총 523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호텔이 331실, 레지던스가 그 절반이 넘는 192실에 달한다 

올여름 신종 피서법으로 떠오른 레캉스의 이모저모를 5성급에 필적(호텔과 달리 레지던스는 등급 심사 대상 아님)하는 최고급 레지던스 호텔인 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의 조언을 받아 가상의 40대 부모와 고교생 딸, 유치원생 아들 등 '4인 가족 이용기'를 통해 엿보자.

◇4인 가족, 레캉스에 도전하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A씨(47)는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고등학교 2학년인 딸 탓에 마음 편히 어디를 갈 수 없었다.

다만 딸 학원이 쉬는 7말8초(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를 틈타 단 하루라도 집 밖에서 자녀들을 편히 쉬게 하고 싶었다. 아내 B씨(45)도 잠시 살림과 내조, 아이들 뒷바라지 등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힐링하기를 바랐다.

고민하던 A씨에게 친구 C씨가 호캉스를 추천했다. 도심 특급호텔에 방을 잡고 하루 이틀 쉬면 멀리 갈 필요 없이 충분히 쉴 수 있다는 얘기다.

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 1베드룸 딜럭스 내 욕실

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 1베드룸 딜럭스 내 욕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늦게 결혼해 초등학교 2학년 아들 하나뿐인 C씨와 달리 A씨는 딸이 이미 사춘기라 예전처럼 한방에서 지내기가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에서 애지중지하는 반려견 몰티즈 '멍이'도 부담이었다. 호텔 객실 2개를 얻고, 반려견을 처가에 맡기고 하루만 쉬고 오자는 A씨에게 B씨가 말했다. "친구 가족이 얼마 전 레지던스 호텔에서 하루 묵고 왔는데 침실과 거실이 나뉘었대. 거실에 엑스트라 베드를 놓고 자면 괜찮을 것 같아. 게다가 반려견 동반 객실도 있다고 하니 멍이 데리고 가기에 알맞고…."  

A씨 가족은 치열한 예약 전쟁을 뚫고 7말8초에 연수구 송도동 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에 1박 예약을 마쳤다. 서울에도 5성급 레지던스 호텔이 많지만, 그래도 여행하는 기분을 내기 위해 서해와 센트럴 파크 등 명소를 품은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이 호텔을 골랐다.

마침 사상 최악의 폭염이 기승을 부려 에어컨 없이 잘 수 없는 날이 지속하자 레캉스 욕구는 더욱 불타올랐다.

마침내 투숙 예약일 오후 3시, 체크인 시간이 됐다. 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은 총 68층, 해발 312m에 달하는 송도국제도시 랜드마크인 포스코타워 36~65층에 있다. 66~68층은 시설 부분이라 사실상 최상부에 묵게 된 셈이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고,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니 36층까지 거침없이 올라간다.

프런트에서 체크인하며 이튿날 조식 뷔페 장소, 피트니스 센터와 외부 제휴 수영장 이용 방법, 인천 지역 대표 관광지인 중구 선린동 '차이나타운'까지 운행하는 자체 셔틀버스 등을 안내받았다. 

◇밥 해 먹고 설거지 안 해도 되는 경제적인 호사

키를 받아 간 곳은 61층 1베드룸 딜럭스(28.5평)다. 숙박료가 가장 비싼 초극성수기에 반려견을 동반하다 보니 청소비(마리당 5만5000원)가 추가돼 숙박료가 더 오르기는 했다. 그러나 자녀들이 멍이와 함께 온 것을 너무 좋아해 A씨는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 1베드룸 딜럭스 내 주방

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 1베드룸 딜럭스 내 주방


문을 열고 들어서니 작은 복도가 나온다. 좀 더 걸어가니 대형 TV와 소파가 나온다. 거실이다. "오호!"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가족의 환호가 터졌다.

거실을 지나 안으로 더 들어갔다. 멍이가 앞장섰다. 그곳에는 아담한 식탁이 있고, 우측으로 주방이 자리한다. 냉장고, 싱크대, 전기밥솥, 인덕션, 전자레인지 등과 그릇, 냄비, 수저와 칼까지…. 웬만한 가정집 주방 수준이었다. 드럼 세탁기도 보였다. 모두 "와!"를 외쳤다.

다시 더 들어가니 아늑한 침실이다. 럭셔리 침대 앞에 TV가 한 대 더 있다. 침실 안으로 샤워부스와 욕조를 갖춘 욕실과 화장실이 자리한다. 샤워부스는 스팀 사우나가 설비됐다. 없는 것 없이 다 있어 더는 감탄사를 터뜨릴 수 없을 정도였다.

B씨와 딸이 침실, A씨와 아들은 엑스트라 베드(유료)를 이용해 거실에서 자기로 했다. 

A씨 가족은 여장을 푼 뒤, 인근 대형마트로 쇼핑을 나섰다. 저녁에 방에서 요리해 먹기 위해 식재료를 사기 위해서였다. 호텔 룸에서 요리를 만들어 먹다니 멀리 여행을 온 것은 아니었으나 마치 콘도를 잡고 놀러 온 기분이 절로 들었다.

게다가 4인 가족이 호캉스를 하며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 식비가 엄청나게 많이 들 텐데 일부러 저렴한 호텔 밖 음식점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비용이 엄청나게 경감됐다.

A씨는 송도에 맛집도 많으니 외식하자고 했지만, B씨가 대학 시절 여름방학에 둘이 콘도를 잡아 여행하던 추억을 되살려보자고 굳이 요리를 자청했다. 멍이를 데리고 갈 만한 음식점이 없는 것도 이유로 댔다.

경비를 아껴보겠다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을 알면서 A씨는 모른 척 져줬다. 그나마 식기도 대충 씻어두면 되고, 음식물 쓰레기도 쓰레기통에 넣어놓으면 되니 아내에게 조금은 덜 미안했다. 
 
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에서 본 서해 낙조

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에서 본 서해 낙조


오후 7시30분께 혹시나 하고 식탁 앞 커튼을 여니 창 너머로 한낮에 펄펄 끓던 여름 태양이 드넓은 서해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그 옆에 우뚝 선 인천대교의 장대함은 마치 대자연에 대한 인간의 끊임 없는 도전을 상징하는 듯했다. 온 가족이 저녁 먹는 것을 멈춘 채 그 풍광을 지켜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모여 앉아 TV를 보다 오후 10시께 딸과 아들에게 모처럼의 '부부 데이트'를 허락받고 65층으로 올라갔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44)가 주연한 2013년 할리우드 로맨스 영화 '위대한 개츠비'(감독 바즈 루어만)의 파티장을 연상시킨다고 소문난 바 앤드 다이닝 '파노라믹65'를 찾았다.

창가 좌석에 앉아 피아노 연주를 배경으로 송도의 야경을 보며 와인잔을 기울였다.

집에 있는 것이 아니라 레캉스를 하는 것이어서 객실을 나와 위로 올라오면 바로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별도 비용이 추가되지만 올해도 반년이나 자기 위치에서 애쓴 부부인데 뭐가 아깝겠는가.

90년대 학번 캠퍼스 선·후배 커플 출신인 두 사람이 나눈 얘기는 하나였다.

"요즘 20대가 참 부럽다. 멀리 콘도를 가거나 친구 자취방에 모이지 않고도 도심 레지던스 룸을 잡아두고 친구들끼리 밤새 음식도 해 먹으면서 놀 수 있잖아. 우리 젊었을 때는 왜 이런 것이 없던 거야? 아, 펜션도 없던 시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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